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러브>, 누구를 위한 짝짓기인가
, 누구를 위한 짝짓기인가" /> MBC 밤 11시 15분
‘스펙’으로 포장할 수 없는 정글에서 싹튼 감정은 진짜 사랑일까? 는 흥미로운 설정의 힘으로 일단 눈길을 끈다. 사방이 절벽으로 이뤄진 무인도 아구이잔 섬에서 여섯 명의 남자와 네 명의 여자가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모른 채 함께 생존을 도모한다. 뿐만 아니라 열흘간의 정글 생활 후엔 다시 문명 속에서 ‘스펙’을 오픈한 채 4일 간 데이트를 하며 정글에서 느낀 감정을 재점검할 기회를 갖는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커플 매칭 프로그램의 범람 속에서 가 택한 이 전략은 상당히 영리하다. 출연자 당사자에겐 공개되지 않지만 시청자는 알고 있는 정보는 이들의 행동과 선택을 지켜보고 판단하는데 있어 재미있는 요소가 된다. 또한 출연자들이 살인적인 허기와 갈증을 느끼며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하는 정글이 보는 이에게는 문명의 때가 묻지 않는 아름다운 풍광이라는 점에서 SBS 의 ‘정글의 법칙’과 tvN 이 보여준 여행 예능으로서의 가능성 역시 갖는다.

이처럼 는 문명의 기술과 혜택이 없는 공간을 무대로 나름 정교하게 설계된 실험을 통해 작게는 커플 매칭 쇼의 재미와 크게는 인간 심리에 대한 탐구까지 노려볼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하지만 여성보다 많은 남성 출연자 수, 여성들보다 하루 먼저 정글에 도착해 집을 짓고 기다리는 남자들 등 처음부터 불균등하게 설정된 첫 회의 일부 요소들은 프로그램의 시청 자체를 불편하게 만들어 진입 장벽을 높혔다. “정글에서 남자의 경쟁력은 집”이라는 내레이션을 시작으로 생존을 위해 가장 필수적인 식량 사냥과 채집에서도 남성의 주도적인 활약에 비해 여성들은 수동적 응원과 환호로 일관한다. 문명의 조건과 선입견, 그로 인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마련된 정글이라는 무대가 생존 능력을 통해 자신을 어필하는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에게는 더 큰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는 협동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정글에서 경쟁이 불가피한 짝짓기를 시도하는 흥미로운 아이러니를 가졌다. 그러나, 이 흥미로운 설정의 힘으로만 돌파하기 어려운 첫 번째 장애물이 벌써 등장했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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