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이하 GD)은 두 번째 솔로 앨범 < ONE OF A KIND >의 동명의 곡에서 “난 재주 많은 곰, 곰보다 여우”라고 했다. 그 가사 그대로, GD는 지난 19일 라운드인터뷰에서 어떤 질문이든 막힘없이 대답했고 답변에는 여유가 흘렀다. 그러나 그는 음악 없는 삶이 가능하겠냐는 질문만큼은 “정말 모르겠다”, “할 줄 아는 게 없는 것 같다”며 어쩔 줄 몰랐다. 12살에 YG에 들어와 음악을 시작했던 GD는 정확히 10년이 되던 해에 첫 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했고, 다시 3년이 지난 올해 < ONE OF A KIND >로 돌아왔다. 계속 음악을 만들고, 고민하고, 그리하여 보다 자유로워지기까지의 시간들에 대한 이 ‘One of a kind’와의 이야기.3년만의 솔로 앨범이다. 첫 앨범과 비교하면 어떤 기분인가.
GD: 지금은 좀 능구렁이 같아진 것 같다. (웃음) 3년 전에는 그냥 의지만 앞섰던 면이 없지 않았다. 지금 앨범을 들으면… 도저히 못 들을 때가 자주 있다. (웃음) ‘아, 이걸 왜 이렇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두 번째 앨범은 ‘3년 후에 지금 앨범을 들었을 땐 이러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문제점을 많이 고치려고 했고,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도 조금은 터득을 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좀 더 계산적인 것일 수도 있지만 음악적으로나 여러 가지 면에서 예전보단 똑똑해진 것 같다. (웃음)
‘Heartbreaker’의 “나도 어디서 꿀리진 않어”가 ‘One of a kind’의 “예쁘게 좀 봐주세요”가 됐다. 확실히 여유가 생기고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
GD: 아무래도 그렇다. 정말 아직도 어리긴 하지만 한 살, 한 살 먹어갈 수록 변해가고 있다. 앞으로는 아마 더 변하겠지. 아직은 누가 봐도 어른인 상태는 아니지만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어떻게 살아가야겠다는 부분들을 천천히 생각하면서 지내게 된다. 그런 생각들이 뭔가 쫓기는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고, 여유를 주고 있다.
“‘잘 가고 있구나’ 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여유 속에서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세 편의 뮤직비디오 모두 콘셉트가 다르고, ‘크레용’ 뮤직비디오 안에서도 자신을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하는데.
GD: 그게 내용이 좀 뒤죽박죽이긴 하다. (웃음) 처음에 감독님과 의도했던 것은 좀 정신이 이상한 상태에서 꿀 수 있는 여러 가지 꿈들을 그리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해야 할 역할들이 더 많았었다. ‘크레용’이 ‘Crazy+G-dragon’을 줄인 말이니 사람들이 “와, 쟤 좀 미친 것 같아”라고 할 수 있는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는 게 첫 번째였다. 그리고 ‘ONE OF A KIND’는 절제하면서도 강한 느낌, ‘그XX’는 뮤직비디오 안에서 1인 2역처럼 2명의 역할을 하면서 약간 몽환적인 느낌을 담고 싶었다. 세 뮤직비디오가 모두 다른 느낌으로 잘 나온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그만큼 이번 앨범은 자기 자신에게 집중했다고도 할 수 있을까. 이번 앨범에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던 ‘나’는 무엇인가.
GD: ‘잘 가고 있구나’ 랄까. 이번 앨범은 사실 콘셉트가 명확하지 않다. 그냥 스물다섯, 지금 딱 이십대의 반으로 살고 있는 나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보이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살아가는 것. 누구든 이 앨범을 들었을 때 ‘얘가 지금 이런 걸 하고 있구나’ 라는 것을 잘 알 수 있게, 그리고 솔직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전에는 솔직하기 보다는 치밀하게 계획하고 보여주는 것 같았는데.
GD: 예전에는 정말, 굉장히 짜여 있고, 멀게 느껴질 수도 있는 모습들을 지향했던 것 같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웃음) 일부러 그런 느낌을 추구했다. (웃음) 근데 이제는 일부러 막 뮤직비디오 안에서 면도도 하고 그냥 나 혼자 친구들 불러서 어떻게 노는지 보여주는 쪽이다. 그냥 보여주면서 저 나이의 저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지금 잘 하고 있구나 그런 것들을 설명하는 느낌이다.
그러면 < ONE OF A KIND >에서는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그림이 제대로 나온 것 같나.
GD: 그런 것 같다. 빅뱅을 위한 프로듀싱을 할 때는 나 혼자 튄다고 좋은 그림이 그려지는 게 절대 아니다. 각자가 가장 잘하는 것을 최고로 잘 살려서 시너지 효과를 상승시켜야 한다. 그게 팀워크다. 반면 혼자 할 때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상태라 그냥 다 하면 된다. 사실 이런 부분 때문에 솔로 활동 때 더 부담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되니까.
그런 태도를 가장 잘 보여준 곡이 ‘ONE OF A KIND’같다. 컴백을 알리는 첫 곡이 완전히 힙합에 집중한 곡이어서 놀랐다. 사운드도 굉장히 스케일이 크고 공간감이 뚜렷해서 더욱 독특한 느낌이다.
GD: 12살에 YG에 들어온 순간부터 계속 해왔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힙합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솔로 앨범은 좀 더 실험적인 걸 해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욕심도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어렸을 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음악을 하게 된다. 곡을 만들면서 힙합이라는 범주에서 더 재미를 찾으려고 해봤다. 힙합이라는 장르에 대해 사람들이 무겁고 어둡고 지루하게 받아들이곤 하는 것들을 조금이나마 바꿔보려고 계속 이런 저런 시도를 했고, 결과적으로 목소리 뿐 아니라 다양한 소리의 효과들을 생각하면서 그런 사운드를 구축하게 된 것 같다. 이런 시도가 위험부담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솔직히 지금의 내 이미지 때문인지 몰라도 이제는 대중적인 것이든 아니든 내가 하면 ‘아, 저런 것도 있구나’ 하면서 잘 봐주시는 것 같다. 좀 거칠게 말하면 이 곡과 앨범을 통해서 사람들이 ‘아, 이건 정말 쟤밖엔 못 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다.
“결국 음악은 듣기 좋으면 되는 것” GD밖에 못하는, 또는 지금 당신이 추구하는 음악이란 뭘까.
GD: 어느 순간부터 뭔가 새로운 걸 추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것 같다. 새로움이 싫은 게 아니라, 그냥 굳이 꼭 새로워야만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빅뱅이나 내 솔로, 혹은 다른 그룹의 음악을 프로듀싱 하는 것에 있어서도 꼭 각각의 색깔을 모두 다르게 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게 됐고. 요즘은 그냥 노래가 좋으면 되는 것 같다. 어딜 가고, 무슨 작업을 하던 그냥 좋은 노래를 쓰고,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늘 먼저다. 결국 음악은 ‘듣기 좋으면 되는 것’이라는 것, 그런 생각이 들었다.
‘크레용’에서의 “Why so serious?”가 생각난다. 그 말은 사람들에게 하는 말인가, 자신에게 하는 말인가.
GD: 둘 다. 누군가가 날 어떻게 보든 간에 나는 진짜 그냥 나일뿐인데, 하고 싶은 걸 보여주면 너무 진지하게 확대해석을 하는 느낌을 받곤 했다. 그래서 사람들도 이 음악을 그냥 즐겨주면 좋을 텐데, 주변의 다른 것들을 더 부각 시켜 이야기하는 것에 대해 왜 그렇게 심각하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내 자신에게 좀 더 용기를 주려는 말일 수도 있고. 영화 에서 조커가 했던 그 말을 굉장히 좋아한다. 그냥 왠지 조커 얼굴이 생각나면서, 악당이지만 세상에 대해 그런 시각으로 말할 수 있다는 점이 배트맨보다 멋지게 느껴진다.
여러 스타일의 곡들이 수록된 앨범에서 ‘크레용’을 타이틀 곡으로 고른 특별한 이유가 있나.
GD: 솔직히 나는 내 노래니까 다 좋다. (웃음) 무슨 곡이 타이틀이 돼도 좋다. 그런데 사장님께서 “네가 3년 만에 다시 나오는 모습을 제 3자 입장에서 본다면, 노래를 하고 랩을 하고 힙합을 하고… 다 좋지만, 그냥 너만 할 수 있는 신나는 느낌을 타이틀로 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계속 하셨다. 그래서 끝까지 고민하던 중에 ‘크레용’을 작업했다. 사실 만드는데 은근 시간이 많이 걸렸다. 신나면서도 타이틀이 될 수 있어야 하니까 여러 가지를 고민하게 됐고. 테디 형이랑 이것저것 해보면서 고민하다가 잘 안 돼서 손을 살짝 놓고 있다 갑자기 떠올라서 만들었다. 그런 걸 보면 확실히 막 여러 생각하고 곡 만들면 안 되는 것 같고,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밴드 넬의 김종완, 자우림의 김윤아 등이 참여했다. 선배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배운 것도 있을 것 같다.
GD: 당연하다. 선배들이랑 작업하면 진짜 내가 할 게 없다. 내가 쓴 노래지만 이미 다 알고 오시고, 디렉션을 줄 필요가 없다. 다들 알아서 잘 하시니까. ‘아, 그래 선배면 이래야지’ 라는 걸 배운다. (웃음) 다들 내가 원하는 것 이상을 해주시고 가시기 때문에 진짜 할 게 없다. 김윤아 누나와 김종완 형 두 분 모두 정말 독특하고 좋은 음색을 가졌다고 생각해와서, 이번에 같이 작업해주십사 부탁을 드렸다.
같이 작업 하고 싶은 다른 뮤지션이 있나.
GD: 있다. 그러고 보니 나는 희한하게 같이 하고 싶은 분들이 다 김 씨다. (웃음) 저번 앨범에서 김건모 선배님이랑 했었고, 이번 앨범에서 김종완 형이랑 김윤아 누나랑 했고. 이번 앨범에 원래 넣고 싶었는데 곡 자체가 빠지는 바람에 아예 말씀을 못 드린 분 역시 윈디시티의 김반장 씨. 그 분과 한번 해보고 싶어서 작업했던 곡이 있었는데, 부득이하게 이번 앨범에서 빠지게 되면서 아직 말씀을 못 드려봤다. (웃음) 그리고 어린 친구들이랑 작업을 많이 안 해봤다. 아이돌 후배들이라든지… 어린 친구들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또 다른 그림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YG에서 나올 걸그룹과 작업을 해봐도 좋지 않을까.
GD: 나도 재밌을 것 같다. 테디 형 보면서 부러운 게 많았다. 사실 남자가 여자감성으로 노래를 쓰는 게 되게 어렵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난 아직까지도 잘 못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테디 형이 그런 걸 참 잘 하신다. 여자그룹을 프로듀싱하게 된다면 그런 쪽으로 나도 많이 늘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내 공부도 되고 그들에게도 도움을 좀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내가 자신 있을 때, 사람들이 인정할 때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목표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당신은 정점에 올랐다고 할 수도 있다. ‘One of a kind’의 가사 대로 ‘Young and Rich’ 하고 ‘Wild and Young’ 하기도 하고. 그런 인생을 사는 기분이 어떤가.
GD: 내가 늘 말해오는 것이 하나 있다. 사람 일은 모르니까, 언제나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이게 시작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내 스스로 지금이 정점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봐 주신다면 나로서는 ‘그래,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그렇게 되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그렇게 봐 주고 이해를 해 준다면 남들보다 내 꿈을 빨리 이룬 거고 더 큰 꿈을 또 꿀 수 있게 되니까. 그렇지만 항상 그렇듯 내일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닌가. 10년, 15년 후에도 이런 음악들을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 대비를 많이 하게 된다. 난 요즘 솔직히 무대에 오르는 내 모습을 보면 좀 미친 것 같거든. (웃음)
미쳤다는 건 뭔가 흠뻑 빠져있다는 건가.
GD: 맞다. 나쁜 의미가 아니다. 진짜로 막 미쳐서 어떤 느낌이 샘솟듯 나온다는 거다. 무대 아래와는 다른 뭔가가. 무대에 올라가 카메라가 돌면 내 안에서 나오는 게 있다. 그런데 이런 에너지가 언제까지 갈 지 모르는 거니까, 내가 최대한 할 수 있을 때, 내가 자신 있을 때, 사람들이 인정을 할 때 더 좋은 모습을 많이 보이는 게 지금의 목표다. 그리고 앞으로 몇 년 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무대에 서는 모습이 내 눈에 조금이라도 별로면 무대에 안 설 거다. 조금이라도 ‘아, 이거 위험하다’ 싶으면 안 서는 게 맞다. 차라리 그때는 더 음악에 집중을 해서 내가 누군가를 프로듀싱 한다던지 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그렇게 되지 않을까.
정말 ‘Wild and Young’이 당신의 현재 같다. 하지만 스스로 어느 정도 와일드하지 않게 다듬는 부분도 있을 텐데.
GD: ‘Wild and Young’은 내 나름의 인생 모토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모난 애가 되면 안 되는 환경이기도 하고, 어느 정도 적정선을 지켜야 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다듬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마음만은 유지하고 싶어서 싸우고 있는 부분도 있고. 아직은 어리고 혈기왕성할 때니까 그냥 이것저것 해보고 있는 거지만, 앞으로가 걱정인 부분이 분명히 있다. 나이 들고 생각이 많이 변하다보면 너무 뻔하게 가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있고. 그래도 아직까지는 걱정 없이,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다.
권지용이라는 자연인의 삶과 스타 GD의 삶이 균형을 맞추고 있는 것 같나.
GD: 2~3년 전까지만 해도 정말 고민이 많았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태양이나 다른 멤버들도 했던 고민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만약 흔들리거나 위태로워지면 그 이후에는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그런데 답은 그냥 이게 나인 것 같다는 거다. 어디까지가 권지용의 삶이고 나머지가 GD의 삶이라기보다는 그냥 둘 사이의 차이를 최대한 줄이면서 사는 게 내 나름대로의 사는 방식이다. 만약 둘을 구분 지어놓고 살면 되게 슬프고 마음이 힘들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해왔던 일이고, 앞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란 걸 딱 인정하고 거기에 맞춰 살아가다 보니까 시간이 모자를 뿐이지 항상 기분 좋게 항상 살고 있는 것 같다.
음악을 만드는 GD 없는 인생은 상상할 수 없겠다.
GD: 음… 그게. 글쎄. 아, 정말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다. 음악 말고? 일단 난 음악 말고 별로 잘하는 게 없다. 그렇게 된다면, 아… 진짜 어쩌지. 모르겠다.
그럼 지금 참 행복하겠다.
GD: 되게 행복하다. 점수를 매기자면 90점. 내가 나한테 한 마디 한다면, “넌 잘 하고 있어.”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글. 이경진 인턴기자 romm@
편집.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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