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윤종신과 음악 노예들 18년사

“저는 작사, 작곡을 하는 사람이거든요. 제 곡이 여러 분 귀에 들어가기까지 많은 편곡자들, 많은 음악 노예가 필요한데 1대가 유희열, 2대가 하림, 그 다음이 조정치에요.” 윤종신이KBS <해피투게더 3>에서소개한 ‘음악 노예들’은 장난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그가 20여년 가까이 쌓아온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을 드러낸다. 윤종신과 오랫동안 치열하게 작업하며각자의 음악 인생 한 페이지를 꽉 채워온 1대 노예 유희열, 2대 노예 하림, 3대 노예 조정치가 이를 증명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음악 노예’란 단어는 프로듀서 능력을 발휘해 동료들과 더 나은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윤종신의 열정을 가장 잘 표현한 단어에 가까울 것이다. 뮤지션 윤종신을 결산하는 기획으로 3명의 인증 노예와 ‘고객’이라 불렸지만 준노예 급으로 윤종신과 꾸준히 호흡을 맞춰 온 박정현과 성시경, 앞으로 주 타깃이 될 투개월을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한 건 그 때문이다. 프로듀서 윤종신이 뮤지션들의 어떤 음악적 능력에 집중했는지를 보여주는 노예 포인트, 작업의 강도를 표시한 노예 지수는 물론 윤종신과 뮤지션들의인연이 시작된 노예 기간까지 두루 살펴보자. 살리에리가 될 바엔 모차르트의 매니저가 되겠다는 프로듀서 윤종신의 열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윤종신│윤종신과 음악 노예들 18년사
1대 노예 유희열

노예 기간: 1995년~?

노예 지수: ★★★★★

노예 포인트: “1년 동안 유희열을 의자에 족쇄 채우고 건반만 치게 했다.” 윤종신은 우스갯소리로 말했지만 그가 유희열에게 무섭도록 집중했던 건 사실이다. 막 제대한 유희열의 작곡과 피아노 연주 실력을 발견한 윤종신은 2집부터 부지런히 유희열과 작업했고, 타이틀곡 ‘환생’부터 거의 모든 곡을 유희열과 함께 만든 5집은 발라드 가수 윤종신의 목소리와 유희열의 피아노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앨범이 됐다. 이후에도 윤종신은 “내가 하라는 대로 안 하고 본인 느낌대로 하더니 더 좋은 곡을 만들”던 유희열의 능력을 높이 사 치명적인 유희열의 노래 실력이 담긴 ‘빈 고백’부터 <월간 윤종신> ‘Merry Christmas Only You’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물론 이 정도로 유희열을 노예라고 하기 애매할 순 있다. 하지만 유희열 스스로가 윤종신이 자신에게 작업비를 주면서 그걸로고급 일식을 쏘게 하고, 곡비를 안 주기 위해 노래 제목을 ‘희열이가 준 선물’이라 지었다며 폭로하고,윤종신에게 “알 밴 시샤모같다”고굴욕을 주는 데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윤종신│윤종신과 음악 노예들 18년사
2대 노예 하림

노예 기간: 1999년~?

노예 지수: ★★★★

노예 포인트: 윤종신은 군대에서 노래는 물론, 조율도 제대로 안 된 피아노를 연주할 만큼의 실력을 갖춘 하림을 만난다. 본인은 천재가 아니지만 015B 등 “여러 천재들과 함께 하면서” 천재를 알아볼 수 있게 된 윤종신은 병장의 포스로 하림과 계약을 강행한다. 하지만 하림이 30여 곡을 통해 윤종신의 음악 노예가 된 진짜 이유는 “소송 걸려면 걸 수 있는 불공정 계약” 때문이 아니라 작곡, 노래, 편곡, 프로듀서 능력까지 갖춘 하림의 음악성이 다양하게 역할을 변주하는 윤종신의 음악 스타일과 맞기 때문이다. 하림의 1,2집에서 윤종신이 작사를 거의 전담했다면 하림은 윤종신 앨범에서 작곡과 편곡을, 신치림에선 프로듀싱을 담당하는 것처럼 두 사람은 서로의 장점을 자유자재로 섞으며 꾸준히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 즐거움 때문이라도 아마 윤종신은 하림과의 계약 조건이었던 앨범 3장 중 마지막 한 장을 끝까지 내줄 것 같지 않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윤종신│윤종신과 음악 노예들 18년사
3대 노예 조정치

노예 기간: 2010년 추정~?

노예 지수: ★★★★

노예 포인트: “정치야, 사자가 울부짖듯 만들어라.” 기타마저 누워서 치던 조정치는 윤종신의 주문에 2012년 첫 날을 지하 작업실에서 혼자 맞이했다. 이렇듯 조정치가 윤종신의 완벽한 음악 노예로 재탄생한 건 무엇보다 “밥 먹고 악플 달고 기타만 치는 사람처럼” 뛰어난 기타 연주와 편곡 실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신치림 결성 이전에 조정치와 ‘SHINCHI’라는 포크 듀오를 만들 정도로 포크에 애착이 강한 윤종신에게 조정치는 기타 위주의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최고의 협력자였을 것이다. 그가 윤종신의 최전방 음악 노예가 되면서 조정치가 적극 참여한 올해 <월간 윤종신>에 어쿠스틱 음악이 주를 이룬 것도 우연은 아니다. 현재까지 윤종신의 곡을 편곡한 것만 해도 20여 곡 가까이 되듯, 조정치는 앞으로 더 할 일이 많을 듯하니 이제부터라도 편곡비는 꼭 정하고 시작하길 바란다.

윤종신│윤종신과 음악 노예들 18년사
1대 준노예 박정현

준노예 기간: 1998년~?

노예화 진행 지수: ★★★★

노예화 포인트: 2012 <월간 윤종신> 5월호 ‘도착’은 낯설었다. 한창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로 박정현의 파워풀한 고음이 익숙했을 때, 박정현이 데뷔 초기에 종종 들려주던 중저음이 곡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고음 하나 없는 이 곡에서 박정현은 또 다른 색깔의 호소력을 보여준다. 이는 박정현의 데뷔 곡 ‘나의 하루’ 작곡을 시작으로 ‘몽중인’, ‘전야제’, ‘You Mean Everything To Me’, ‘게으름뱅이’, ‘미아’, ‘눈물이 주룩주룩’까지 그녀와 꾸준히 함께 한 윤종신이기에 꺼낼 수 있는 목소리였다. 윤종신은 오랜 시간 고음과 저음을 넘나들고 R&B와 록까지 커버하는 박정현의 목소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다양하게 변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점이야 말로 윤종신과의 15년 인연이 정식 음악 노예로 이어지기에 딱 알맞은 조건이 아닐까.

윤종신│윤종신과 음악 노예들 18년사
2대 준노예 성시경

준노예 기간: 2002년~?

노예화 진행 지수: ★★★★★

노예화 포인트: 최근엔 함께 작업하는 일이 뜸하지만 성시경은 윤종신에게 최고의 고객이자 준음악 노예였다. 성시경에게 주는 곡마다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건 물론이거니와 윤종신 특유의 편지 같은 가사를 제대로 소화하는 남자 발라더는 성시경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건 윤종신이다. 그는 ‘넌 감동이었어’부터 ‘굿모닝’, ‘거리에서’, ‘한번 더 이별’까지 말하듯이 노래 부르는 성시경의 스타일을 완벽히 반영한 곡으로 김형석 작곡가, 이미나 작사가의 곡과는 또 다르게 성시경의 음악 세계의 큰 축을 세웠고 자신이 ‘팥빙수’ 같은 곡과 함께 여전히 아련한 발라드도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젠 윤종신의 노래를 불러도 원래 자신의 노래인듯 흡수하는 성시경이니, 윤종신에게는 당연히 정식 음악 노예 후보 1순위일 수밖에 없다. 한 번 VIP는 영원한 VIP다.

윤종신│윤종신과 음악 노예들 18년사
예비 노예 투개월

노예 기간: 2013년~?

노예 가능성 지수: ★★★★★

노예 포인트: 아직 작업한 결과물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사장님이자 프로듀서 윤종신의 충천하는 의지만으로 투개월의 음악 노예 가능성은 솟구친다고 할 수 있다. 회사를 만들 당시 너무 어리지 않아야 하고 좋은 목소리를 가져야 함은 물론 보기에도 좋아야 한다고 할 만큼 아티스트 영입 기준을 까다롭게 잡았던 윤종신이다. 그가 투개월을 선택한 이유도 이 기준에서크게 벗어나지않을 것이다. 김예림은 미모와 독특한 목소리로, 도대윤은 훈훈한 목소리와 귀여운 외모로Mnet <슈퍼스타 K 3>에서 이름을 알렸기 때문이다.이런 투개월의 프로듀싱을 앞두고 윤종신은 자신의 앨범보다 “20배 넘게 고민”할만큼 프로듀싱의 모든 능력과 노하우를 쏟아 부을듯하니 투개월은 내년 데뷔를 앞두고 체력 단련부터 시작하는 게 필요할 듯하다. 사장님의 에너지 수준에조금이라도 맞추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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