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흔일곱. 그에게 연기 인생이란 결코 쉽지 않았고, 많이 돌고 곱씹어서 가야 했던 길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연극반을 들어가며 처음 연기와 마주한 그는 서울예술대학의 연극과를 졸업했지만 서른아홉이 되던 해인 2004년에야 영화 를 통해서 데뷔할 수 있었다. 멀리 돌아 다시 맨발로 연기를 시작하면서 그는 욕심내기보다는 순간에 몰입하며 스스로를 다지며 지금에 이르렀다. 애쓰고 힘내어 여기까지 온 시간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의 연기 인생에 대해 스스로 확신에 찬 목소리로 “나는 아는 게 이거(연기) 밖에 없거든요”라 말하는 배우 조성하는 마치 하나의 재료로 꼼꼼하고 옹골차게 만들어지고 있는 옹기 같다. “작품을 하면서 나쁘건 좋건 어떤 피드백을 받게 되고, 새로운 만남이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행복”이라며 여전히 연기에 대해 순정을 펼치는 그가 연기와 함께 지나온 자신의 청춘을 떠올리며 ‘내 청춘의 한 자락이 떠오르는 노래들’을 추천했다.
조성하가 첫 번째로 추천한 곡은 Jason Mraz의 < We Sing. We Dance. We Steal Things. (Korea Tour Edition) >에 수록된 ‘Lucky (Feat. Colbie Caillat)’다. Colbie Caillat과 함께 부른 이 곡은 Jason Mraz 특유의 감성적인 노랫말과 그의 기타 연주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곡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수많은 커버버전을 양산해 내기도 했다. “사랑에 관해 노래하는 Jason Mraz의 음악을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Lucky (Feat. Colbie Caillat)’는 ‘널 만난 건 행운이었어’ 라는 내용의 가사잖아요. 우리 집사람을 만난 그 순간들을 생각나게 하는 노래예요. 듣고 있으면 아내에게 당신을 만난 것이 내겐 행운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하하하.”
“시대를 막론하고 여러 노래를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자주 듣는 곡은 싱어송라이터들이 짓고 부른 편안한 곡”이라는 그가 두 번째로 선택한 추천곡은 김광석의 5집 에 담긴 ‘먼지가 되어’다. 마치 한 편의 시를 옮겨 놓은 듯한 가사가 특징인 ‘먼지가 되어’는 최근 Mnet 에서 참가자 정준영과 로이 킴이 다시 부르며 음원 사이트의 상위권을 점하고 있는 곡이기도 하다. “김광석 노래를 십팔번으로 많이 부르는데 우리 집사람이 목소리 톤이나 노래 색깔 같은 것이 나하고 가장 잘 어울린다고 한 곡이에요. 그래서 쭉 열심히 불러오고 있어요.”
청춘의 한 자락이 떠오르는 노래들을 고르던 조성하가 입대 추억을 떠올리며 소개한 세 번째 추천곡은 김민우 1집 의 ‘입영열차안에서’다. 작곡과 편곡에 윤상이 참여한 이 곡은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와 함께 군입대 전 꼭 부르고 떠나는 노래로 손꼽히는 곡. 조성하 역시 “정말 입대를 앞두고 안타깝고, 슬퍼서 늘 불렀던 노래예요”라며 지난 추억을 회상했다. “그리고 일단 노래를 참 잘하시잖아요, 김민우 씨가. 가장 애창하는 노래 중 하나예요.”
조성하가 네 번째로 추천한 곡은 김현식의 3집 의 타이틀 ‘비처럼 음악처럼’이다. “이 곡은 역시 분위기죠. 비 오는 날. 이건 뭐 거의 뭔가 촉촉한 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붙잡고 눈을 마주 보며 괜히 한번… (웃음)” 다채로운 사운드의 음악을 시도하며 1980년대 한국 대중음악 계의 한 획을 그은 김현식에게 조성하는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김현식 씨 노래는 정말 다 좋아요. ‘사랑 사랑 사랑’도 엄청나게 좋아하고요. 부르는 건 ‘이별의 종착역’을 가장 많이 불러요. 노랫말이 가장 와 닿더라고요.”
조성하의 마지막 추천곡은 바비 킴의 < Love Chapter 1 >에 수록된 ‘사랑..그 놈’이다. “들을수록 매력이 있는 곡인 것 같아요. 나의 젊은 시절을 생각나게 하기도 하고요. 뭔가를 좀 멋있게 해보고 싶어서 했는데 그게 웃음거리가 되고 마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던 젊은 날의 내가 생각이 나요. 젊은 시절, 아직 경험이 별로 쌓이지 않았을 때 자꾸만 맡게 되던 힘든 상황들. 그러면서도 또 계속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대시를 하고. 젊을 때의 내 모습을 보는 듯한. 실패했던 사랑들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그때가 생각나고 가슴은 아프지만 듣고 있으면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글. 이경진 기자 twenty@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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