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선발 10승에 신인왕이 목표죠.”
– 류현진, 데뷔 직후 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시즌 목표는 10승”
– 류현진, 데뷔 시즌 투수 3관왕을 한 뒤 과의 인터뷰에서

“(올시즌 목표는) 10승이다. 작년, 재작년에도 그랬는데 항상 시즌 초에는 10승을 목표로 시작한다.”
– 류현진, 2008년 과의 인터뷰에서

“예상 승수는 10승. 아직 시즌 전이니까 이 정도부터.”
– 류현진, 2011년 와의 인터뷰에서

꼭 10승합시다.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
류현진
류재천: 류현진의 아버지. 큰 아들 류현수의 이름은 작명소에서 지었던 그는 둘째의 이름은 돌림자 현에 직접 ‘떨칠 진(振)‘을 골라 류현진으로 지었다. 아들의 미래를 예언한 작명이었던 셈. 류재천은 형제를 틈만 나면 야구장에 데려갔고, 류현진은 자연스럽게 야구를 좋아하게 됐다. 초등학교 4학년에 야구를 시작하며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던 그는 1년 뒤 키가 크면서 투수를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야구에 재미를 느꼈다 . 류재천은 아들을 위해 옥상에 공을 던질 수 있는 그물망과 야간훈련용 조명을 설치했고, 마당의 배나무에 고무줄을 묶어 어깨 강화를 위한 훈련을 시켰다. 좋아하는 스포츠를 아들이 좋아하게 만들고, 훈련을 함께 하며 자식의 성장기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으니 아버지로서 모든 것을 이뤘다고 할 수 있을 듯.

이재원: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류현진의 고향팀인 SK와이번스가 선택한 1차 1지명 선수. 고향 출신 중 한 명을 먼저 선발할 수 있던 당시 드래프트 제도에 따라 SK와이번스는 고교 에이스 류현진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SK와이번스는 이재원을 선택했고, 2차 1지명권을 가진 롯데자이언츠도 류현진 대신 나승현을 뽑았다. 류현진이 고향팀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은 부상전력이 큰 영향을 끼쳤다. 1학년 때 미추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4연속 등판하면서 팀을 결승에 올렸지만 무리한 등판 탓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그는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1년 동안 가는데 2시간 20분씩 걸리는 서울의 병원에서 재활을 받았다. 인생의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순간, 재활을 위해 1년을 참아야 했던 것. 다행히 재활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얼마 후 고향팀에게 선택받지 못한 결과에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언론은 그보다 다른 선수들을 주목했고, 한화이글스도 그를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하지는 않았다.

고 최동원: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두 명 중 하나. 한화 이글스의 투수코치로 있던 당시 류현진에게 빨리 기회를 주자고 주장, 데뷔 직후 1군 선발투수로 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한 류현진의 주무기 중 하나인 체인지업은 같은 팀 선배인 구대성이 전수했고, 정민철은 패배했을 때 빨리 잊어버릴 수 있는 마음가짐에 대해 조언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그의 투구폼, 구종, 정신력 등에는 이들의 도움이 컸다. 류현진 역시 “선배들에게 많이 배웠다”면서 “다른 팀에 갔더라면 지금처럼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류현진은 입단 당시 15번을 달았지만 해외에서 뛰던 구대성이 한화이글스로 돌아온 후 99번으로 바꿨다. 그 때는 특별한 의미가 없었지만 이후 1999년 한화 이글스의 우승을 재현하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지금 그의 99번은 야구 등번호에서 가장 높은 수, 전설적인 선배들의 모든 장점을 흡수한 완성체로서의 99번은 아닐까.

김인식: 류현진의 데뷔 당시 한화 이글스의 감독. 그를 과감하게 선발로 기용했고, 류현진은 2006년 데뷔와 함께 방어율, 탈삼진, 다승 삼관왕은 물론 MVP와 신인왕까지 싹쓸이하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겼다. 류현진은 김인식이 “에이스는 늘 의연해야 하고 어떤 상황이든 팀원들에게 믿음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하지만 김인식은 어린 에이스를 너무 믿은 나머지 데뷔 직후 2년 연속 200이닝 이상을 던지게 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팔꿈치 부상이 있는 투수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에게 구단이 160이닝으로 투구를 제한시킨 것과 대조적인 선택. 류현진은 데뷔 후 5년간 960과 1/3이닝을 던졌고, 그 외에 각종 국제대회에 나갔다. 결국 2008년과 2009년은 팔꿈치 통증을 참으며 뛰었다. 반대로 시즌 뒤 푹 쉬고 맞이한 2010년에는 방어율-탈삼진 1위, 다승-이닝 2위 등 2006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남겼다. 겉으로 보기에는 데뷔 후 승승장구하는 에이스였지만, 사실은 버티고, 견디고, 심지어 쉬지도 못한 의연한 에이스였다.

강민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결승에서 호흡을 맞췄던 포수. 류현진은 결승에서 강팀 쿠바를 상대로 뛰어난 피칭을 선보이며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류현진이 선수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꼽은 이 게임에서 그는 데뷔 3년차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상황에 따른 적절한 완급조절로 완투에 가까운 투구를 선보였다. 류현진은 “데뷔 시즌에는 무조건 세게만 던졌다”고 할만큼 2년차부터 완급조절에 눈을 떴고,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기 위해 원스트라이크 원볼에서는 가장 강한 공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할 만큼 상황에 따라 다르게 투구하는 법을 익혔다. 팔꿈치 수술 이후 한 시즌을 버티기 위해 전력 피칭을 하지 않을 때는 팔꿈치 근육의 이용강도를 떨어뜨리는 방법을 터득했으니, 시련을 발전의 계기로 삼은 셈. 하지만 그는 “멋있기 때문”에 탈삼진 타이틀에 가장 애착이 많고, 새 구종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공을 던지고 싶냐는 질문에 “170km짜리 직구!”라고도 말했다. 라면만 먹어도 즐거워지는 얼굴순한 몸을 가졌지만 마음속에는 승부욕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에이스 중의 에이스.

김광현: SK와이번스의 투수. SK와이번스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류현진을 지명하지 않은 것은 이후 고교 에이스인 김광현을 입단시킬 수 있다는 고려도 작용했다. 김광현은 기대대로 성장, 류현진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이자 라이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류현진과 김광현은 잘 던진다는 것 빼면 모든 면에서 다르다. 김광현이 날렵하다면 류현진은 듬직하고, 김광현이 다이내믹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가 주무기라면 류현진은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한 완급조절에 능하다. 또한 류현진은 발달된 비곡근을 바탕으로 중심이동 속도를 빠르게 가져갈 수 있고, 몸전체를 잡아당기는 힘도 좋아 강한 탄성으로 공에 체중을 실을 수 있다. 비복근과 골반의 비율도 이상적이어서 하체의 안정성이 좋아 이상적인 투구폼이 가능하다. 한국 야구사상 최고의 투수 두 명 중 또 다른 하나인 선동렬 기아타이거즈 감독도 류현진의 장점을 “하체 중심을 충분히 이용할 줄 아는 것”과 “하제의 중심이동과 팔의 릴리스 각도와 포인트가 일정”한 것을 꼽았다. 겉보기엔 순해 보여도 그 몸이 보통 몸이 아니라니까.

한대화: 전 한화이글스 감독. 2011년에는 전력의 약세를 딛고 후반기 선전을 이끌어내며 야왕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하지만 2012년에는 팀이 꼴지를 기록하며 중도경질됐다. 2011년의 선전이 있었지만 한화이글스의 선수층은 매우 얇았고, 타격과 수비 모두 몇몇 선수들에 의존했다. 그만큼 류현진은 잘 던져도 승리를 못하는 일이 점점 늘어났다. 한대화가 “현진이가 등판하는 날에는 모든 야수들이 바짝 긴장을 한다. 코칭스태프에서도 타자들에게 선취점을 뽑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고 말했을 정도. 하지만 한화이글스는 갈수록 점수는 못 뽑고, 실책은 늘어만 갔다. 그리고 류현진의 한마디. “나도 사람인데, 시합 앞두고선 긴장하기 마련이고, 마운드에 올라가서 위기에 몰리면 더더욱 힘들고 외로울 때가 많다. 일부러 무표정하게 보이려고 연습을 했다. (중략) 마운드에서 표정의 변화가 심하면 타자한테 얕보일 수 있다고 믿는다. 투수한테 중요한 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포커페이스다.”

이대호: 현재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버팔로스 소속의 타자. 작년까지는 롯데자이언츠의 4번타자로, 류현진과 함께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했다. 류현진만큼 유연하고, 류현진보다 더 큰 몸으로 홈런을 펑펑 때려냈고, 현재의 류현진처럼 2001년부터 2007년까지 ‘8888577’위를 기록한 롯데자이언츠의 팬들에게 빛이요 희망이요 메시아였다. 일본에서도 15kg을 감량하는 노력으로 정상권의 타자가 됐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자신과 절친한 선배 중 한 명인 그의 노력을 롤모델 삼아도 좋을 듯. 류현진은 국내에서는 타고난 운동신경과 완급조절의 능력, 직구 평균 속도는 142km대지만 원할 때는 150km이상의 공을 뿌릴 수 있는 어깨 등 모든 것을 갖춘 투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그의 직구 평균속도는 전혀 빠른 편이 아니고, 1번부터 9번까지 더 빠른 공을 더 멀리 쳐내는 메이저리그 타자 앞에서 특유의 완급조절이 어느정도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경기력 향상 코치인 이건영은 그의 멘탈에 대해 “10의 성과를 거두던 선수가 5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보통은 멘탈이 무너져 2~3밖에 하지 못한다. 그런데 류현진은 현실을 재빨리 받아들이고 5의 성과를 거뒀다. 이런 멘탈은 매우 드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그의 나이는 올해로 스물다섯. 이런 몸과 마음이라면, 분명히 희망은 있다.

강정호: 프로야구 넥센히어로즈의 유격수. 왼손으로는 공만 던지고 나머지 생활은 오른손잡이인 류현진이 투수 다음으로 해보고 싶은 포지션은 “왼손으로 공 던지는 유격수”. 그리고 2012년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뛰어난 유격수였던 강정호는 류현진의 올해 마지막 경기에서 스코어를 1:1로 만드는 동점 홈런을 날렸다. 이 날 류현진은 데뷔 후 최초로 10이닝을 던지고, 단 한 개의 볼넷도 내주지 않으며 단 1실점했지만 승리를 얻지 못했다. 류현진은 탈삼진 1위, 방어율 5위의 빼어난 기록에도 데뷔 후 처음으로 시즌 10승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통산 승수는 등번호 99에서 1모자란 98에서 멈췄다. 그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그의 한국프로야구 통산 승수는 98로 그칠지도 모르는 일. 선수층 얇은 팀에서 악전고투했고, 그래도 10승 투수조차 되지 못했다. 그리고 류현진은 투수란 “수비믿고 던지면 안 된다. (중략) 이 타자를 (삼진으로)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고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박찬호: 현재 한화이글스 투수. 메이저리그에서 124승을 올렸다. 올해 류현진과 한 팀에 뛰면서 자신의 구종을 전수한 것을 비롯, 메이저리그 진출에 관한 많은 조언을 했다. 박찬호에게 해외 진출의 노하우까지 배우면서, 류현진은 이제 더 이상 국내에서 배울 것은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류현진은 현재 몇몇 구단이 영입의사를 밝혔고, 곧 그들이 제시한 계약금도 밝혀진다. 어쩌면 기대보다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다. 류현진이 그 금액에 대해 만족할 수도, 국내 잔류를 선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 그가 수없이 노력하고, 견뎠고, 던졌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의 화려한 경력은 고통스러운 과정을 모두 감내한 결과다. 류현진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강속구나 체력이 아니라 그 시간을 견딘 인내심과 인생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해온 노력일런지도 모른다. 내년에 류현진이 서게 될 마운드는 메이저리그일까 한국프로야구일까. 어디서든, 그가 언제나 10승을 거둘 수 있는 투수로 남을 수 있기를.

Who is next
류현진이 진출을 원하는 메이저리그에서 시구를 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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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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