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수가 빌보드 싱글 차트 2위에 올랐다. 혼자 제작부터 연출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던 감독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일주일 남은 대선은 아직도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한 해 동안 두 편의 영화가 천만 관객을 넘었다. 이쯤되면 아이돌의 결혼 발표나 오디션 프로그램의 1등 같은 것은 사소한 소식으로 보일 지경이다. 어떤 의미에서든, 2012년은 한없이 정신없었던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성공이든 실패든, 기쁜 일이든 슬픈 일이든 모두 극단적으로 컸다. 그리고, 이 거대하고 빠르기까지한 이슈들 속에서 우리가 즐겨야할 어떤 것들은 상당수 묻혀버렸다. 가 2주 동안 진행하는 연말 결산은 그렇게 지나가버린, 그러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2012년의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보고서다. 늘 예상 가능한 사람을 잘했다며 칭찬하거나, 좋은 작품을 좋다고 덕담을 건네는 것에만 그치는 대신 지금 이 시점에서 해야할 말을 하고, 선택해야할 사람과 작품을 고르려 했다. 물론 연말 결산답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스타일의 결산도 준비했다. 이번주는 드라마를 제외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결산했고, 각각의 분야에서 무엇이든 보여준 ‘왕’들과 새롭고 의미있는 순간들을 함께 골랐다. 아주 꼼꼼하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프로그램 바깥의 일들이 프로그램을 뒤틀면서 예능의 한 축을 무너뜨렸다. 반면 대안은 없었다. MBC는 경영진의 파행적인 운영으로 부터 까지 경쟁력을 상실했다. 유재석과 강호동의 빈자리도 채워지지 않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더 많이 생겼지만, 정작 Mnet 와 MBC 은 이번 시즌 반응이 가장 저조하다. 강호동이 빠진 KBS ‘1박 2일’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한 것도 어쩔 수 없다. tvN < SNL 코리아 >를 비롯한 정치 풍자 코미디는 나름 활발했지만 새로운 대안이 될 만큼 큰 반응을 얻은 것은 아니다. 정말로, 2012년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정말 이상한 시절을 보냈다. 원치 않은 공백은 다른 것으로 대체되지 못했고, 업계 전반에 일시정지를 누른 것처럼 새로운 흐름이 사라졌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아이돌, 풀리지 않는 정체기
티아라에 관련된 스캔들은 이 정체기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보여준다. 누구도 티아라의 다른 멤버들이 화영을 왕따 시켰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 다만 그룹의 소속사 대표인 김광수는 화영을 퇴출시켰고, 그 책임을 화영의 문제로 돌렸으며, 티아라의 신곡 발표를 강행했다. 대중은 이 과정을 보며 티아라 스캔들을 ‘갑’의 횡포로 느끼거나, 김광수 대표가 대중의 뜻을 거스른다고 생각했다. 원더걸스의 선예는 결혼을 하고, 아이유는 실수로 SNS에 한 장의 사진을 올렸고, 블락비의 유권은 자진해서 연애 중이라는 것을 밝혔다. 아이돌 산업을 지탱해온 판타지는 깨졌다. 대중과 아이돌의 생각도 과거와 다르다. 그런데 소속사의 대처는 대중의 현실 인식과 완전히 엇나간다. 판타지는 사라졌고, 그 자리를 채울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남은 것은 텅 빈 공간과 작품 바깥의 스캔들뿐이다.
현재를 북돋거나 현재를 잊거나
미래를 위해 필요한 동력은 내부에 있다
산업은 역동성을 잃어버렸고, 오리콘 차트와 싱글 차트가 국내의 음원 차트 대신 성공의 지표가 됐다. 그 점에서 2013년은 창작자와 제작자, 그리고 대중 모두에게 중요한 선택의 한 해가 될 것이다. 우리는 내부의 동력을 잃은 채 과거로, 아니면 해외로 가서 성공을 바랄 것인가. 아니면 다시 콘텐츠 안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찾을 것인가. 1000만의 관객수나 빌보드 싱글 차트의 성적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새로운 퍼포먼스를 보여준 무대 하나, 사람들의 뒤통수를 치는 노래 한 곡, 미친척하고 만든 영화 한 편을 찾아내고 그 작품의 가치를 알리는 게 더 중요할 때가 있다. 2013년이 바로 그 순간이 될 것이다. 이 이상한 시절은, 대부분의 유명한 것들이 재미없어진 시절이니까.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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