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종이 땡땡땡, 졸업이 일본이 부른다
한여름 벚꽃이 휘날렸다. 8월 17일 음악 프로그램 < MUSIC STATION >에서 마에다 아츠코의 AKB48 졸업 공연이 열렸다. 마에다 아츠코는 AKB48의 히트곡 ‘Flying Get’, ‘포니테일’을 멤버들과 함께 불렀고, 신곡 ‘유메노 카와’를 노래하면서는 울음을 터뜨렸다. 때 아닌 졸업식 풍경이었다. 그녀는 이어 8월 24일부터 26일까지 AKB48 도쿄 돔 콘서트에 섰으며, 8월 27일에는 아키하바라 전용극장에서 졸업 공연을 가졌다. 8월 가장 뜨거운 이별이었다. 이 자리에서 그녀는 “7년이란 시간이 길었던 것인지 짧았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분명 최고의 7년이었다”란 소감을 남겼고, 팬들은 눈물과 박수로 응답했다. 왜 졸업일까. AKB48은 마에다 아츠코의 탈퇴를 왜 굳이 졸업이란 말로 포장할까. 연습생 제도, 팀별 운영 등 흡사 여고의 클럽 활동을 연상시키는 AKB48이지만 이 졸업 이벤트는 단순히 클럽 활동으로만 보이지는 않았다. 일본의 대중문화에서 졸업은 하나의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일본 대중문화의 흥행 콘텐츠, 졸업
학교종이 땡땡땡, 졸업이 일본이 부른다
영화감독 이와이 ?지가 뮤직 비디오를 연출한 AKB48의 ‘사쿠라노 시오리’는 졸업을 주제로 한 곡이다. 벚꽃을 하나의 키워드로 이별, 출발, 여행을 노래하는 이곡을 이와이 ?지는 유카타를 입고 거리에 나가 노래와 안무를 하는 멤버들의 모습으로 꾸몄다. 아쉬움과 설렘이 교차하고 찬 공기가 남아있는 3월의 하늘이 아슬아슬 흔들린다. 오타쿠 문화와 함께 중고생의 학교 일상을 커다란 텍스트로 삼는 AKB48만의 노래와 영상이었다. 더불어 2009년 겨울 히트곡 ‘YELL’로 주목 받았던 3인조 혼성그룹 이키모노가카리는 졸업이 가장 큰 키워드인 밴드다. 그들에게 처음으로 오리콘 데일리차트 1위 타이틀을 안겨 준 곡 ‘YELL’은 ‘안녕은 슬픈 말이 아니’라고 노래하고, 또 다른 싱글 ‘SAKURA’는 벚꽃의 계절 봄의 꿈과 우정, 그리고 사랑을 회고한다. 2005년 ‘코나유키’가 대히트한 남성 듀오 레미오로멘 역시 비슷한 맥락의 팀이다. 이들의 노래는 매년 3월 전국 중고등학교 졸업식장에서 불리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이런 노래들을 소위 ‘졸업 송’이라 부르기도 한다.
졸업 시즌에 자주 불리는 노래는 어느 나라나 수곡쯤 있다. 졸업에 대한 향수를 그린 드라마나 영화도 어디든 그만큼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졸업에 대한 로망은 유독 남다르다. 3월 벚꽃의 이미지가 유달리 강한 이곳에서 사람들은 졸업과 함께 지나간 시간의 무게를 재고, 다가올 날들의 품을 가늠한다. 삶에서 졸업은 작은 알람이자 계기이며, 시간이 흘러 추억 속에 남아 인생의 책갈피가 된다. 그리고 이 감정의 흔적을 노래가, 드라마가, 그리고 영화가 충실히 담아낸다. 매년 3월이 되면 각종 언론에서 ‘졸업 송 랭킹’이 발표되고, 그 수는 ‘졸업 송’을 하나의 장르로 만들어도 좋을 만큼 많다. 일본 대중문화에서 학원물 콘텐츠가 유독 풍부한 것도 하나의 징표일 것이다. 레미오로멘의 졸업 송 ‘3월 9일’에는 “새로운 세계의 입구에서 깨달은 것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라는 가사가 있다. 이별과 만남, 그리고 과거에 대한 미련과 미래에 대한 희망. 인생의 이 많은 결들을 압축해 제시해 주는 날이 졸업 말고 또 있을까. 일본 대중문화에서 졸업이 하나의 흥행 콘텐츠가 된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