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쇼> ‘키친파이터’ 올`리브 목 밤 9시
보는 순간 기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마스터셰프 코리아>(이하 <마셰코>)의 세트에서 방송이 진행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서바이벌 요리 경연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올리브쇼> ‘키친파이터’(이하 ‘키친파이터’)는 연예인 버전 <마셰코>라 할 수 있다. 노유민과 이승신, 김지우 등을 비롯한 여섯 명의 연예인들은 매회 미션을 수행해야 하며, 셰프 레이먼 킴과 김호진, 한의사 왕혜문은 누구보다 엄격하게 그들의 요리를 심사한다. 참가자들에게 60분의 요리 시간을 주는 것이나 미스터리 박스를 이용하는 것 또한 <마셰코>의 특징을 그대로 이어받은 부분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탈락자가 나온 후 또 다른 도전자가 합류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요리프로그램의 진행자 자리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 틀을 빌려 왔다고 해서 재미까지 보장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마셰코>가 흥미로웠던 지점은 참가자들의 개성과 인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요리였으며, 이는 그들 각자가 반드시 우승해야만 하는 이유를 시청자들에게 납득시켰다. 반면 ‘키친파이터’는 여섯 명의 연예인들이 왜 요리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맡아야 하는지, 진행자를 뽑는 방식으로 왜 요리 경연을 선택해야만 했는지조차 어필하지 않았다. 그저 양배추 채썰기와 도전자 최고의 요리 만들기라는 의례적인 미션만 제시했을 뿐이다. 전제에 동의할 수 없으니 지나치게 경직된 프로그램 전반의 분위기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심사위원의 굳은 표정과 냉철한 말투는 경쟁에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긴장감 위에 끼얹어져야 할 것일 뿐, 서바이벌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님을 ‘키친파이터’는 간과하고 있다. 입안에서 서걱거리는 설익은 요리처럼, 방송은 아직 자신의 맛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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