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질과 닭대가리 해병대 입소를 명받았습니다"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102307043730202_1.jpg" width="555" height="369" />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이 부부의 로맨스 끝은 어디일까. 더 이상은 못 살겠다며 영옥(김정은)과 수남(신현준)은 이혼 도장까지 찍었건만 돌아오는 길에 영혼이 바뀌어 헤어지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둘의 영혼은 여전히 서로의 몸 안에 있고, 돌아갈 방법은 오리무중이다. 이번엔 삭막한 갈대밭 사이 안산의 어느 해병 훈련소에 함께 군복을 입고 열 맞춰 앉았다. 수남은 복직을 위한 재교육, 여옥은 메이드가 되기 위한 첫 교육 시간이다. “상스러운 욕도 좋고, 인신공격도 좋습니다. 마구 퍼부으세요!” 일일 교관 역의 카메오 박상면이 빨간 모자를 눌러쓰고 호령하자, “즈질”, “닭대가리”, “ㅅㅢㄴ자 ㅅㅢㄴ자 배ㅅㅢㄴ자”, “똥 싸는 소리 하는 인간”이라며 서로 욕을 퍼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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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컷”소리와 함께 김정은의 웃음소리가 현장에 크게 퍼진다. 촬영 순서를 기다리며 신현준과 마주보고 애드리브를 맞추다 웃음이 터진 것이다. “와하하하하” 하는 그녀 특유의 웃음소리에 신현준도 “으흐흐흐흐” 하고 웃는 걸 보니 어느새 둘은 웃음소리마저 닮았다. 대기할 때도 시시각각 김정은을 관찰하던 신현준이 보여준 인어공주처럼 조심스레 손끝으로 땅을 짚고 조신하게 양 발을 모은 자태가 더없이 곱다. 신현준과 김정은, 여옥과 수남이 뒤섞여 있는 듯한 현장에서 모든 사람들은 잘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움직인다. 김정은은 “음- 으음!” 가래 끓는 저음을 내며 수남이 되기 위한 시동을 걸고, 신현준은 촬영장으로 들어오는 지미짚을 보자마자 “어우- ㅈㅢ미ㅈㅢ ㅍ-”이라 외친다. 이런 이들의 모습에 신을 준비하는 스태프들 사이에서는 시시때때로 작은 웃음이 터져 나왔고, 감독은 엑스트라의 작은 움직임에도 “그렇지”, “좋았어”하며 응원한다. 분위기 메이커는 따로 없다. 완성된 촬영을 위해 분위기를 북돋우는 것은 한 사람의 몫이 아니었고, 모든 출연진과 제작진이 수남과 여옥의 끝을 알 수 없는 ‘코믹 액션 멜로 판타지’에 한 호흡, 한 호흡을 보태며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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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경진 기자 twenty@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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