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저녁 8시 50분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서수남과 김수희, 정소녀 등 ‘가요계의 전설’들이 모인 팀, 문희준과 현진영이 속한 ‘원조 아이돌의 귀환’ 팀, 씨스타와 2PM, 걸스데이 등으로 구성된 ‘케이팝 한류의 주역’ 팀으로 각각 나뉘어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콘셉트는 신선하진 않아도 흥미를 끌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음악의 참 놀라운 발견’이라는 부제를 밝힌 파일럿 프로그램 은 정작 무엇을, 지금, 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깊게 고민하지 않은 듯 보였다. 팬클럽과 축가, 퍼포먼스, 금지곡으로 나뉜 카테고리 사이에는 연결 고리가 전혀 없었으며, 퀴즈 또한 ‘다음 중 실제로 존재했던 팬클럽은?’, ‘씨스타의 웨이브가 돋보인 춤의 이름은?’ 등 다소 생뚱맞은 내용으로 출제됐다. 접근 방향은 무난했으나 과정은 안일했던 셈이다.

심지어 은 과거의 영광을 이야기하기 위해 현재의 아이돌들을 들러리로 삼았다. 토크 대부분은 팀의 추억에 할당되었고, 카메라는 그에 대한 팀의 리액션을 중점적으로 포착했다. 씨스타의 효린과 소유가 ‘러빙 유’ 무대를 선보이거나, 걸스데이의 민아와 유라가 “막내의 임무로 하나 준비했습니다. 예쁘게 봐 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울릉도 트위스트’, ‘빙글빙글’ 등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 역시 선후배 간의 격차를 강조한 모양새가 되었다. 결국 이 프로그램에서 과거와 현재는 만남을 넘어 소통하는 데 실패했다. “선배님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우리는 정말 편한 환경에서 음악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게 다 선배님들 덕분이다”라는 은지원의 소감이 공허하게 느껴졌던 이유다. ‘가요계의 전설’을 향한 찬사 이상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방송이라면, 한 회만 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