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커플에 관한 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오지만 “이거 아직 해?”라고 묻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웨딩 버라이어티 MBC 는 대중의 관심에서 한 발짝 멀어졌죠. 출연진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였던 지난 시즌들을 떠올리면 지금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새록새록 듭니다. 결혼이라는 막중한 인륜지대사를 과감히 타이틀로 내건 탓에 짜고 한다느니 말도 많고 탈도 많긴 했어도 이 프로그램 하나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연예인이 어디 한 둘인가요. 아직도 인터뷰에서 출연을 소망하는 이들이 꽤 많더라고요. 인지도를 높일, 이미지를 쇄신 시킬 절호의 기회라는 걸 다들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여느 프로그램과는 차원이 다른 설렘도 있을 테고요. 어쨌거나 다행히 이번 ‘시즌 4’는 세 팀의 가상부부들이 모처럼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니 새로운 도약을 기대해 봐도 좋지 싶은데요. 윤세아 씨와 줄리엔 강 커플은 연륜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스킨십으로, 황광희-한선화 커플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솔직하고 엉뚱한 화법으로, 또 오연서-이준 커플은 상큼 발랄한 매력을 선보이며 시청자 곁으로 다가왔어요. 그러나 한 배에 오르긴 했지만 세 커플의 속도는 조금씩 다릅니다. 지난 주 방송분만 봐도 오연서-이준 커플은 서로의 존재를 처음 확인한 날인 반면, 황광희-한선화 커플은 신혼집에 막 입주한 날, 또 우결 마을로 가장 먼저 이사를 온 윤세아 씨와 줄리엔 강 커플은 처음으로 함께 요리를 해본 날이었죠. 한두 주 차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꽤 크답니다.
선화 씨, 의외의 마음 씀씀이에 놀랐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야 누구나 무조건 좋은 인상을 주고자 애를 쓰겠죠. 그러나 밖에서의 만남과 달리 집안에서, 한 공간에서 같이 지낸다는 건 다른 얘기가 됩니다. 함께 생활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분쟁거리가 불쑥불쑥 튀어 나오는가하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들도 속속 드러나거든요. 서로의 취향과 성향이 소소하니 다르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될 텐데요. 아마 양보와 타협이 얼마나 조화롭게 오가느냐가 ‘함께 살아가는 법’의 성공의 열쇠일 거예요. 사실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두고 지금껏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지만 여기서 결혼은 그저 상징적인 의미일 뿐이죠. 부모를 포함한 인척관계도 잡다한 대소사도 배제되어있으니 결혼이라기보다는 가상 연애, 더 현실적인 단어를 쓰자면 가상 동거라고 하는 편이 더 맞지 않나요? 하지만 ‘우리 동거해요’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시청자 입장에서 볼 때 의 장점이라면 남을 아껴주고 배려하며 함께 어울리는 법을 터득해간다는 점, 그것이 바로 어른이 되어가는 길임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인데요. 출연자들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그거 하나만 제대로 배운다면 인기도 얻고 삶의 지혜도 얻고, 일석이조가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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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뿐 아니라 시청자도 앙금이 쌓일까 걱정이네요

헌데 복병은 다른 곳에 있었어요.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모르는 것 같은 신부는 오히려 연장자인 윤세아 씨였습니다.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안다고, 궁중떡볶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배려 부족이 엿보였거든요. 우선 세아 씨, 요리를 할 때 초보일 경우 레시피를 프린트해서 조리대 옆에 붙여두고 보면서 하면 편합니다. 그대로만 따라하면 실수를 대폭 줄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하나가 남편이든 남이든, 집에서든 밖에서든 상대방에게 뭘 자꾸 시키는 건 환영받지 못할 습관이라고 봐요. 물론 필요에 따라 한두 번 부탁을 할 수는 있겠죠. 그러나 이번 경우 끊임없이 줄리엔 강을 귀찮게 했다는 게 문제입니다. 워낙 경황이 없는 통에 남편의 표정 변화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실은 많이 편치 않았습니다.
종을 뜻하는 노(奴)자에 마음 심(心)자를 붙이면 성낼 노(怒)가 된다고 해요. 누구나 뭔가를 자꾸 시키면 심사가 꼬이기 마련이라는 뜻인 거예요. 가까이에 있으니 집어 달라, 닦아 달라, 치워 달라, 이렇게 자신에게 뭘 시키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요. 품성이 너그러워서 혹은 마음이 약해서 주문대로 따라 움직여 줄지는 모르나 결국 마음 속에는 앙금이 쌓이지 않겠어요? 남편뿐만이 아니라 시청자에게도 같은 앙금이 쌓여간다는 사실, 잊지 않으셨으면 해요. 방송을 본 후 당연히 변화가 있으리라고는 믿지만 노파심에서 드리는 잔소리예요. 이때껏 연기를 통해 열심히 노력해서 쌓아 올린 좋은 이미지를 한 방에 날려버려서는 안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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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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