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의 신] #9. 새해 라면 떡국
아침에 일어나는 게 왜 이리 힘드나 했더니 한 살 더 먹어서였구나. 홀로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던 독거인의 찌뿌둥하고 평범한 새해 아침이지만 혼자 살수록 이런 핑계로라도 잘 챙겨먹는 게 또한 독거인의 철칙이다. 해가 갈수록 부실해지는 몸을 위한 음식이라면 역시 뽀얀 육수에 고밀도 탄수화물이 더해져야 옳지 않을까. 그렇다. 조상님들도 다들 나이 들어 축난 몸을 보하느라 떡국을 드셨던 게다. 다만 떡만 먹으면 뭔가 심심하니 특급 고명을 추가하자. 세상에 어떤 음식에 넣어도 맛있는 단 세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고기요, 둘째도 고기요, 셋째는 면이다. 그리고 오늘은 특별히 세 번째를 추가하겠다.
[독거의 신] #9. 새해 라면 떡국
육수는 역시 사골 육수인데 시중에 이미 푹 고은 사골이 있으니 두 팩을 뜯어 냄비에 넣자. 조금 많은 양이긴 한데, 하나만 넣으면 국물이 부족하다. 가장 좋은 건 세 팩에 라면 두 개 비율이다. 팩 두 개를 넣어 끓이다가 역시 시중에 파는 라면 사리 한 개를 넣어주고 2분이 지났을 무렵 떡을 넣어주자. 여기서 팁은 굳이 양도 많고 한 번 씻어야 하는 떡 대신, 편의점에서 파는 사발면에 넣어 먹는 미니 떡사리를 넣는 거다. 딱 두 봉지만 사서 바로 넣으면 되고 남는 떡을 보관할 필요도 없으니 독거인의 요리엔 딱이다. 라면이 가장 맛있게 익는 4분 10초에 불을 끄고 사발에 라면 가득한 떡국을 부으면 그대로 요리 완성이다. 의외로 국물이 느끼하지 않은데 그래도 좀 더 개운하게 먹고 싶다면 후추를 약간 뿌리면 좋다. 자, 이렇게 라면만큼 편한 떡국 완성이다. 그런데 이게 떡라면이랑 뭐가 다르냐고? 라면이 떡보다 많은 거 아니냐고? 원래 소녀시대 브로마이드를 받으면 치킨을 주고, 질소 봉투를 사면 과자를 주는 법 아닌가?



오늘의 교훈: 물이 반 밖에 남은 게 아니라 반이나 남은 거야. 떡라면이 아니라 라면 떡국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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