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라│My name is...
황보라│My name is...
My name is 황보라. 다들 순 한글 이름이라고 생각하시지만, 사실은 보배 보(寶)에 빛날 라(羅)를 쓴다. 말 그대로 보배롭게 빛나야 할 텐데….. 휴.
1983년 10월 2일에 태어났다. 올해 서른 번째 생일을 맞게 됐는데 특별한 계획은 없다. 그냥 기분전환 삼아 좋아하는 사람들과 샴페인이나 마실까 한다. 아, 만약 생일 파티 자리에 이상형이 나타난다면 바로 대시할 거다. 연애를 안 해본 지 진짜 오래됐거든.
어려 보인다는 건 굉장한 장점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아직은 어린 역할을 더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아직 여자 냄새나는 역할을 해보지 못해서, 그런 것에 대한 갈망은 있다.
MBC 대본을 받자마자 방울이가 갖고 다니는 열여덟 글자 짜리 책 제목을 써서 화장대 앞에 탁 붙여 놨다. ‘무죄자지옥아귀축생수라문전랑당투석서’다. 이것만 달달 외우자고 다짐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까 잘 안되더라. 어차피 방울이가 차차 성장할 테니 나중에 후루룩 말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외우기 어렵다. 그 외에 방울이는 주문도 많이 외우는데, ‘수리수리 사바수리 수수리 사바’ 뭐 이런 게 있다.
초반에는 방울이의 말투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감이 잘 안 잡혔다. 지금은 적응이 좀 된 편이다. “허면”, “그러지 맙시다” 이런 투의 대사들이 많은데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친구들한테 메시지를 보내면서 “허면, 한 번 봅시다” 이런 식으로. 하하하.
초등학교 2학년 때쯤 예쁜 아이 선발대회에 나가서 상을 탄 기억이 있다. 하지만 SBS 이라는 드라마 오디션을 봤을 때는 바로 탈락했다. 그 작품에 필요한 게 좀 꾀죄죄하고 찌질한 캐릭터였는데, 어머니는 나한테 무조건 예쁜 메이크업을 시켜주셨던 거다. 작품 분석이 전혀 안 돼 있었던 거지.
어머니는 원래 부산에 살고 계시지만, 내가 작품을 할 때마다 서울로 올라오셔서 집안일을 봐주신다. 그런데 모든 게 잔소리투성이다. 내 나이가 벌써 서른인데, 늦어도 밤 9시나 10시까지 귀가하라고 하시면 연애를 어떻게 하나! 뭐, 나 같은 딸이 있으면 나라도 그럴 것 같긴 하지만. 헤헤.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름은 핑구랑 핑키. 얼마 전 내가 한눈을 파는 바람에 핑키 발이 에스컬레이터에 끼는 사고가 발생했다. 휴… 내가 조심성이 좀 부족하다. 다행히 뼈가 부러지진 않았는데 앞·뒷발이 다 찢어져서 붕대를 감고 있다. 이 일을 겪으면서 난 엄마의 자격이 없구나 싶었다.
황보라│My name is...
황보라│My name is...
황보라│My name is...
황보라│My name is...
포토라인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나는 항상 한쪽 손으로 다른 쪽 팔을 잡고 있다. 심리학책에서 읽은 건데, 이게 심리적으로 누구한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투영된 거라고 하더라. 그래서 가끔 ‘아, 나는 연예인이라는 직업과 참 안 맞는 아이구나. 아이러니한 일이다’라는 생각도 한다.
책이나 영화 보는 걸 좋아한다. 작품을 고를 때는 표지나 포스터를 많이 참고하는 편이다. 어쨌든 그게 작품을 전부 응축해서 표현하는 거니까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또 하나, 광화문에 있는 씨네큐브에서 하는 영화는 무조건 다 본다. 최근에 본 것 중 가장 재미있었던 영화는 다. 거기 나오는 어린애가 어찌나 연기를 잘하던지, 진짜 소름이 쫙 끼쳤다.
유아인, 고아성과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런데 요즘엔 둘 다 머리가 커져서 나한테 본인들 이야기를 잘 안 한다. 히히.
천호진 선생님께선 나를 진짜 딸처럼 생각해주신다. 2007년 영화 에 함께 출연한 이후로 지금까지 꾸준히 연락하면서 지내고 있다. 지난번엔 선생님께서 여신 가구 전시회에 늦게 도착했는데,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시면서 ‘딸 언제 오나’하고 기다리고 계셨다. 그 모습을 보고 정말 감동했다.
뮤지컬을 진짜 해보고 싶다. 그런데 노래를 못 해서 포기했다. 히힛. 최근엔 에 푹 빠져서 나도 발레를 하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그것도 한순간이더라. 항상 시작은 금방이고, 포기는 빠르다. 아, 음악 영화도 찍어보고 싶다. 에서 줄리 델피가 기타치면서 노래 부르는 모습이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나도 기타를 독학으로 연습한 적이 있는데, 코드를 다 알진 못하지만 몇 개는 칠 줄 안다. 그 힘들다는 F 코드도 짚을 수 있다. (손으로 코드 잡는 흉내 내며) 요렇게! 하하하.
크리스천이지만 점괘를 믿는 편이다. 하하하. 만날 포털사이트에서 운세를 확인한다. 정신력이 약해서 그런 것 같다. 만약 운세에서 행운의 색깔이 초록색과 노란색이라고 하면, 그게 들어간 옷을 입거나 아이템을 착용한다. 별자리운세도 보고 있으면 꼭 “맞아, 맞아!” 이렇게 된다.
귀신이 있다는 생각만 해도 너무 무섭다. 귀신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냥 막 무섭다. 마지막으로 본 공포 영화는 이었는데, 소리가 너무 무서워서 보다가 나와버렸다. 만약 공포영화 캐스팅이 들어온다면 겁먹는 연기는 진짜 실감 나게 잘할 수 있는데! 아니면 좀 재미있는 귀신 역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사실 B급 좀비물이 재미있을 것 같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힘들겠지?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