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7>, 현재에는 없는 1997년의 매력
, 현재에는 없는 1997년의 매력" /> 15회 tvN 화 밤 11시
시대적인 코드와 남다른 유머센스에 가려져 있었지만, 사실 전체적인 스토리를 진행시키면서 매 회 에피소드로서의 완결성을 갖는 구성의 균형미야 말로 의 가장 큰 미덕이었다. 그리고 시원을 중심으로 한 삼각관계에 결론을 내리면서 동시에 ‘형제’라는 소주제를 병치한 15회의 구조는 이 드라마가 인물들을 연결시키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얼마나 능숙하게 연마 했는가를 보여주었다. 여전히 섬세한 일상 묘사 덕분에 갑자기 불거진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더욱 주목을 받고, 낯선 인물의 이야기에서 윤제의 상황으로 이어지는 감정은 보편성을 획득하며 시청자에게 설득된다. 적어도 인물의 결정과 변화에 대해 이유를 고민하고 전달하려 애쓰는 드라마인 것이다.

그러나 본래의 특기가 무르익고, 갈등이 심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처음의 매력을 잃은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병원 계단이 모든 비밀이 발설되는 운명의 장소로 활용되거나, 새로운 여성들이 무용하게 등장하는 것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니다. 어른이 된 인물들은 서로를 이해하지만 더 이상 공감하지 못하며, 그 단절은 작품과 시청자 사이에서도 똑같이 발생한다. 학찬(은지원)과 유정(신소율)의 이야기는 친구들이 없는 곳에서 진행되고, 윤제(서인국)와 태웅(송종호)의 합의는 시원(정은지)이 모르는 곳에서 결정 된다. 그러는 사이 준희(호야)와 성재(이시언)의 삶은 조연의 것으로 전락했고, 결국 드라마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특정한 인물의 사연으로 범위를 좁혔다. 심지어 직업과 성취로 무장했을 뿐 아니라 더 이상 십대의 감수성이 통용되지 않는 세상에서 완전한 어른의 태도를 보여주지 못하는 인물들은 도무지 감정을 이입할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 십대이기에 많은 것이 용서되듯, 추억과 함께 하기에 용인되는 것들이 있었다. 그것을 포기한 결과가 이런 서먹함이라면, 현재에 응답하지 않는 편이 나을 뻔 했다.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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