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완벽한 여자아이는 처음이다. 학교에서는 수업시간보다 점심시간에 더 밝아지고, 사소한 일로 친구와 이 악물고 싸운다. 아빠에게는 바락바락 말대답을 하고 달려들지만 좋아하는 연예인 앞에서는 바보처럼 울어 버린다. tvN 의 열여덟 성시원은 거의 모든 대한민국 여성들의 학창시절이다. 능청스러운 사투리, 억척스러운 고집은 세상에 둘도 없이 별난 여자아이의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누구나 알고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의 여학생은 순정만화 속의 나풀거리는 소녀보다는 원통함과 다급함으로 점철된 성시원의 십대에 가까운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그 얼룩지고 삐뚤빼뚤한 기억들 때문에 지금의 자신이 완성되었다는 것 또한.
100%에 가까운 성시원의 에너지 마치 타임캡슐처럼 시청자들의 두뇌 속 기억 재생 버튼을 누르는 성시원은 그래서 많은 배우에게 부담스러운 역할이었다. 그저 ‘사투리로 연기하는 드라마’라는 정보만 듣고서 오디션에 참석한 정은지가 덜컥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꾸뻑 인사를 건넬 때, 제작진이 발견한 것은 아마 연기에 대한 재능이 아니라 100%에 가까운 성시원의 에너지였을 것이다. “너어무 감사한 일이죠. 그냥 에이핑크에서 노래하는 애를, 사투리 쓴다고 잠깐 보신 기운만 가지고 보증도 안 된 애를 캐스팅하신 거잖아요. 부담이 얼마나 크셨겠어요. 뭐, 덕분에 저는 인지도가 쪼금…… 올라갔지만. 헤에.” 어른스럽게 감독의 속마음까지 헤아리며 고마움을 전하더니 장난스럽게 검지와 엄지 사이에 작은 공간을 만들어 보인다. 아무리 고운 체로 걸러도 배우와 캐릭터의 차이를 골라낼 수 없을 것 같은 그 표정은 누구보다도 연기하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재산이다. “설명을 들을수록 어디서 많이 보던 에피소드 같은 거예요. 집에서 엄마랑 투닥투닥, 아빠랑 투닥투닥. 거의 동성친구로 지내는 남자 친구들. H.O.T 좋아하는 것만 빼면 그냥 정은지의 얘기더라고요. 시원이를 통해서 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드라마를 하면서 팬들의 마음을 좀 더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손질되지 않은 재료는 제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완성품이 될 수 없는 법. 정은지는 쉽게 이해하고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배역을 몸에 밀착시키기 위해 주어진 행운에 안주하지 않았다. 가사조차 생소한 ‘전사의 후예’를 그룹 활동 틈틈이 연습해 춤과 노래를 뿜어내듯 선보이는 것은 물론 “원래 계속 춤을 추는 건데, 감독님께 제가 말씀드렸어요. 중간에 토니 오빠가 나오면 야가 얼어서 멍하게 쳐다보는 게 맞지 않겠냐고요”라는 예리한 분석을 할 정도로 대본을 고민하는 것은 기본이다. 쉴 새 없이 애드리브를 쏟아내는 이시언(방성재)과 감독이 만류할 때까지 카메라 앞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 가능할 만큼 동료와 호흡을 맞추고, 감히 다가가지도 못할 것 같았던 성동일과는 거칠게 싸우고 나서 진지한 조언을 받을 만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끝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야 마는 성시원처럼, 성취에 대한 자연스러운 노력이야말로 그녀가 타고난 가장 큰 재능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새로 돋은 날개가 찬란하다고 해서, 그녀가 본래의 길을 잊은 것은 아니다. “드라마를 하면서 우리 에이핑크 팬들의 마음을 좀 더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전에는 무대에서 정확하고 예쁘게 동작하는 게 신경 쓰였는데, 지금은 카메라가 저를 안 비출 때는 앞에 와 주신 팬들하고 눈 맞추고, 인사 해 드리는 게 중요해졌어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팬들에게 믿음직한 가수이며, 그룹의 멤버들에게 든든한 동료다. 그리고 하나를 거머쥐기도 어려운 나이, 스무 살에 양손에 쥔 것들을 두루 살필 수 있는 눈을 가졌다는 점에서 그녀는 시청자들에게도 기대를 아낄 이유가 없는 유망주다. 번쩍 빛나고 사라지는 혜성이 아니라 드디어 우리에게 그 빛이 도달하기 시작한 신성일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여태껏 본 적 없는, 친근하고 사랑스러워 손이 닿을 것 같이 가까운 전혀 새로운 별의 탄생을 예감한다.
헤어. 강호 더 레드카펫 / 메이크업. 염가영 / 의상. 베니앤희진
글. 윤희성 nine@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100%에 가까운 성시원의 에너지 마치 타임캡슐처럼 시청자들의 두뇌 속 기억 재생 버튼을 누르는 성시원은 그래서 많은 배우에게 부담스러운 역할이었다. 그저 ‘사투리로 연기하는 드라마’라는 정보만 듣고서 오디션에 참석한 정은지가 덜컥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꾸뻑 인사를 건넬 때, 제작진이 발견한 것은 아마 연기에 대한 재능이 아니라 100%에 가까운 성시원의 에너지였을 것이다. “너어무 감사한 일이죠. 그냥 에이핑크에서 노래하는 애를, 사투리 쓴다고 잠깐 보신 기운만 가지고 보증도 안 된 애를 캐스팅하신 거잖아요. 부담이 얼마나 크셨겠어요. 뭐, 덕분에 저는 인지도가 쪼금…… 올라갔지만. 헤에.” 어른스럽게 감독의 속마음까지 헤아리며 고마움을 전하더니 장난스럽게 검지와 엄지 사이에 작은 공간을 만들어 보인다. 아무리 고운 체로 걸러도 배우와 캐릭터의 차이를 골라낼 수 없을 것 같은 그 표정은 누구보다도 연기하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재산이다. “설명을 들을수록 어디서 많이 보던 에피소드 같은 거예요. 집에서 엄마랑 투닥투닥, 아빠랑 투닥투닥. 거의 동성친구로 지내는 남자 친구들. H.O.T 좋아하는 것만 빼면 그냥 정은지의 얘기더라고요. 시원이를 통해서 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요.”
“드라마를 하면서 팬들의 마음을 좀 더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손질되지 않은 재료는 제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완성품이 될 수 없는 법. 정은지는 쉽게 이해하고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배역을 몸에 밀착시키기 위해 주어진 행운에 안주하지 않았다. 가사조차 생소한 ‘전사의 후예’를 그룹 활동 틈틈이 연습해 춤과 노래를 뿜어내듯 선보이는 것은 물론 “원래 계속 춤을 추는 건데, 감독님께 제가 말씀드렸어요. 중간에 토니 오빠가 나오면 야가 얼어서 멍하게 쳐다보는 게 맞지 않겠냐고요”라는 예리한 분석을 할 정도로 대본을 고민하는 것은 기본이다. 쉴 새 없이 애드리브를 쏟아내는 이시언(방성재)과 감독이 만류할 때까지 카메라 앞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 가능할 만큼 동료와 호흡을 맞추고, 감히 다가가지도 못할 것 같았던 성동일과는 거칠게 싸우고 나서 진지한 조언을 받을 만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끝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야 마는 성시원처럼, 성취에 대한 자연스러운 노력이야말로 그녀가 타고난 가장 큰 재능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새로 돋은 날개가 찬란하다고 해서, 그녀가 본래의 길을 잊은 것은 아니다. “드라마를 하면서 우리 에이핑크 팬들의 마음을 좀 더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전에는 무대에서 정확하고 예쁘게 동작하는 게 신경 쓰였는데, 지금은 카메라가 저를 안 비출 때는 앞에 와 주신 팬들하고 눈 맞추고, 인사 해 드리는 게 중요해졌어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팬들에게 믿음직한 가수이며, 그룹의 멤버들에게 든든한 동료다. 그리고 하나를 거머쥐기도 어려운 나이, 스무 살에 양손에 쥔 것들을 두루 살필 수 있는 눈을 가졌다는 점에서 그녀는 시청자들에게도 기대를 아낄 이유가 없는 유망주다. 번쩍 빛나고 사라지는 혜성이 아니라 드디어 우리에게 그 빛이 도달하기 시작한 신성일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여태껏 본 적 없는, 친근하고 사랑스러워 손이 닿을 것 같이 가까운 전혀 새로운 별의 탄생을 예감한다.
헤어. 강호 더 레드카펫 / 메이크업. 염가영 / 의상. 베니앤희진
글. 윤희성 nine@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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