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보이의 영혼을 가진 아이돌의 등장
배드 보이 아이돌이 새로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다. 지드래곤의 오만불손함과 박재범의 ‘나쁜 남자’ 같은 연애는 무대 위의 일이다. 블락비가 태국에서 경솔한 언행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는 더 인기를 얻었을 것이다. 아무리 악동 캐릭터라도 블락비의 유권이 팬카페에 연애 사실을 공개한 것은 득보다 실이 훨씬 커 보인다. 대중에게 폭 넓은 인기를 얻는 것은 여전히 이승기처럼 선한 얼굴에 타인을 불쾌하지 않게 하는 유머감각을 함께 가졌을 때다. 다만 샤이 보이와 배드 보이는 더 이상 소속사의 기획력으로 만들어낼 수 없다. 박재범, 지드래곤, 지코는 모두 직접 곡을 만드는 싱어 송 라이터다. 그들의 곡과 가사는 생각과 행동방식을 반영한다. 배드 보이의 상상력을 가진 그들이 음악 안에서만 배드 보이로 살 수는 없다. 소속사의 활동이나 관리방식은 아이돌이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끊임없이 마음대로 사는 래퍼처럼 행동하려 한다.
시장의 룰은 바뀌고 있다
비즈니스적인 측면을 무시하고 자신의 교제 사실을 밝히는 아이돌. 박진영에게나 어울릴 성적 코드를 아무렇지도 않게 소화하는 아이돌. 더 이상 아이돌이라고 정의하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아이돌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이 아이돌들의 등장은 아이돌 산업의 위기를 반영하는 동시에, 새로운 숨통이기도 하다. 슈퍼주니어의 은혁은 공교롭게도 박재범이 출연하는 에서 “요즘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그의 말이 어떤 뜻인지는 모두가 안다. SNS와 파파라치의 시대에 아이돌은 더 이상 사생활을 감출 수도, 공개된 사생활을 모른 척 할 수도 없다. 심지어는 감추고 싶어하지 않기도 한다. 아이돌 중 일부는 연애를 했고, 그 중 일부는 공개 연애를 했고, 결국 결혼까지 했다. 이런 시대에 아이돌은 더 이상 무대 위의 왕자님이나 여신일 수 없다. 하지만 아직은 아이돌 시장이 정한 규범을 뛰어 넘을 만큼 막 나가는 캐릭터가 인기를 얻기는 어렵다. 지금 아이돌이 예전만큼 재미없어 보인다면 그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 SNL >에 몸에 문신을 새긴 채 휴지를 들고 야동을 보다 여자친구에게 들키는 아이돌이 등장했다. 시장을 뒤엎을 만큼의 파격은 아니다. 하지만 이 다른 아이돌들에게 시선이 가는 것도 분명하다. 똑같은 아이돌 속에서 연인을 울리는 배드보이, 악당을 자처하는 아이돌이 튀기 시작했다. 시장의 룰은 그렇게 조금씩 바뀌고 있다.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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