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풍수>, 킹메이커는 20회 동안 무엇을 했나


<대풍수> 20회 SBS 수-목 밤 9시 55분
이인임(조민기)이 끝내 공민왕(류태준)을 시해하고 “이제부터 이인임의 역사가 시작”될 것임을 선언했다. 하지만 정작 <대풍수>의 이야기는 한 번도 이인임의 역사가 아닌 적이 없었다. 그동안 극의 주요 사건은 모두 이인임이 주도하는 음모와 역모의 반복이었고, 그의 뒤에는 ‘하늘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왕과 왕후까지 조종하던 성수청 국무 수련개(오현경)가 있었다. <대풍수>의 가장 큰 문제는 처음부터 완성형 악인이었던 그들의 활약과 달리, 팽팽한 대립각을 세워야 할 조선 건국파의 킹메이킹 스토리는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문제의 중심에는 킹메이커 역을 담당해야 할 목지상(지성)의 더딘 성장이 있다. 그의 성인기 대부분은 어머니 영지(이승연) 찾기와 그녀를 지키기 위한 사적 미션에 치중되어 있었다. 다행히 그가 본격적으로 자미원국을 찾아 나서면서부터 “아버지가 끝내지 못한 일”을 계승해야 하는 의미를 찾으며 성장의 가능성이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20회에서는 중심서사와 겉도는 지상의 개인사적 한계가 다시 반복되며 퇴행의 기미마저 보였다. 지상은 반역이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영지의 안위만을 걱정했고, 그와 해인(김소연)의 혼례 에피소드 역시 긴급한 왕실 상황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었다. 이 와중에 다시 부각된 정근(송창의)과의 삼각관계나 해인의 부친 효명(이영범)이 지상의 아버지 동륜(최재웅)을 죽였다는 사실로 인한 멜로의 위기는 극에 전혀 긴장감을 주지 못하고, 가속화되어야 할 건국스토리에 오히려 답답함을 유발할 뿐이다. 이성계(지진희)가 새로운 지도자로 커나가는 동안 지상이 이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겉돌며 일회성 개입의 역할에 그치는 한, 이러한 문제는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사람을 살리는 대풍수’라는 기획의도도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지금 <대풍수>에 가장 시급한 것은 킹메이커로서 지상의 각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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