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까당>, 까기만 하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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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까당> tvN 저녁 7시 10분
‘쿨하게 까는 하이브리드 정당’, 줄여서 <쿨까당> 앞에 붙어 있는 ‘시사토크쇼’라는 장르는 이 프로그램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이다. 곽승준 고려대 교수 겸 미래기획위원장이 호스트를 맡아 가상 법안을 발의하고, 몇 명의 게스트들이 출연해 한 가지 시사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발언하는 방식은 분명 토론이라기보다는 중구난방 토크에 가깝다. 수능 날을 맞아 사교육에 대해 논한 어제의 방송 역시 마찬가지였다. 곽승준 교수는 ‘사교육 전면금지 법안’을 발의했으며, 김종배 시사평론가와 황상민 연세대 교수, 코미디언 곽현화 등은 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특히 김 평론가는 “과도한 교육열과 부실한 공교육, 학원 마케팅이 사교육이라는 괴물을 낳았다”는 곽 교수의 주장에 “더이상 사교육을 교육의 논리로는 잡을 수 없다”고 대응하며 각을 세웠다.

그러나 몸 사리지 않고 ‘(상대방 또는 사회, 정책 등을)쿨하게 깐다’는 이 프로그램의 콘셉트는 보는 재미만을 제공할 뿐, 주제를 풀어가는 방식의 안일함과 충돌하며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종배 평론가가 이주호 교육기술과학부 장관에게 일제고사와 입학사정관제의 부작용을 언급하며 태클을 걸고, 이 장관이 당황하는 모습은 흥미로울 순 있으나 보는 이를 교육에 대한 더 깊은 이해로 안내하기엔 역부족이다. ‘두 제도는 학생들을 단순계량화하는 데 그친다’는 지극히 기본적인 비판에서 논의를 마무리 지었기 때문이다. 또한 방송은 사교육 전문가를 초대하고도 대학 구술 고사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것 외에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내지 않았으며, 마침내는 “사교육이 필요없는 공교육을 만들자”는 한층 더 두루뭉술한 결론을 내렸다. 예리한 현실 인식도, 귀를 기울이게 할 만한 정보와 분석도, 촌철살인의 한마디도 없다면 이 시사토크쇼를 봐야 할 이유가 있을까. 빤한 말을 듣자고 1시간 동안 TV 앞을 지키는 건 너무나 힘 빠지는 일이다.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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