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다큐 – 49년의 동행> 2부KBS2 수 밤 12시 35분, 목 밤 12시 25분
7살 아이들 14명의 궤적을 7년 주기로 따라가는 거대한 기획, 영국 ITV의 3부작 다큐멘터리 ‘49년의 동행’(원제 <56 Up>)은 그 7번째 결과물이다. 카메라 앞에 선 출연자들은 그간의 변화에 대해 얘기하고, 49년간 그들을 기록한 마이클 앱티드 감독은 출연자들이 직접 자기 목소리로 시대를 증언하게 공간을 열어둔다. 출연자들의 개별적인 경험은 시대라는 공통분모로 묶이며, 모자이크처럼 동시대 영국인의 보편적 초상을 완성한다. 젊은 날 방황과 좌절을 경험하고 그 어두운 시절을 카메라 앞에서 토로했던 출연자들은 예순에 가까워진 나이로 좌절에 굴하지 않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를테면 보육원에서 보낸 유년에 대한 반대급부로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사이먼은 비록 첫 결혼엔 실패했지만 두 번째 결혼에서 위탁 가정을 운영하며 예순 다섯 명이 넘는 위탁 아동들을 보살피기에 이르렀다. 7살 때 꿈꾸던 그대로 살고 있는 이는 없지만, 다들 나름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49년의 동행’에서 빛나는 것은 출연자들의 삶에 대해 함부로 성공이나 실패를 말하는 대신, 그들의 오늘을 과거 기록의 연장선상 위에 올려놓아 그 궤적을 그리는 선에서 멈추는 마이클 앱티드 감독의 관조적 태도다. 이런 태도는 자칫 행복한 삶은 어떠한 모습이어야 한다는 뻔한 이데올로기적 설교의 함정에 빠질 수도 있었을 작품을 구했다. 그것은 7번의 기록을 통해 인생을 어느 한 시절의 경향이나 처지로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학습한 결과일 것이다. 젊은 날을 노숙인으로 살다가 지역 정치인으로 변신한 닐처럼 말이다. 다음 주 수요일에 방영될 3부를, 나아가 7년 뒤 예순 셋이 될 출연자들과의 재회를 기대하게 되는 것은 우리의 삶 또한 지금의 좌표에 머무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의 반영이다. 타인에 대한 공감을 넘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변화무쌍한 생의 가치를 긍정하며 희망을 갖게 하는 작품이라니, 이만하면 한 해를 여는 다큐멘터리로 더 바랄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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