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앓] 정녕 ‘박시후 앓이’의 출구는 없는 건가요?
Q. 저 기억하시죠? 작년 여름에 <공주의 남자>의 승유(박시후) 때문에 잠을 못자겠다고 상담한 환자입니다. 죽을힘을 다해 박시후의 아련한 눈빛을 잊었습니다. 그런데 SBS <청담동 앨리스>의 차승조 때문에 다 물거품이 됐어요. 유치하고 찌질한데 멋있어도 되는 겁니까? 영어단어 하나도 제대로 못 외우는 제가 ‘장띠엘 샤’를 단번에 외웠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그렇게 노력했는데 다시 제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습니다. 선생님이 책임지세요. (청담동에서 최 모양)

Dr.앓의 처방전

책임지라고요? 이 마지막 한 마디는 사실 제가 아니라 박시후 씨한테 하고 싶은 말 아닌가요? 저는 책임질 이유가 없습니다. SBS <검사 프린세스>의 ‘서변’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MBC <역전의 여왕>의 ‘구본’만 봐도 능글, 능청의 아이콘인데 ‘장띠엘 샤’의 등장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건 말이 안 되죠. 그냥 솔직하게 박시후가 또 좋아졌다, 그래서 미치겠다, 그렇게 털어놓으셔도 아무도 손가락질하지 않습니다. 세경(문근영)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양 볼이 발그레해져서 “오똑하지, 오똑하지”를 연발하는 남자를, 마치 처음 물에 들어가 보는 아이처럼 세경의 손가락과 줄자가 자기 어깨에 닿기만 해도 움찔하는 남자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여자에게 배신당하고 다시는 사랑을 안 할 것 같던 메마른 남자가 키스 한 번에 오도 방정을 떨고, 선물 포장을 정성껏 했다가 다시 뜯었다가 결국 꽃 장식 떼는 걸 깜박한 채 선물을 건네고, 세경이 선물한 감정인형을 꼭 껴안고 잠이 듭니다. 물론 문자하나 안 보냈다고 회사 앞까지 찾아올 만큼 유치하고 찌질하죠. 그래도 어떡합니까. 박시후가 하면 그 모든 것이 사랑스럽게 커버되는 것을.



[Dr.앓] 정녕 ‘박시후 앓이’의 출구는 없는 건가요?
이건 시작에 불과해요. 귀엽고 사랑스러운 남자 주인공은 많이 봐왔잖아요.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승조(박시후)가 세경이 건넨 통장을 보고 눈물을 흘렸고, 타미홍(김지석)한테 수모당한 세경을 대신해 그의 머리에 간장을 부었고, 세경이 보낸 편지 한 통에 꺼이꺼이 통곡을 했습니다. 이제 그 슬픈 눈빛으로 세경에게 사랑을 고백하겠죠.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고 달려들어 키스를 할지도 몰라요. 누구처럼 날 버리지 말라고, 당신도 연애를 비즈니스로 생각하느냐고 절규할 수도 있고요. 무슨 말이냐고요? 환자분이 그렇게 두려워하시던 ‘아련아련’ 열매를 섭취한 박시후로 돌아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각오하세요. 내일 <청담동 앨리스>에서 자신의 정체를 털어놓고 진심으로 고백하는 승조를 보면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할 테니까요.

앓포인트: 박시후의 [몰랐나? 나 좀 귀여운 거?]

SBS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의 준석, 몰랐나? 나 감자 처음 먹는 거?: 윤희(배두나)의 어머니께 “아무거나 주십쇼”라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찐.고.구.마. 생전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다. 동물원 원숭이한테 먹이 주듯 자꾸 찐 고구마를 까주셨다. 다음날 윤희가 찐 감자까지 가져왔다. 한 입 베어 물었다. 신기한 맛이다. 또 한 입 베어 물었다. 맛있다…!!



SBS <가문의 영광>의 강석, 몰랐나? 나 노래방에서 잘 노는 거?: 감히 나를 도발했다. “보고 배우는 게 있어야 할 거 아니냐”, “스승으로 존경해도 되는지 확신을 가지게 해달라”는 ‘음치’ 단아(윤정희)의 말에 과감하게 ‘Honey’를 선곡했다. 가벼운 스텝 밟기로 시작했다. “그대를 처음 본 그 순간”이라는 가사에 맞춰 수줍게 검지를 내밀었다. 허리를 슬쩍 돌리고 고개를 양 옆으로 까딱거렸다. 그 때부터 무아지경에 빠져 전신 웨이브로 대미를 장식했다. 몰랐나? 나 노래는 좀 부족해도 춤은 확실히 되는 거? 절도 있는 헤드뱅잉,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다.



SBS <검사 프린세스>의 서인우, 몰랐나? 나 알람시계에 녹음도 해주는 거?: 출근길에 윤검님과 백번 카풀해도 소용없다. 결국 “쪼다같은” 마혜리의 마음을 뺏은 건 윤검님의 핸들이 아니라 내 목소리였으니까. “마혜리 일어느아~ 마혜리~”라는 우렁찬 목소리에도 눈을 못 뜰까봐 “카풀 해야지! 마혜리! 윤검님 만나러 가야지이~”를 심어놓았다. 마혜리가 놀란 토끼 눈으로 시계를 들여다볼 것까지 계산해서 적절한 타이밍에 “보긴 뭘 봐요”까지 넣으면 퍼펙트. 몰랐나? 나 이렇게 치밀한 거?



MBC <역전의 여왕>의 구용식, 몰랐나? 나 생일파티 좋아하는 거?: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귀찮았다. 그래도 생일 파티 준비한 성의를 봐서 갔더니 다들 가고 황태희(김남주)와 케이크만 덩그러니 남았다. 이왕 온 거 케이크 한 조각 먹지 뭐. 이왕 먹을 거면 내 손으로 내 나이만큼 촛불 좀 켜고, 이왕 촛불 끌 거면 그 전에 축하 노래도 좀 불러주고, 이왕 노래까지 불렀으면 박수도 좀 크게 치고. 몰랐나? 나 생일 되게 챙기는 거?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