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박 2일’ 강원도 철원 2탄의 마지막 10분은 반전 그 자체였죠? ‘보고 싶다 친구야’가 한 순간에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로 바뀌었으니 말이에요. 이날 아침, 전날 자급자족캠프에다가 요리 경연까지 치러 가며 제작진에게 저녁밥을 만들어주느라 고생한 것에 대한 보답 차원이었는지 보호자 동반이라는 조건 하에 조기 퇴근하라는 뜻밖의 기상 미션이 떨어졌어요. 다들 반색을 하고는 각기 친구며 형제, 동료, 후배를 불러 들여 하나 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는데요. 오전에 퇴근을 하는 건 드문 경우라고 하니 아마 스태프들로서도 반가웠을 거예요. 이른 아침부터 멀리 철원까지 달려와 주신 친지들 모두가 올림픽 축구 한일전이 끝날 무렵 전화를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잠시 잠깐 만약 나라면 어느 누가 토를 달지 않고 그 시간에 달려와 줄지, 또 반대로 나는 누가 부르면 흔쾌히 가 줄지,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되더군요. 어느 쪽이든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보나 안 보나 부스스한 몰골에다가 축구 경기 덕에 체력이 방전이 된 상황, 장거리 운전을 할 일이 막막하지 않겠어요? 부탁을 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진정으로 신뢰하는 사이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겠죠.
김승우 씨의 팔불출 미소가 잊히지가 않아요 그런데 지난 일정이 하도 고돼 목까지 쉬어버린 김승우 씨의 보호자만 한참을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이더군요. 뒷정리까지 다 마치고 김승우 씨만 멀뚱멀뚱 바라보는 스태프들 보기가 민망했던지 김승우 씨가 “기대해도 좋다, 품격이 있는 분이다”라며 자신하긴 했지만 무더운 여름 날 밖에서 누굴 기다리는 것처럼 짜증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어요. ‘품격’이라는 단어로 예상되는 몇몇 분이 진짜 도착한다 한들 심드렁하니 대할 기세들이던 걸요. 저 역시 지루함을 못 견디는 시청자 중 한 사람인지라 채널을 돌릴락 말락 하고 있었는데요. 드디어 김승우 씨의 아내 김남주 씨가 등장하고 김승우 씨가 선물로 준비했다는 스케치북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이벤트가 펼쳐지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폭풍 감동이 밀려오더라고요. 김승우 씨가 요즘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쁘지 싶은 아내를 부를 줄 누가 알았겠어요. 아니, 설마 김남주 씨가 직접 달려 와 줄 줄이야! ‘새’ PD님 얼굴에 번져가던 웃음, 혹시 보셨나요?
물론 너나 할 것 없이 가장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배우자이긴 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김남주 씨는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KBS 에 출연 중이 아닌가요. 우리나라 드라마 촬영이 얼마나 초를 다투는 고된 일정인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더구나 전날 김승우 씨가 자급자족캠프 지원 요청 전화를 했을 당시 잠에 취해 답조차 제대로 못하던 김남주 씨인지라 아무도 예상을 못했던 거죠. 글쎄요. 스케치북에 쓰인 문구는 지극히 평범했다고 봐요. 미사여구도 아니었고 로봇 그림이 그려진 초등학생용 스케치북에 담긴 글이었지만 거기에서 전해져오는 무게는 상당했습니다. “와 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그대는.. 나에게.. 넝쿨째 굴러 들어온 사람!! 사랑해요.” 달랑 여섯 장, 영화 이후 여기서 저기서 자주 재연되어온 장면이었지만 감동만큼은 영화 못지않았죠? 아마 진심이라는 필살기가 들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저는 아내가 자랑스러워서 시종일관 팔불출 모양 웃고 있던 김승우 씨가 지금까지도 잊히지가 않아요.
이 사랑스러운 닭살 부부를 누가 뭐라 할까요?
김승우 씨는 미션을 전달 받자마자 고민할 필요도 없이 아내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가장 가까운, 어떤 부탁을 해도 들어줄 수 있는 친구로 아내만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거죠. 만만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으리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던 거예요. 맞습니다. 위기에 빠져 모든 사람이 외면할 때도 자신을 끝까지 지지해주고, 길을 열어주고 닦아줄 사람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사이, 그게 서로에게 바로 가장 좋은 배우자일 겁니다. 속도보다는 완주가 관건인 인생이라는 마라톤. 우리는 그 외롭고 험난한 길을 함께 달려줄 동반자를 찾아 결혼이란 걸 하게 되는데요. 출발 신호가 울렸을 때의 마음과는 달리 얼마 못 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채 불평만 늘어놓게 되죠.
두 분을 보고 있노라니 농담이라고는 해도 결혼 20주년을 넘기면 나라에서 자동으로 이혼을 시켜야 한다는 둥 허튼 소리나 내뱉어온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더군요. 나는 과연 내 배우자와 눈길을 마주치며, 호흡을 맞춰가며 나란히 달리고 있는 걸까? 힘들어 보이면 기꺼이 부축을 해주고, 힘에 부치면 잡아달라고 스스럼없이 손을 내미는 관계일까? 혹여 질질 끌려가고 있는 건 아닐까?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같이 길을 달리다 문득 아름다운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같이 멈춰서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요. 한낱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해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줄 줄을 그 누가 알았겠어요. 고마운 마음에 김남주 씨의 부탁대로 은 본방 사수를 했습니다. 그러나 김승우 씨의 닭살 돋는 마지막 멘트, ‘왜 이렇게 예뻐’ 탓인지 드라마를 보는 내내 배가 살살 아파오는 게 문제였어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김승우 씨의 팔불출 미소가 잊히지가 않아요 그런데 지난 일정이 하도 고돼 목까지 쉬어버린 김승우 씨의 보호자만 한참을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이더군요. 뒷정리까지 다 마치고 김승우 씨만 멀뚱멀뚱 바라보는 스태프들 보기가 민망했던지 김승우 씨가 “기대해도 좋다, 품격이 있는 분이다”라며 자신하긴 했지만 무더운 여름 날 밖에서 누굴 기다리는 것처럼 짜증스러운 일이 어디 있겠어요. ‘품격’이라는 단어로 예상되는 몇몇 분이 진짜 도착한다 한들 심드렁하니 대할 기세들이던 걸요. 저 역시 지루함을 못 견디는 시청자 중 한 사람인지라 채널을 돌릴락 말락 하고 있었는데요. 드디어 김승우 씨의 아내 김남주 씨가 등장하고 김승우 씨가 선물로 준비했다는 스케치북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이벤트가 펼쳐지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폭풍 감동이 밀려오더라고요. 김승우 씨가 요즘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쁘지 싶은 아내를 부를 줄 누가 알았겠어요. 아니, 설마 김남주 씨가 직접 달려 와 줄 줄이야! ‘새’ PD님 얼굴에 번져가던 웃음, 혹시 보셨나요?
물론 너나 할 것 없이 가장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배우자이긴 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김남주 씨는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KBS 에 출연 중이 아닌가요. 우리나라 드라마 촬영이 얼마나 초를 다투는 고된 일정인지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더구나 전날 김승우 씨가 자급자족캠프 지원 요청 전화를 했을 당시 잠에 취해 답조차 제대로 못하던 김남주 씨인지라 아무도 예상을 못했던 거죠. 글쎄요. 스케치북에 쓰인 문구는 지극히 평범했다고 봐요. 미사여구도 아니었고 로봇 그림이 그려진 초등학생용 스케치북에 담긴 글이었지만 거기에서 전해져오는 무게는 상당했습니다. “와 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그대는.. 나에게.. 넝쿨째 굴러 들어온 사람!! 사랑해요.” 달랑 여섯 장, 영화 이후 여기서 저기서 자주 재연되어온 장면이었지만 감동만큼은 영화 못지않았죠? 아마 진심이라는 필살기가 들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저는 아내가 자랑스러워서 시종일관 팔불출 모양 웃고 있던 김승우 씨가 지금까지도 잊히지가 않아요.
이 사랑스러운 닭살 부부를 누가 뭐라 할까요?
김승우 씨는 미션을 전달 받자마자 고민할 필요도 없이 아내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가장 가까운, 어떤 부탁을 해도 들어줄 수 있는 친구로 아내만한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거죠. 만만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으리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던 거예요. 맞습니다. 위기에 빠져 모든 사람이 외면할 때도 자신을 끝까지 지지해주고, 길을 열어주고 닦아줄 사람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사이, 그게 서로에게 바로 가장 좋은 배우자일 겁니다. 속도보다는 완주가 관건인 인생이라는 마라톤. 우리는 그 외롭고 험난한 길을 함께 달려줄 동반자를 찾아 결혼이란 걸 하게 되는데요. 출발 신호가 울렸을 때의 마음과는 달리 얼마 못 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채 불평만 늘어놓게 되죠.
두 분을 보고 있노라니 농담이라고는 해도 결혼 20주년을 넘기면 나라에서 자동으로 이혼을 시켜야 한다는 둥 허튼 소리나 내뱉어온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더군요. 나는 과연 내 배우자와 눈길을 마주치며, 호흡을 맞춰가며 나란히 달리고 있는 걸까? 힘들어 보이면 기꺼이 부축을 해주고, 힘에 부치면 잡아달라고 스스럼없이 손을 내미는 관계일까? 혹여 질질 끌려가고 있는 건 아닐까?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같이 길을 달리다 문득 아름다운 무언가를 발견했을 때 같이 멈춰서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요. 한낱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해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줄 줄을 그 누가 알았겠어요. 고마운 마음에 김남주 씨의 부탁대로 은 본방 사수를 했습니다. 그러나 김승우 씨의 닭살 돋는 마지막 멘트, ‘왜 이렇게 예뻐’ 탓인지 드라마를 보는 내내 배가 살살 아파오는 게 문제였어요. 글. 정석희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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