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 데이빗 크로넨버그
“역시 가장 유명한 건 원 테이크로 간 목욕탕 격투 신일 거다. 사실 남자들이 알몸으로 싸우는 게 소위 말하는 ‘개싸움’인데, 합이 다 짜여 있는 액션 신에 익숙해져 있다가 그런 걸 보니 굉장히 쇼킹했다. 배우 입장에서는 다들 알몸인데 안전장치가 하나도 안 보인다는 점도 신기했다. 나 역시 촬영할 때 다치지 않도록 안전장치 같은 걸 하고 있다가도 모니터에 드러나면 빼 버리는데, 대체 그들은 어떻게 그 생동감 넘치는 신을 찍었을까. 또, 비고 모텐슨이 런던에 사는 러시아 사람이라는 설정에 따른 영어 발음과 억양을 맞춰 준비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할리우드는 제작 투자가 미리 끝나는 시스템이라 배우들도 준비에 충분한 시간을 들일 수 있다는 점이 부럽기도 했다.”
병원에 실려 온 14세 소녀가 아기를 낳고 사망한다. 이를 지켜본 간호원 안나(나오미 왓츠)는 아기의 친척을 찾으려다 러시아어로 쓰인 일기장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러시아 마피아의 운전수 니콜라이(비고 모텐슨)와 만난다. 에서도 함께 호흡을 맞추었던 비고 모텐슨의 서늘한 연기가 또 한 번 빛을 발한 영화다.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은 로 6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다.

2007년 | 리들리 스콧
“덴젤 워싱톤은 강직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도 멋있지만 복잡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 더 매력적인 배우 같아요. 에서는 마약 밀매조직 보스이면서도 굉장히 엄격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냉정한 비즈니스맨이기도 한 인물을 연기했거든요. 결국 자신을 추적하던 형사 러셀 크로우와 일종의 우정을 나누고 연대를 맺게 되는 전개도 흥미로운데, 아마 실존 인물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에 이렇게 허구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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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 데이빗 크로넨버그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한 인간의 삶과 그가 속한 사회 안에서 반복되는 폭력의 역사를 그려내는 영화다. 과거에 폭력의 세계에 있었다가 지금은 그것을 감추고 살던 남자가 어떤 계기로 인해 다시 폭력을 수행할 수밖에 없어진다는 틀 자체는 살짝 뻔할 수도 있지만, 관객의 예상 범위에서 벗어난 신선한 연출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사실 이 정도로 모든 뷰에 다 ‘각’이 서 있는 걸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그럼에도 비고 모텐슨이 보여주는 에너지는 압도적이다. 특히 액션 신이 유독 강렬하다.”
가정적인 남편이자 다정한 아버지인 톰(비고 모텐슨), 하지만 잔혹한 살인마 ‘킬러 조이’로 살았던 과거는 사라지지 않고 자꾸 돌아와 그의 현재를 파괴하고,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또다시 살인을 저지르게 되면서 톰의 폭력성은 진화하고 가족에게 전이된다. 존 와그너와 빈스 록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만들어졌으며 와 함께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폭력 연작’으로 불린다.

2004년 | 토니 스콧
“덴젤 워싱톤을 워낙 좋아한다. 절제된 연기 가운데서도 희로애락의 미묘한 지점을 탁월하게 포착해내는 배우다. 극 중 한창 귀여웠던 시기의 다코타 패닝과의 교감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또, 나 는 미장센이 완벽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굳이 신경 써서 집중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시대, 그 공간으로 빠져들게 해주는 작품이다.”
전직 특수요원이었던 주인공이 어린 소녀를 구하기 위해 사건에 뛰어든다는 면에서는 와, 추적 및 복수 과정에서의 터프함에 있어서는 과 함께 종종 언급되지만 고유의 매력은 역시 영화를 짊어진 덴젤 워싱톤에게 있다. 외로운 남자가 순수한 어린아이의 경호를 맡아 차차 교감하게 되는 과정이 잘 쌓아올려진 만큼 이후의 하드코어한 폭주마저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2012년 | 토마스 알프레드슨
“긴 호흡으로 가는 영화를 좋아한다. 사실 는 스파이들의 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오락’ 영화라고 하기엔 좀 불친절하고 굉장히 집중해서 봐야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게리 올드만, 콜린 퍼스, 톰 하디 같은 배우들이 한 작품에서 연기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마지막 즈음에 이중 스파이의 정체에 대한 추리가 ? ? 맞아 들어갈 때는 정말 너무 좋아서 미치는 줄 알았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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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지은 five@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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