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김가희 작가, 조현아 PD, 서현아 작가, 이연 작가. (왼쪽부터)"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AS10rKuQsHtP3GAmni2yl.jpg" width="555" height="370" align="top" border="0" />



겨울은 늘 춥지만 12월 25일이 가까워지면 뼛속까지 찬바람이 스미는 듯 더욱 추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 솔로부대들에게도 구원의 손길은 있었으니 바로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이하 <스케치북)의 ‘성탄 특집’이다. 2011년 성시경의 아바타 분장과 정재형의 시스루 댄스로 큰 즐거움을 준 이들이 지난 2012년에도 <은하철도 999> 메텔로 변신한 10cm 윤철종의 놀라운 각선미와 유희열, 조정치의 변태 쇼를 비롯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여준다’의 모토에 입각한 놀라운 무대를 선보였다. 비단 ‘성탄 특집’만이 아니다. 100회를 즈음하여 방송되었던 네 번의 인상적인 특집 무대와 ‘청춘 나이트 특집’, ‘힙합 나이트 특집’, ‘유재하 특집’ 등 한국 대중음악의 인상적인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집어 올려 맛깔스럽게 요리한 <스케치북>이 있어 ‘불금’을 방구석에서 보내도 외롭지 않았다. 카메라 뒤에서 이 모든 것을 기획하고 구현해 낸 <스케치북> 제작진을 2012년의 끝자락에 만났다. 조현아 PD를 필두로 이연, 서현아, 김가희 작가, 네 여인이 뿜어내는 시종일관 유쾌한 에너지와 유희열의 변태 같지만 어쩐지 멋진 기운이 만나 그 주옥같은 순간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Q. 지난 ‘성탄 특집’이 대반전쇼 3탄이었다. 화제의 시리즈라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다.
조현아 PD: 처음엔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 1, 2탄이 워낙 잘 나왔던 터라 부담이 컸다. 출연진이 아주 다르지도 않은데 얼마나 다르게 보여줄 수 있을까 싶어서. 너무 고민을 많이 해서 처음에는 ‘성탄 특집’을 되게 하기 싫었다. 그런데 (유)희열 씨가 워낙 압박을 해서. (웃음) “뭘 할거냐” 라길래 “안하고 싶다”고 했더니 자꾸 하라고 해서 기획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비공개쇼가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어서 더 짜임새가 있더라. 처음엔 비공개에서 하는 걸 공개에서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일단 물리적으로 시간이 안 되는 거다. 가수들도 많고, 노래도 계속 해야 하는 터라.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공개쇼로 하고 싶었으나 다들 비공개가 낫다고 해서 그렇게 진행했다.



Q. 가장 신경썼던 부분은 무엇인가.
조현아 PD: 전체적인 콘셉트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노래는 제대로 들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면서도 좀 재밌어야겠고. 그래서 뭘로 재밌게 하느냐를 이야기 했는데 회의 때 별 별 이야기가 다 나왔다. 결국엔 가수 한 명 한 명에게 다 콘셉트를 주는 걸로 이야기가 끝났고 아무래도 크리스마스니까 어떤 소원을 빌고 이룬다는 게 떠오르더라. 그래서 가수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무대로 만들어보자는 생각까지 간 거다. 그 콘셉트 아래에서 구체화시키는데 여러 가지가 잘 맞춰지더라. 결국은 우리가 계획한 것보다 더 좋은 결과로 만들어진 것 같다. (웃음)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비꼰 게 하나도 없었다”

&lt;유희열의 스케치북&gt; 제작진 “&lt;스케치북&gt;은 하면 할수록 빠져든다”
Q. ‘성탄 특집’의 기대 포인트 중 하나가 가수들이 이번엔 또 얼마나 망가지나 라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케이윌의 ‘북치는 소년’ 무대에 등장한 오고무를 비롯해 단순히 웃기는 게 다가 아니라 콘셉트에 맞는 무대를 꼼꼼하게 생각하고 구현했다는 걸 알겠더라.
이연 작가: 이번에도 음악은 제대로 했다.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비꼰 게 하나도 없었다. 현과 코러스도 다 제대로 했고 편곡하시는 분들이 다 붙어서 정말로 진지하게 했다. 이게 우리에겐 보험이랄까 마지노선 같은 것이었다. 작년에 해보니까 음악을 잘 해야 다른 것에서 웃겨도 용서를 받을 수 있는 거라는 걸 딱 느끼게 되더라.



Q. <은하철도 999>의 메텔로 변신한 10cm 윤철종이 끝까지 웃지 않으면서 진지하게 연주하는 게 오히려 더 재밌었다. 각 무대의 콘셉트는 가수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인가.
이연 작가: 출연진 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녹화 2, 3주 전부터 한 명씩 독대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한다고 했다, 넌 어떻게 할래? 라고 해서 만들었다. (웃음)
조현아 PD: 10cm는 콘셉트가 안 나와서 두 시간 동안 고민했다. 10cm한테 “너희 소원이 뭐니?” 라고 했더니 처음엔 “집 사는 거, 부자 되는 거” 라길래 이거 안 되겠다 싶었다. (웃음) 만약 메텔과 철이 이야기를 처음에 꺼냈으면 두 사람이 안 한다고 했을 텐데 회의하면서 두 시간 동안 고문을 당하다 보니 하게 된 거다. 갑자기 (윤)철종 씨를 딱 보는데 메텔이 떠올라서 “메텔 할래?” 라고 했더니, “와~! 좋아요, 좋아요!!”라고. 결국 그렇게 자진해서 했다.



Q. 회의 때의 긍정적인 반응이 실제 녹화에서도 이어졌나.
서현아 작가: 오히려 본인들이 이거 너무 약한 것 같다고 했다. (웃음) 더 세야 되는데 뭔가 약한 것 같다고 모자는 다른 걸로 준비해달라는 등 더 요구를 많이 했다.
조현아 PD: (권)정렬 씨는 안경을 좀 벗기고 싶었는데 그것까지는 도저히 못 하겠더라. 그런데 사실상 두 사람 키 차이가 메텔과 철이 만큼은 안 나지 않나. 그 때 카메라 감독이 갑자기 신발 위에 무릎을 꿇고 앉으면 키 차이가 날 것 같다고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냈다. 해보니까 진짜정말 재미있는 거다.



Q. 김조한은 슈렉 분장을 기꺼이 한 건가.
이연 작가: (김)조한 씨는 예전에 본인이 술자리에서 하신 이야기였다. “시경이가 아바타를 했는데, 제가 다음 번에 슈렉을 할게요~” 라고. 아마 술자리에서 한 얘기니까 설마 쟤네가 진짜 시킬까 싶으셨을 텐데 우리가 녹음 이런 거 되게 좋아한다. (웃음) 술자리, 회의에서 지나가듯이 한 거 녹음이 한 100개쯤 된다. (웃음)



Q. 김조한의 경우 슈렉도 슈렉이지만 무려 립싱크를 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보컬리스트에게 립싱크를 시키는 이 패기가 정말 대단하구나 싶었다. (웃음)
이연 작가: 그 무대 녹화는 세트 때문에 원래 우리 스튜디오가 아닌 다른 곳에서 했다. 그런데 거기에 음향시설이 전혀 안 되어 있었다. 현 반주를 해야 하고 밴드를 모으면 스물 몇 명 정도가 되는데 상황이 안 되어서 일단 밴드가 먼저 녹음을 하고 그걸 틀어놓고 조한 씨가 연기만 하신 거다.



Q. 콘셉트를 잘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무대의 최종 완성도는 뮤지션들이 얼마나 기꺼이 협조를 해주느냐의 문제일 것 같다. 그래서 얼마나 관계가 돈독하면 저렇게 믿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조현아 PD: 나도 <스케치북>를 오래한 건 아닌데, 연출을 맡게 되어서 와 보니까 가수들의 충성도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되게 세더라. 그리고 제작진이 뭘 이야길 하면 일단은 생각해보고 본인들도 콘셉트를 가져 오기도 하고 협업이 되게 잘 된다. 아, 그 동안 <스케치북>가 쌓아온 게 크구나 싶더라. 그건 <이소라의 프로포즈> 시절부터 줄곧 프로그램을 맡아온 이연 작가의 공이 크다. 화석 같은 사람이다. (웃음) 여기 있는 네 명에 강승원 음악 감독까지 다섯 명의 호흡이 좋다.우리 다섯이서 가수 둘러싸고 이야기하면 아무도 못 빠져 나간다. (웃음) 사실 본인들도 굉장히 즐거워한다. 처음에는 겁을 먹기도 하지만 결과물을 보면 재미있으니까, 흔쾌히 하기도 하고 내년 출연을 예약하기도 한다.



Q. 뮤지션들이 방송 출연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방송의 음향 환경에서 제대로 음악을 들려줄 수 없기 때문인데, 그래서 이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쓸 것 같다.
조현아 PD: 보통은 무대 진행을 PD들이 하는데 우리는 강승원 음악 감독이 전권을 가진다. 우리가 듣고 모를 수도 있는 분야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맡겨서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사운드 환경을 감독님이 책임지고 말씀을 해주시고 뮤지션들도 믿고 하기 때문에 그래서 조금 더 완성도 있는 무대가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관객들이 일단 음악을 좋아하고 듣기 위해서 오기 때문에 그런 관객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것이 좋아서 흔쾌히 출연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어떤 가수들은 <뮤직뱅크> 나가면 하나도 안 떨리는데 이상하게 <스케치북>은 그렇게 떨린다고. 그만큼 관객들이 알고 오니까 그만큼 더 긴장하고 그 긴장을 즐기기도 한다고.

“유희열 씨가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해주는 게 고맙다”

&lt;유희열의 스케치북&gt; 제작진 “&lt;스케치북&gt;은 하면 할수록 빠져든다”

&lt;유희열의 스케치북&gt; 제작진 “&lt;스케치북&gt;은 하면 할수록 빠져든다”
Q. <스케치북>이 지상파에 유일하게 남은 심야 음악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맡게 되었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
조현아 PD: 예능국에서는 <스케치북>은 다들 대환영인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기뻐하며 왔더니 막상 방송 시간이 너무 늦고 생각보다 제작비도 너무 너무 적더라. 아니, 이런 제작비와 이 작가 수로 어떻게 이런 프로그램을 했던 거야 싶어서 굉장히 놀랐다. 제작 환경에 비해 희열 씨가 굉장히 열심히 해준 것도 있고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을 굉장히 사랑해서 잘 유지된 것 같다.

Q. 심야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광고가 굉장히 많이 붙길래, 그리고 간판 프로그램이기도 하니까 제작 환경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 줄 알았다.
조현아 PD: 광고 판매를 놓고 따지면 사실 좀 벌고 있는 게 맞긴 맞는데 그런 것도 안 되면 프로그램이 없어지겠지… (웃음) 게다가 희열 씨가 굉장히 많이 뜨고 있지 않나. 여러 군데에서 얼마나 제안이 많겠나. 본인 스스로도 심야 프로그램이고 어떻게 보면 별로 배려를 많이 못 받는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사명감 같은 걸 갖고 되게 열심히 하는 것을 보면 정말 고맙더라. 그런 MC가 없다. 사실 공개 방송이라서 현장이 아주 원활하게 착착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밴드도 교체 해야 하고 가수들도 NG가 나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MC가 정말 적극적으로 그 상황을 풀어나가는데 어떤 관객 분은 희열 씨한테 KBS 직원 같다고 하더라. MC의 힘이 굉장히 큰 프로그램이 라는 생각이 든다.



Q. 유희열이 워낙 입담도 좋지만 또 본인이 뮤지션으로서 소양도 깊고 인맥도 넓어서 그런 부분이 <스케치북>의 섭외는 물론 다양한 기획이나 의미 있는 특집으로 이어진 게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이연 작가: 섭외 같은 경우엔 본인이 직접 연락을 할 때도 있는데 그것보다도 가수들이 유희열이라는 사람과 꼭 한 번쯤 대화를 해보고 싶어 하더라. <스케치북>에 나가면 아무리 망가져도 또 음악에 대한 건 놓치지 않고 질문을 해주니까 믿고 오는 게 있는 것 같다.



Q. ‘성탄 특집’이야 늘 화제지만 그 뿐만 아니라 굉장히 많이 회자되고 기억에 남는 특집이 많았다.
조현아 PD: ‘유재하 특집’ 같은 경우에는 나도 굉장히 좋아하는 가수라서 한 번쯤 해보고 싶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희열 씨 본인이 ‘유재하 가요제’ 출신이기도 하고 굉장히 열정을 갖고 있었다. 그 전에 했던 ‘청춘 나이트 특집’도 마찬가지고 좋은 아이템들을 많이 제공을 해준다. 특집을 하다 보면 출연 가수들이 희열 씨가 반주를 해준다, 콜라보레이션을 한다는 것 때문에 나오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어서 섭외로 더 잘 되고 음악 작업도 더 원활하다. ‘유재하 특집’에서는 편곡에서 많이 참여를 해줬다. 당시 희열 씨가 손을 다쳐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수술을 미루더라. 대단하구나 싶었다.



Q. ‘청춘 나이트 특집’의 경우 기획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걸 구현하는 방식의 꼼꼼함이 인상적이었다. 가수 이름과 곡 제목의 90년대 식 자막부터 2탄에서는 객석에 일종의 나이트 스테이지도 마련을 했지 않나.
이연 작가: 우리가 녹화 끝나고 늘 회식을 한다. 매번 이 근처에서 치킨에 맥주를 먹는데 너무 지루하더라. 그래서 뭔가 재미있는 데를 가볼까 하는 얘기가 나왔는데 당시 홍대에 있는 <밤과 음악 사이>가 한창 괜찮다는 입소문이 날 때였다. 그래서 가봤더니 막 다 아는 노래가 나오는 거다. 다 모르는 사이인데도 각 테이블에서 똑같이 춤을 추고 있고. 듀스, S.E.S, 박진영 등 음악 나올 때마다 같은 춤을 추는 걸 보면서 아, 이게 새로운 문화구나 싶었다. 그리고 며칠 뒤에 당시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에서 한 회를 90년대 음악으로 꾸며서 방송을 청취자의 반응이 열화와 같은 거다. 아, 이거 TV에서 해도 될 것 같다고 해서 기획이 시작 되었다.



Q. 섭외된 가수들도 굉장히 기뻐했을 것 같다.
서현아 작가: 다들 정말 좋아했다. 박미경 씨 같은 경우에는 거의 울먹이면서 말씀하셨다. 아직도 나를 이렇게 기억해주고 그런 사람이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집에서 밥주걱 들고 있다가 마이크 들고 노래하는 게 행복하다고. (웃음)
이연 작가: 대기실 복도가 거의 뭐 아이 러브 스쿨에서의 만남 같았다. (웃음) “12년 만이냐?”, “<가요 톱 텐> 이후 처음이지?” 이러시고 (웃음) 다들 너무 오랜만에 만나니까 들떠서 서로 대기실 왔다 갔다 하고.



Q. 기획 하고 섭외를 하면서 어느 정도 이렇게 되겠구나 하는 그림이 그려지겠지만 그렇게 가수들 본인이 열심히 해주면 예상하지 못한 순간이 만들어지기도 하겠다.
조현아 PD: 역시 이번 크리스마스 특집이지. (웃음) 사실 우린 좀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만들어 놓고도 본 방송을 못 보겠더라. 에이, 그냥 내일 반응이나 봐야지 하면서 못 보고 있는데 전에 <스케치북>을 했던 선배가 전화를 해서는 재미있다고 하시더라. 그 때부터 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SNS를 비롯해 막 난리가 났더라. (웃음) 아, 진짜 다행이다 싶었다. 성시경 씨 같은 경우에도 어떻게 보면 되게 심심할 수 있는 콘셉트였고, 또 희열 씨 입장에서도 자기를 비하하는 설정이 싫을 수도 있지 않나. 그런데 정말 좋아하면서 열심히 하더라.

“일인데도 녹화 날이 즐겁고 재미있어서 좋다”

&lt;유희열의 스케치북&gt; 제작진 “&lt;스케치북&gt;은 하면 할수록 빠져든다”

&lt;유희열의 스케치북&gt; 제작진 “&lt;스케치북&gt;은 하면 할수록 빠져든다”
Q. 첫 방송부터 꾸준히 잘 해왔지만, 시청자들에게 딱 각인이 되었던 게 100회를 전후로 한 특집이었다. <스케치북>은 이런 프로그램이고, 우리가 ‘불금’에도 졸음을 참고 이 방송을 기다려야 하는 이유를 알려 준 시간이었다.
이연 작가: 희열 씨가 뮤지션 특집을 먼저 제안했다. 본인 스스로가 세션맨 출신인데 한번도 자기네 선배님들이랑 친구들이 빛난 적이 없는 것 같다, 한 번 정도는 꼭 다뤄보고 싶다고 해서. ‘뮤지션 특집’은 되게 오래 걸렸다. 두 달 넘게 준비했다. 워낙 어르신 분들이라 한 번 움직이시려면 보통 일이 아니라서. (웃음) 실제로 밭에서 농사 짓고 계시는 분들도 있고 밤 아홉 시 넘어서는 힘들어서 안 된다고 하신 분도 계셨고. (웃음) 각자 파트에 맞춰서 이 분과 같이 작업했던 후배 뮤지션들을 섭외 하려면 어떤 곡이 좋을까도 생각하면서 회의를 두 달 정도 하고 연습도 되게 많이 했다. 젊은 뮤지션 후배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Q. 심성락 선생님 같은 분들은 현장에서 직접 봤을 텐데 시청자의 입장과는 또 감정이 달랐을 것 같다.
이연 작가: 연습 영상을 다 찍어 놨다. 이분들이 이렇게 모이는 게 어쩌면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말씀하셔서. 당시 심성락 선생님은 이제 악기 연주를 더 이상 안 하신다고 악기를 파신 상태였다. 그런데 그걸 안 팬이 악기를 사서 선생님 원하실 때까지 쓰시라고 빌려주신 거였다. 그걸 보면서 이걸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싶더라. 출연진도 다들 각자 사진을 찍고 우리도 전문 포토그래퍼를 불러서 사진을 찍어서 액자에 담아두었다.



Q. 거창한 특집이 아니더라도 사소한 부분을 놓고 스토리텔링을 잘 한다는 인상도 받았다. 지난 설 특집의 경우 방송에 나가지 않은 앵콜 무대를 묶어서 보여줬다는 것 자체는 특별하지 않을 수 있는데 그것에 ‘감춰진 무대’ 라고 이름을 붙이는 방식 같은.
이연 작가: 우리가 그런 걸 진짜 많이 했다. (웃음) 그런데 뺏기기도 많이 뺏겼다. ‘보컬리스트’ 같은 경우도 <스케치북> 초창기에 우리가 먼저 했었는데 방송이 나가고 나서 어떤 공연 기획자가 특허를 사서 공연을 만드셨다. ‘청춘 나이트’ 공연의 경우에도 우리가 2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미 1탄 특허를 누가 받아서 수익성 공연을 하고 있고.



Q. 의도치 않게 공연계에 영감을 주고 있네. (웃음)
서현아 작가: 그럴 때면 좀 서운하다. 우리한테 전화해서 출연자 분들 연락처 싹 알아가서는 섭외해서 그런 걸 하니까.
조현아 PD: 말이라도 좀 하고 하지 싶다. 일언반구 없이 어느 날 보면 이름 그대로 갖다 쓴 현수막이 붙어있고.
이연 작가: 홍보 카피나 글자체까지 똑같이 쓰시는 분들도 있다.



Q. 그런 부분을 포함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어려운 점도 많을 것 같다.
김가희 작가: 원래 <스케치북>은 작가가 둘 밖에 없었다. 나 같은 경우가 얻어 걸려서 들어온 건데 초반엔 사실 되게 힘들었다. 일 자체는 전에 했던 <스펀지> 같은 프로그램보다 덜 어려운데 작가 셋이서 이걸 하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다. 게다가 되게 흉흉한 소문을 많이 들었다. 누가 무슨 특집 때 울었다더라, 누구는 집에 갔다더라 하는. (웃음) 그래서 이번 ‘성탄 특집’ 때 이를 꽉 물었다. 이제 나에게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하는 일을 보면 이제까지 일했던 팀에선 일곱 명이 나눠서 하던 일을 세 명이 하는 구나 싶더라.



Q. 힘든 점이 있음에도<스케치북>을 한다는게 본인들에게 의미있기 때문에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조현아 PD: 지금까지 일했던 환경과 정말 다르다. MC도 팀원들도 다르고 시간대나 규모도. 음악 쇼를 해본 적도 없는 터라 처음엔 어색했다. 지금은 하면 할수록 빠져든다. 여러 가지 방식으로 만들어 갈 수 있어서 상상력이 발동된다고 할까,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연 작가: ‘설마 저걸 하겠어?’라고 생각했던 것들아 딱 구현될 때가 있다. 살면서 이렇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겠지만 해볼 수 있는 걸 다 해보는 것 같다. 희열 씨 캐릭터가 워낙 분명해서 야한 것도 적절한 수위에서 할 수 있고, 뭐랄까 내 안의 음기를 끌어내줘서 밤에 되게 잘 자고 있다. (웃음)
서현아 작가: 무엇보다도 녹화 날이 즐겁고 재미있어서 좋았다. 일인데 그러기 쉽지 않지 않나. 그 부분이 중요하다.
김가희 작가: 사람들한테 <스케치북> 해 이러면 다들 “오우~” 라고 하는 게 좋다. (웃음)친구들은 물론 엄마, 아빠에 아빠 친구들까지 아시는 프로그램을 하는 게 좋다. 다른 프로그램은 설명을 해야 하는데 이건 그러지 않아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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