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이 미국엔 이런 싸이 없지?” 유치한 줄 알면서도, ‘강남 스타일’의 세계적인 히트가 대한민국을 하루아침에 문화강국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싸이의 2주 연속 빌보드차트 2위 소식에 괜히 으쓱하고 슬쩍 자랑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것도 2000년 ‘엽기가수’로 등장해 2012년 ‘국제가수’로 떠오르기까지 긴 세월 동안 대중의 눈앞에서 산전수전공중전에 재복무전까지 치른 싸이가 미국의 유명 토크쇼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는 모습에 덩달아 흐뭇한 기분을 주체하기 힘들다. 그래서 가 준비했다. 지난 수 년 간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싸이 어록을 정리한 ‘싸이 가이드’, CNN, NBC, ABC 등 지금 싸이를 초대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방송사와 매체를 위한 선물이다. 어쩌면 불가능이 아닐지도 모르는 싸이의 아메리칸 6甲 드림과 싸이를 대표할 만한 다섯 가지 무대 소개도 함께 담았다. 번역은 셀프다.

This is PSY│나 이런 싸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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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스타일’로 싸이를 처음 만난 미국 음악 관계자들이 “케이팝 가수 한 팀을 다 합친 게 네 몸만 하다”고 놀라워했듯 12년 전 한국에서도 신인가수 싸이의 외모는 파란을 불러일으켰다. 재벌 3세설, 고위층 자녀설, 웨이터 출신설, 유흥업소 업주 아들설에 ‘본인이 업주’ 설까지 도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신비주의 노이즈 마케팅의 주인공이 되었던 싸이, 그러나 영화 에 비(Rain)의 아역으로 출연했던 이준은 그를 처음 보고 “와, 부자다!”라고 생각했다니 과연 서울시 서초구 구반포동 95동 107호에서 자란 강남의 아들임을 숨길 수는 없었던 듯하다. 무엇보다 “(여자들이) 웃는 모습이 귀엽다고, 애기 같다고 하더라”는 자신감을 보인 싸이는 나아가 신생아들과 자신의 외모 공통점을 언급하며 “내 몸매도 신생아 몸매”라며 귀여움을 어필했다. 그러나 쌍둥이 딸들이 자신과 닮지 않았으면 하는 것으로는 주저 없이 “외모”를 꼽은 것에서, “저는 귀 뚫으면 저팔계 돼요”라던 싸이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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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공부에는 때가 있다”고 하지만 싸이에 따르면 공부는 때가 없지만 노는 데는 때가 있다. “나이 들어서 공부를 하면 만학도라고 박수를 받지만 늙어서 놀면 노망이라고 한다”는 지론에 따라 음주가무, 잡기, 유흥에 청춘을 불살랐던 ‘밤의 아들’ 싸이는 결혼 전까지 클럽에서 서식했다고 고백하며 “클럽 계단을 내려갈 때 매캐한, 오래된 마른안주 냄새를 맡고 벽 너머로 들리는 드럼 사운드를 들으면 심장이 벌렁벌렁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렇듯 필드에서 다져진 그의 유흥 감각은 퍼포먼스 스타일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데뷔 후 비, 박진영(JYP, 원더걸스의 제작자)과 한 업소에서 댄스 배틀을 벌이던 당시 주차요원 의상과 야광봉을 빌려 착용하고 군중을 압도했던 싸이는 “12시 넘어 10평 안에서 진 적이 없습니다”라는 말로 ‘밤’과 ‘방’의 승자임을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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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서예 학원에 보내 놓았더니 기계로 간 먹물을 친구들에게 파는 데 열중했을 만큼 배움과 담을 쌓았던, 그러나 WWE나 NBA 방송을 알아듣고 싶어 영어공부만은 열심히 했던 싸이는 아버지를 설득해 보스턴 대학교 국제경영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한 달 동안 벼락치기로 토플 점수를 올렸던 그는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설사로 급히 약을 구해야 하는 난관에 부딪혔고, 약사에게 “I have a problem. A big problem. (문제가 있어요. 큰 문제가.)”을 연발한 끝에 “I have a water shit. (물 X 이에요.)” 라는 창의적인 영작을 통해 설사약을 받아내는 기지를 발휘했다. 이후 버클리 음대 1학년으로 학력에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도 수업을 5회 미만으로 출석했고 한인 친구들이 많아 영어를 거의 쓰지 않았다는 싸이, 그러나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한국 속담처럼 중요한 것은 용기와 순발력이다. 요즘 생방송에서도 여유롭게 영어를 구사하는 싸이가 주는 ‘water shit’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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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는 자신이 가장 섹시할 때로 “열심히 공연하다 땀 많이 흘릴 때”를 꼽았지만, 2011년 MBC 방송 중 셔츠 겨드랑이 부분에 짙고 큰 얼룩을 만들며 ‘유전’같다는 반응을 얻은 땀의 흔적은 이후 1년여 동안 싸이를 따라다녔다. 전에 없이 위축된 얼굴로 “거리를 지나가면 행인들이 내 겨드랑이를 본다. 나도 모르게 팔을 딱 붙이게 되고 그러면 더 땀이 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고백했던 싸이는 지난 8월 ‘겨드랑이 땀’의 그림자로부터 해방되었다.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는 Mnet 에서 춤을 추던 중 엉덩이 부분이 흠뻑 젖은 모습 때문에 새롭게 ‘엉덩이 땀’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싸이는 “날이 더워 얼음주머니를 허리에 대고 앉았던 것”이라 설명했으니 ‘?(wet) 싸이~’ 앞에서 웨스트사이드 힙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This is PSY│나 이런 싸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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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기지도, 운동을 잘 하지도, 공부를 잘 하지도, 싸움을 잘 하지도 못했지만 이성의 환심만은 사고 싶었던” 유년기의 싸이는 화술 책을 모조리 읽고 벽, 거울, 나무, 114 안내원과도 대화를 나누며 실력을 갈고 닦은 끝에 비범한 경지에 이르렀다. 마음에 드는 여성과 통화할 때는 “감성이 이성을 지배하는 밤 11시 30분”에 맞추어 1) 첫인사와 안부 및 근황 묻기 2) 성장과정 곱씹어보기 3) 교집합 찾기 4) 공통 관심사를 찾아 물어뜯기 등 치밀한 개요에 따라 대화를 진행한다는 싸이의 전략은 상대가 ‘얘 뭐지?’를 떠올리게 하는 데서 출발한다. 무엇보다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올 확률은 100%다. 비가 올 때까지 지내기 때문”이라는 원리대로 “넘어올 때까지 이성을 공략한다”는 방침을 세웠던 싸이는 2006년 결혼 후 현역 연애계를 떠나 행복한 가정생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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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통지서와 입영통지서를 같은 날 받아 본 적 있냐” 5집 앨범 수록곡 ‘싸군’의 가사다. 싸이는 2003년부터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체 복무했으나 지정업무 외 종사 등의 이유로 현역 재복무를 통보받아 총 55개월 간 복무하며 ‘한 사람, 군번 두 개’의 주인공이 되었다. 싸이는 “훈련소에 두 번 다녀온 것은 핸드폰으로 치면 사람을 초기화 시키는 것이고 컴퓨터라면 두 번 포맷한 상태”라고 표현했지만 군 생활에 대해 “결론적으로 고맙다”고 회상했다. 뛰어난 적응력으로 군 부대 위문공연계를 사로잡고 어린 병사들의 연애 및 인생 상담을 해 주며 ‘밤의 원사’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국군방송 라디오 에서 고정 코너 ‘싸군 상담소’를 맡기도 했다. 한편, 올해 다섯 살이 된 싸이의 쌍둥이 딸은 국군의 날(10월 1일) 태어나 재미있는 인연을 나타냈으며 싸이는 자신이 두 번째 제대하던 날 재미있게 본 악플로 “한국인은 삼세번”을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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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의 공연 목적은 하나, “관객들 본전 생각나게 하지 말자”다. 데뷔 초의 대마초 사건과 군 문제 등으로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는 자숙 기간이 길었던 탓에 지난 12년 동안 제대로 활동한 기간은 3~4년에 불과했던 그에게 “콘서트는 돌파구”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마음 때문에 매번 목숨을 걸게 되었다는 싸이는 공연이 막바지에 가까워질수록 산소마스크로 기력을 보충하고 잠시 멈춰 서서 디제잉을 하는 사이에도 마비된 종아리에 수십 방의 침을 맞아 피를 뽑으며 ‘갈 데까지 가 보자’의 정신을 실천한다. “마이크 하나 쥐어주면 네 시간 동안 지지고 볶고 할 수 있다. 한국 가수가 무대에서 진짜 잘 논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싸이가 월드 투어라도 개최한다면 티켓팅을 놓치지 말라는 얘기다.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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