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가 인의가 되는 데 필요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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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제의 문제점을 주장하되, 신분제를 넘어서는 것은 개인의 노력과 운이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신분에 구애받지 않는 세상이라는 테마는 이병훈 감독의 일관된 테마고, 자유롭게 사는, 또는 살고픈 여성들과 한 남성의 이야기로 묶어내는 것은 그가 에서 선택한 새로운 이야기의 방식이다. 그러나, 달라진 이야기가 전달하는 것은 오히려 퇴행에 가까운 메시지다. 마의가 인의가 되려면 재능과 인품은 물론 여자를 사로잡는 매력을 가져야 하고, 그를 돕는 여자들도 궐 밖에서는 좀처럼 허용되지 않는 자유와 능력을 모두 갖춰야 한다. 이병훈 감독은 에서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위대한 개인을 보여주었고, 에서는 수라간을 통해 지도자의 교체를 통한 정치와 시스템의 개혁 가능성을 제시했다. MBC 의 이산(이서진)은 정책 변화를 통한 국가의 개혁을 말했고, 에는 신분제의 모순을 견디지 못한 천민들의 저항을 그렸다. 그것이 성공적이냐를 떠나 이병훈 감독은 신분제를 비롯한 사회 개혁에 대한 시선을 점점 궐 안의 개인에서 궐 밖의 세상 전체로 확장시켰다.
고시생 자수성가 이야기의 다른 버전
, 마성의 초인이 되어야 사는 남자" src="https://img.tenasia.co.kr/photo/202001/2012112812250428656_3.jpg" width="550" height="310" />
반면 는 다시 모든 문제를 궐 안의 개인의 노력으로 돌려놓았다. 단지 궐 안의 의원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니다. 현종과 고주만은 계속 개혁을 이야기하지만, 18회가 지나도록 그들의 개혁안은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인사를 등용하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에 그친다. 그에 따라 고주만의 반대편에 있는 이명환 역시 백광현을 방해하는데만 집중하고, 이야기의 초점은 백광현이 얼마나 초인적인 능력으로, 어떤 여자의 도움과 행운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느냐에만 맞춰진다. 이명환이 살아있는 한, 또는 그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지 백광현은 계속 위기에 처할 것이고, 그를 둘러싼 세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과 은 주인공이 성장하는 동안 수라간이, 또는 이산을 둘러싼 정세가 조금씩 바뀌었다. 그러나 는 모든 성공에 필요한 노력도, 결실도 백광현에게 돌아가도록 한다. 그 외에 궐 밖에 있는 마의들의 삶은 변하지 않는다. 백광현의 출생의 비밀을 빠르게 몰아붙인 아역 시절을 제외하면, 는 마치 일일 드라마처럼 착하고 능력 있는 주인공의 수난과 극복만을 반복할 뿐이다.
그래서, 백광현이 여성들의 도움을 받아 의원에 한 발짝씩 다가가는 과정은 회가 거듭될수록 신분의 벽을 깨는 것이 아니라 자수성가한 고시생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착하고 잘생기고 능력도 좋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운 고시생이 부유한 여성의 도움을 받아 성공한다. 이런 고시생의 합격은 그 자체로는 좋은 일이겠지만, 그것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뛰어난 능력과 좋은 운까지 가진 개인의 미담일 뿐이다. 그것으로도 볼만한 재미는 있다. 일일 드라마가 여전히 재미있는 것처럼. 하지만 이병훈 감독이 할 수 있었던 것이 과연 그것뿐이었을까. 과 은 시청자들에게 공정하고 의로운 사람에 대한 희망을 주었고, 은 무엇인가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는 무엇을 남길까. 멋진 남자와 여성이 사랑하고 성공하는 이야기가 남았다고 해야 할까. 물론, 그 주인공이 내가 될 가능성은 0%겠지만.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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