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친구들이 노력하는 걸 ‘찌질’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이용진 감독이 굳이 힙합을 하고 싶어 하는 루저 캐릭터들을 그린 이유는 뭘까. “사회에 나와 일을 하면서 만난 젊은 친구들에게 공통적으로 감지되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심지어 열심히 하면서도 안 그런 척 하더라고요. (웃음) 열정을 가지고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하는 게 쿨하지 못하고 ‘찌질’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어요. ‘어차피 안 될텐데’ 라고 생각하고, 결과가 안 좋으면 열정 자체가 오히려 초라해진다고 여기는 게 싫었어요.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그래서일까. 영화 속 힙합보이즈는 절대 한숨조차 쉬는 법이 없다. 그저 소소한 ‘저항’을 계속하고, 그게 안 되면 ‘연습’하고, 아무리 사소한 기회라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극적인 구성이 약해진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에너지에 실소하다가도 그래, 저러면 뭐 어때, 라는 생각에 어깨를 펴게 하는 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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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루저들의 좌충우돌 도전기에서 이용진 감독을 제일 닮은 캐릭터를 꼽으라면 우체국에서 소심하게 자기 자리를 찾느라 전전긍긍하던 ‘센스남’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반전. 이용진 감독 역시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다 현실을 선택해 본 사람이다. “꿈을 좇다가 주변에 민폐를 끼쳐가며 자신을 책임 못지는” 사람이 되기 싫어 다른 일을 시작했고, 작년부터 ‘이야기들’이라는 바이럴 마케팅 영상 제작 회사의 젊은 CEO가 됐다. “그래도 영화를 계속 꿈꿨지만, 이제 너무 멀어져 버렸다는 마음이 있었죠.” 그 때 동기가 되어 준 것이 AISFF. 2010년 라는 단편이 AISFF와 일본 숏쇼츠 영화제의 ‘트레몰린 인 아시아’ 부문에 초청됐고, 작년에는 AISFF의 공식 트레일러를 제작했다. 절실한 마음이 통했는지, 올해까지 인연이 이어져 우정사업본부 펀드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게 됐다. 지식경제부 산하 우정사업본부의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육성사업의 일환인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비 2천만 원을 지원받았다. “그렇지만 회사 일은 또 손해를 좀 봤어요. 직원들 도움이 없으면 아마 못 만들었을 겁니다.” 그로서는 제작비보다도 앞으로 1년에 한 편씩은 함께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할 만한 든든한 동료들의 존재를 재확인한 것, 그리고 땅에 단단히 발을 디딘 채로도 꿈을 향해 나갈 수 있다는 용기가 생긴 것이야말로 가장 큰 지원을 받은 셈이다.
글. 김지현 기자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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