소녀시대의 ‘I got a boy’는 4분짜리 뮤지컬처럼 보인다. 그 애가 왜 머리를 잘랐는지, 왜 스타일이 바뀌었는지 궁금해 하는 수영과 유리의 랩은 사실상 무대의 시작을 알리는 대사이고, 조명이 바뀌며 등장하는 티파니의 솔로는 뮤지컬의 하이라이트와 유사하다. 한 멤버가 노래를 부를 때 그 옆에서 그것을 들어주는 듯한 포즈를 취하거나, 한 멤버가 자기 파트를 소화하는 동안 뒤에서 군무를 추며 배경이 되는 것 역시 브로드웨이에서 만드는 쇼 뮤지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여러 멜로디 라인이 뒤섞이고, 템포가 변하는 이 곡의 복잡한 구성은 멤버들의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점점 클라이막스로 흘러가는 퍼포먼스를 봐야 이해할 수 있다. 발표 1주일 남짓한 동안 유튜브 조회수가 2300만을 넘은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 곡이 스마트폰에서 음원으로 듣는 것보다 유튜브로 볼 때 더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분명하다.
이 ‘처음 만난 세계’ 앞에서 SM은 특유의 SMP를 기반으로, 모든 대중의 기호를 만족시킬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더했다. 이런 기획을 한 SM은 과감하다면 과감했고, 이런 무대를 소화한 소녀시대의 역량은 충분히 대단하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걸그룹으로는 처음 보여주는 이 독특하거나 이상한 무대가 해외에서는 또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Gee’의 곡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반짝반짝 눈이부셔’에서 대중이 쉽고 명확하게 소녀시대가 보여주고자 하는 여성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 반면 ‘I got a boy’의 후렴구 중 일부인 ‘잘났어 정말’에서는 그들이 어떤 여성상을 그리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없다. 지금 소녀시대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좋은 멜로디나 충격적인 콘셉트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의 만족이 아니라 스스로를 만족시킬 답이다. 소녀시대가 지금의 나이와 위치에서 가장 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답을 찾으면, 주저하지 말고 달려가면 된다. 이것 저것 고려할 필요 없다. ‘지금은 소녀시대’ 아닌가.
대체 왜 뮤지컬적인 형식이어야 한다고 묻는다면, 소녀시대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공식적으로 밝힌 답이 있다. ‘I got a boy’는 ‘여자들의 수다’를 콘셉트로 했다. 멤버들은 “나보고 평범하단다 얘”, “너무 예뻐지고 섹시해졌어. 그 남자 때문이지?”처럼 남자에 관해 대화하고, ‘I got a boy’나 ‘잘났어 정말’처럼 남자들, 또는 관객들을 향해 던지는 후렴구가 대화의 결론 역할을 한다. 동방신기의 ‘Catch me’처럼 복잡한 구성의 곡에 서사적인 기승전결을 갖춘 퍼포먼스를 더한 SMP(SM의 퍼포먼스를 위한 음악)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I got a boy’는 뮤지컬적인 형식을 시도해볼 수 있는 가사를 가졌다. 다시 대체 왜 여자들의 수다냐고 묻는다면, 그게 원래 소녀시대다.‘I got a boy’의 진짜 문제점
그러나 ‘I got a boy’는 소녀시대의 정체성을 일관되게 밀어붙이지 못한다. ‘I got a boy’가 완성도에 관한 논란을 빚은 것은 다만 복잡한 곡 구성 때문이 아니다. 걸스 힙합을 염두에 둔 듯한 의상은 다분히 미국의 10대를 연상시키고, 한글을 이용한 소녀시대의 로고나 이토 준지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앨범 아트워크는 키치적이다. 한 곡 안에 주류와 비주류, 10대와 20대, 귀여움과 카리스마, 힙합댄스와 뮤지컬에 가까운 연기가 뒤섞여 있다. 뮤지컬적인 구성은 이런 요소들을 하나로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이지만, 4분여의 런닝타임은 이런 요소들을 충분한 호흡 안에 넣지 못한다. 티파니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빼면 갈수록 빨라지는 곡의 리듬은 이 곡이 놓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모든 것을 담으려 하는 만큼 복잡해진 멜로디는 점점 더 빨라지는 리듬으로 일관성을 유지한다. 그러나 소녀시대는 무대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소화하기 위해 빨라지는 리듬을 일일이 따라가며 춤을 춘다. 테크닉적으로는 화려하고, 어느 순간이든 시선을 집중 시킨다. 대신 서서히 감정을 끌어올리는 호흡이 결여됐다. ‘I got a boy’가 발표된 후, 인터넷에서 가사의 흐름을 따라가면 곡을 이해하기 쉽다는 의견이 올라온 것은 당연하다. 그게 이 곡의 진짜 목표였을 것이다. 오히려 그 목표가 다른 요소들에 의해 가려진 것이 문제다. ‘I got a boy’의 문제는 복잡한 구성이 아니라, 그 복잡한 것들이 어디를 향해 무엇을 말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지금의 소녀시대가 보여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이 ‘처음 만난 세계’ 앞에서 SM은 특유의 SMP를 기반으로, 모든 대중의 기호를 만족시킬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더했다. 이런 기획을 한 SM은 과감하다면 과감했고, 이런 무대를 소화한 소녀시대의 역량은 충분히 대단하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걸그룹으로는 처음 보여주는 이 독특하거나 이상한 무대가 해외에서는 또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Gee’의 곡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면 ‘반짝반짝 눈이부셔’에서 대중이 쉽고 명확하게 소녀시대가 보여주고자 하는 여성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 반면 ‘I got a boy’의 후렴구 중 일부인 ‘잘났어 정말’에서는 그들이 어떤 여성상을 그리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없다. 지금 소녀시대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좋은 멜로디나 충격적인 콘셉트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의 만족이 아니라 스스로를 만족시킬 답이다. 소녀시대가 지금의 나이와 위치에서 가장 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답을 찾으면, 주저하지 말고 달려가면 된다. 이것 저것 고려할 필요 없다. ‘지금은 소녀시대’ 아닌가.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