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앨리스>, 가면 쓴 신데렐라의 고뇌


<청담동 앨리스> 7-8회 SBS 토-일 밤 9시 55분
앨리스의 모험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세경(문근영)은 가난한 비서 승조(박시후)에게 향하는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지만 ‘비즈니스와 사랑은 공존할 수 없다’는 ‘시크릿 다이어리’의 충고를 따라 그의 고백을 차갑게 거절한다. 하지만 승조가 진짜 아르테미스 코리아 회장 쟝띠엘 샤였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후, 세경은 가면을 쓰게 된다. 승조는 “가난한 남자에게 올인하는 캔디”였던 세경과 사랑에 빠진 것이며, 더 이상 캔디가 아닌 세경은 그런 승조의 마음을 ‘완전 공략’하기 위해 과거의 자신을 “연기해야 한다”. 아이러니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승조가 가면을 벗은 순간, 세경은 더 철저히 가면을 써야 하는 상황. 그리고 그녀가 진심을 연기할수록 승조가 사랑하는 ‘예전의 자신’으로부터 멀어지는 상황.



드라마는 그 간극 안에서 흔들리는 세경의 모습과 함께 그녀보다 앞서 가면의 삶을 살아온 윤주(소이현)의 갈등을 병행해 그려내며 그러한 아이러니를 강화한다. 승조와의 과거가 밝혀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에 떨고 있는 윤주는 갈수록 ‘자신과 닮은’ 세경에게 진심 어린 질문을 던진다. “이 길 정말 계속 하고 싶어?” 결국 <청담동 앨리스>가 세경과 윤주라는 ‘가면의 신데렐라’들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욕망의 허구성이다. 세경은 이제야 자신의 욕망에 ‘솔직해졌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허위의식이라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한다. 따라서 그 진실을 깨닫기 전까지 세경의 행동은 풍자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되도록 여주인공의 순수성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미덕인 로맨스 장르에서 <청담동 앨리스>의 이 같은 시도는 쉬운 길은 아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야말로 이 작품의 미덕일 수도 있다. 풍자와 장르적 판타지 사이의 균형이라는 과제만 잘 해결한다면 또 하나의 인상적인 변종 신데렐라 드라마가 탄생할 수 있을 듯 하다.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