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가 있습니까. “작은 조약돌이 되고 말았네. 잔물결에도 휩쓸리는. 험한 산중 바위들처럼 굳세게 살고 싶었는데”라는 첫대목을 듣고 글썽거리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9와 숫자들의 새 앨범 는 도무지 밀쳐 둘 수 없는 감정들을 소환하는 음반입니다. 잔물결처럼 싱글싱글 흘러가는 기타는 흐느끼는 법이 없고, 입김처럼 내뱉는 목소리는 좀처럼 흥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울컥하는 것, 뭉클한 것, 코 끝이 찡해서 미간에 힘을 주는 것은 온전히 듣는 사람의 몫으로 남겨집니다. 앨범의 첫 곡인 ‘눈물바람’이 하필 “울어 버릴 거예요, 난”이라는 선언으로 시작하는 건 우연이 아니지요. 수더분한 옛날 밴드의 사운드를 그리워하고, ‘과수원길’이 반사적으로 길어 올리는 향수에 젖고, 핀셋으로 골라서 붙여 넣은 것 같은 단어들에 발부리가 채이다 보면 한숨이, 혹은 눈물이 흘러 나오고야 마는 것입니다.

흐르는 것은 결국 고이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고인 자리의 바닥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9와 숫자들의 노래들이 고이고, 쌓인다면 그건 마음속의 어딘가가 움푹 낮아져 있다는 증거인 셈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노래는 감히 치유하거나, 섣불리 위로하는 대신 그 웅덩이를 우리가 스스로 발견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냥 달콤하고 쌉싸레한 조약돌을 하나 던져 기어이 그 자리에 발이 빠지게 만들어 버리거든요. 더 미루지 말고, ‘모두 검게 칠해’버리기 전에 우리를 다독거려주라는 느른한 응원이지요. 그것마저 유예시킬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글. 윤고모 nin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