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가 TV로 돌아왔고, 전현무는 KBS를 나왔으며, 택시는 육년 째 주행중이다. “막히는 도로 위, 막힘 없는 토크”를 표방하는 tvN 는 개편과 동시에 김구라와 전현무를 MC로 기용하면서 많은 이들이 다시 한 번 에 집중할 기회를 맞이했다. 김구라-전현무 체제의 의 본격 운행과 함께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두 사람은 여전히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을 자랑했지만, 사뭇 진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간의 시간을 압축하여 전하며 새 출발을 알리는 이들은 이제 막 정제된 기름을 넣고, 엔진오일을 교체하고, 정성껏 세차를 마친 뒤 출발선에 선 새로운 의 모습이었다.활동 중단 전 많은 프로그램을 동시다발적으로 해왔는데, 5개월 만에 새 방송을 통해 간담회를 갖게 되니 소회가 남다르겠다.
김구라: 사실 4~5년 동안 프로그램을 7~8개 정도를 했다. 무지하게 많이 했기 때문에 일에 치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시간적 여유도 있고, 녹화 전날 좀 설레기도 한다. ‘오늘은 과연 그 밀폐된 공간 안에서 어떤 분을 태우고 얼마나 재밌는 이야기를 풀어갈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혼자 여러 그림을 그려본다. 주변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종교만 안 가졌지, 거의 종교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지극히 상투적일 수 있겠지만 이 말만큼 확실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 같다. 살면서 ‘행복하다’는 말을 써본 적이 없는데, 굉장히 행복하다.
전현무는 의 MC 제안을 받았을 때 김구라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전현무: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겪으셨던 일이 워낙 큰일이었기도 하고. 하지만 본성은 선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고, 쉬시는 동안 가끔 통화를 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었던 부분도 있었다. 진심으로 반성하시고, 깊이 뉘우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김구라 “내가 방송을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대중이 김구라의 복귀를 원했고, 방송계에서도 대체할 MC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최근 MBC에서는 복귀시키지 않겠다는 발표를 했다.
김구라: MBC 사장님의 말씀에 대해서는 지난 주 목요일 tvN 녹화가 끝나고 난 뒤에 소식을 듣게 됐다. 사람이기에 섭섭함이 없다면 거짓말이고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 결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tvN이 나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것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이 다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나의 방송 복귀를 아직 좀 빠르지 않느냐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런 의견까지도 반영하는 것이 방송사 사장님의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쉬면서 봉사 활동을 많이 했는데 그런 과정을 통해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방송을 바라보는 부분이 변화한 것이 있나?
김구라: 김종훈 PD가 아까 “‘라디오 스타’는 대체 어떻게 되나, 언제 들어가는 것이냐”고 묻기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리워 하면 언젠간 만나게 되겠지.” 김PD가 “형답지 않은 표현”이라며 웃더라. 요즘은 예전에 쓰지 않던 표현들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방송은 사실 이제 새로운 건 없다는 이야기가 예전부터 나오고 있는 상태여서 근본적인 고민들을 많이 하게 됐다. 이제는 신변잡기적인 웃음은 크게 인기를 얻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방송이 대부분 다 재밌다. 그래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오려면 ‘진정성 같은 것이 담보가 되어야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에세이집 를 보니, 많이 달라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변화들이 특유의 장점을 희석시키진 않을까.
김구라: 사람들이 그런 일을 겪으면 누구나 변할 것이고, 변한 것이 보일 것이다. 잘못을 해서 엄마한테 혼이 났다. 나가랄 땐 나가야지. 그런데 돌아갈 데가 집밖에 더 있겠나. 나가서 몇 시간 배회하다가 들어오자마자 엄마 나 왔어 할 수 있나. 자숙하고 있어야지. 좀 지나면 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부른다. 그래서 저녁 밥상에 앉았는데 그 때 또 시무룩하게 있으면 엄마한테 혼난다. 씩씩하게 밥을 먹어야지. 나도 이런 일련의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지금처럼 언론 앞에 설 때도 그렇고, 당연히 조심스럽다. 아무리 세상 모르고 까불었던 사람이라도 나 같은 일을 겪으면 진중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기본 성향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잘 중화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지상파 복귀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김구라: 나는 시기를 알 수 없다. 요즘은 여유가 좀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급한 마음도 있긴 있다. 그런데 급하게 생각한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김영철이 “지상파 안 가시고 케이블부터 하시면 되나요” 라고 하길래 내가 “야, 목마른 사람에게는 물이 중요하지, 그 물이 에비앙이냐 뭐냐는 중요하지가 않은 거야” 라고 대답했다. 내가 방송을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은 나도 모르게 명언 같은 게 입에서 툭툭 나온다. (웃음)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별로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에 보여줬던 모습을 꾸준하게 보여준다면 또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라디오 스타’에 복귀할 수도 있을까.
김구라: ‘라디오 스타’에 대해서는 소속사와 방송사 측과 전혀 이야기가 없었다. 다시 하길 원하는 대중들이 있다는 것은 안다. 방송사 스태프 쪽에서도 김구라의 동향을 한번 살펴나 보자 정도였고, 녹화를 언제 하겠다는 이야기가 오고간 것은 전혀 없었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건 와 tvN 이기 때문에 그것만 열심히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전현무 “나는 김구라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사람” 처음 또다른 MC가 전현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땠나.
김구라: 처음에는 좀 껄끄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나도 지금 상황이 안 좋은데 이 친구까지 와야 되나?’ 싶었다. (웃음) 전현무는 사실 죄라고 할 것은 없지만, 우리나라 방송 현실이 아나운서가 프리랜서를 한다는 것 자체에 시선이 곱지는 않으니 걱정이 되더라. 사실 전현무가 ‘나댄다’는 표현으로 수식될 정도로 돌발행동을 많이 해왔고, 재기발랄한 면들을 보였는데 분명 나와 상충된 것들이 있다. 이게 아무래도 택시라는 밀폐된 공간이다 보니까, 내가 잘못하다가는 이 친구가 이야기할 때 운전대를 놓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다. 그런데 기우였다. 전현무가 확실히 머리가 좋은 것 같더라. 서로가 받쳐주는 진행의 호흡을 알더라.
벌써 에서의 2MC 체제가 자리를 잡은 것인가.
김구라: 호흡은 사실 자연스럽게 맞춰진 것 같다. 택시는 내릴 수가 없다. 두 세 시간씩 말하다 보면 우리가 지친다. ‘라디오 스타’는 인원과 구조상 말하다 보면 경쟁도 붙을 수 있지만, 는 많이 타봐야 네 사람이고 MC는 둘이다. 워낙 시간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서로 잘라먹고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라, 서로 이야기를 하고 듣는데 충돌하지 않더라. 놀러갈 때, 운전을 번갈아가며 하듯이 우리는 아마 내가 치고 나갈 땐 전현무 씨가 좀 들어주고 전현무 씨가 치고 나갈 땐 내가 좀 들어주는 관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구라, 전현무만의 는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전현무: 기존의 보다는 확실히 MC 간의 밀착된 느낌이 있을 것 같다. 형과 동생 같은 느낌,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정말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느낌으로 호흡을 맞춰가고 싶다. 케이블계의 ‘라디오 스타’로 만들겠다.
김구라: 아무래도 이영자-공형진 콤비와 많이 비교를 하는데, 이 조합도 좋았기에 6년을 끌어갔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나를 비롯한 의 여러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현장성을 살릴 수 있는 즉흥적인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부산에 내려갔을 때 영화인으로서 문성근 씨를 에 초대했는데, 진행하다가 즉흥적으로 소개팅을 추진하려고도 했었다. (웃음) 해보니까 이런 즉흥적인 것들이 좋더라.
전현무는 이번에 프리 선언을 하면서 본인의 성공여부를 얼마나 점쳤나.
전현무: 난 KBS에서 참 많은 혜택을 받았다. 정말 다양한 프로그램을 해봤기 때문에 나의 강점은 ‘다 된다’는 것이다. 모든 게 다 가능하다. 연말 연기대상, 가요대상의 MC도 해봤고, KBS2 에 출연해서 ‘루시퍼’와 ‘7단 고음’ 같은 것으로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게스트 플레이와 MC가 모두 가능한 차세대 유망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웃음) 사실 김구라 씨의 장점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사람으로서는 나만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중간 중간 깐족대기 때문에 김구라 씨가 덜 독해 보이게끔 하는 게 있다. 내가 만만치 않게 미우니까, 그런 걸 좀 분산시키는, ‘라디오 스타’에서의 윤종신 씨 역할을 내가 한다고 보면 된다.
에서는 김성주와, 에서는 전현무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예능 선배로서 두 사람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김구라: 전현무와 김성주 모두 방송을 잘 하는 친구들이다. NBA 농구에 비유하자면 전현무가 약간 흑인용병 같은 스타일이고, 김성주는 백인용병이다. 김성주는 자기 체면을 생각을 좀 하는데, (전현무를 가리키며) 이 분은 체면을 좀 모른다. (웃음)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폭발력이 좀 있는 흑인용병 같다. 반면 백인들은 흑인들에 비해 탄력은 떨어지지만 3점 슛이 정확하다. 김성주는 방송을 정말 잘하는 친구다. Mnet 같은 현장을 컨트롤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데 해내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요즘 새롭게 보고 있다.
를 계기로 두 사람의 방송 활동도 다시 시작됐다. 앞으로는 어떤 일들을 해 나가고 싶은가.
김구라: 늘 ‘내가 뭘 어떻게 해야 되겠다’고 생각해 둔 것은 없다. 이치로라는 야구 선수가 200 안타를 10년 동안 쳤다. 전무후무 한 기록이다. 하루하루 안타를 친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렇게 된 것이다. 물론 방향성은 잡아야겠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하고 쌓이다 보면, 그게 1주일이 되고 1달, 1년이 되고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본다. 전현무나 나나 6~7년 동안 사실 매너리즘에 좀 빠져있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이 가장 파이팅 넘치던 시절의 마인드라고 보면 된다. 시청자들은 다 안다. 그런 시청자들의 눈을 끌 수 있는 진정성, 조합의 신선함, 현장성 같은 것들을 살리고 싶다.
전현무: 체면을 모르는 흑인용병이라는 것이 나만의 무기인 것 같다. 이제 정말 예능판에 뛰어들었는데, 지칠 줄 모르는 흑인용병 같은 MC가 되고 싶다.
김구라:아, 흑인용병에 대해서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웃음) 백인들은 3점 슛이 정확한 반면, 흑인들은 리바운드 같은 것이 좋은 편이다. NBA 마니아여서 그런 비유를 했는데, 정말 폭발력이 있는 친구라는 뜻이었다. (웃음)
사진제공. CJ E&M
글. 이경진 기자 twenty@
편집.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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