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 한 마리가 스튜디오로 날아들었다. 단발머리에 하얀 옷을 입은 작은 새는 어느새 폴짝폴짝 스튜디오를 뛰어다니며 카메라 앞에 선다. 지지배배, 지지배배. “어떻게 나왔는지 봐도 돼요?” 찰칵거리는 카메라 소리에 맞춰 쉴 새 없이 지저귀고 더 깜찍한 포즈, 더 다양한 표정을 지을수록 움직임은 가벼워진다. 그렇게 끝난 사진 촬영. 굉장히 즐기면서 찍는 것 같았단 인사말을 건네자 작은 새가 눈을 찡긋거리며 답한다. “매일 매일을 새롭게 다짐하면서 시작하거든요. 오늘도 매니저 오빠와 이야기하면서 또 새로운 다짐을 했어요. ‘더 행복하게 잘 살자!’, ‘맘대로 살자!’ 이렇게요.” 25살의 작은 새, 박진주가 전하는 긍정 복음은 이렇게 시작됐다.

행복한 배우가 되는 길, 믿음

전도는 본인의 믿음으로부터 시작되는 법. 이 긍정 복음의 가장 큰 신도는 박진주, 자신이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고 연기하는 게 좋았던 “미친 수다쟁이” 소녀가 배우의 세계에 날아든 건 그녀에겐 운명이었다. “어릴 때부터 ‘난 앞으로 뭘 해야 할까’라는 생각, 안했던 것 같아요. 물론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도 한 적 없는데 매일 즐겁게 살다 보니까 이 직업을 갖게 된 거죠. 제가 뭔가를 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게 좋거든요.” 박진주는 작은 체구와 달리 유난히 큰 목소리로 쉬는 시간에 노래를 부르고 다닌 소녀였고, 친구들이 짜증 내면 세상에 그런 사람도 필요하다고 웃어넘기는 4차원이었다. 늘 소소한 재미를 찾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해온 그녀는 국어시간에 연극 대사가 나오면 “굳이” 친구들 앞에서 연기로 보여주고 소꿉놀이를 해도 “굳이” 연기를 했던 자신을 기억한다. 그리곤 어깨를 으쓱하며 덧붙인 한 마디. “정말, 배우 안 했으면 안 될 거 같지 않아요?”

스스로 얻은 이 믿음으로, 박진주는 새로운 세계를 자유롭게 날아다닌다. 그리고 힘껏 펼친 날개는 그녀를 배우의 얼굴로 각인시켰다. 영화 속 맛깔스럽게 욕을 하던 어린 진희의 강렬함은 첫 번째 날개 짓이었다. “‘내가 제일 잘 놀아야지. 이 재미가 스크린을 뚫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촬영할 때 대사 외에도 하고 싶은 말이 더 생기잖아요. 그걸 일단 해버려요. 나쁘면 감독님이 빼 주시니까요.” 여고생 인정 역을 맡아 공포의 눈빛을 보여준 영화 에서도 대범한 날개 짓은 유효했다. “인정이 석호(김지석) 오빠랑 비빔밥을 먹고 ‘여자 친구 있냐’, ‘난 걸 그룹 할 거다’라고 한 건 다 저희가 만든 거예요. 정말 재밌었어요.” 신인으로서 무모한 도전일지 모르지만 그녀에겐 순간을 즐길 비법이자 행복한 배우가 되는 첫 걸음이다. “잃을 게 없기 때문에 그냥 막 던졌던 것 같아요. 나중에 뭔가를 얻게 되더라도 그렇게 살고 싶어요.”

“재미없을 땐 억지로 연기하지 않을 거예요”

물론 작은 새에게 배우의 세계는 딱딱한 새장일 수 있다.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진짜 내 감정이 아니라 다른 감정을 일부러 느껴야 하는 거잖아요. 어떨 땐 가짜로 웃어야 할 때도 있고. 참 힘든 일 같아요.”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을 사랑하는 긍정의 힘이 강해지는 건 박진주의 가장 큰 힘이다. “내가 내 안에 제대로 없으면 정말 너덜너덜해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때 마다 ‘나는 그럴 수 없어! 강해져야지!’ 하고 있어요.” 박진주는 앞으로도 스스로를 믿고, 자유롭게 날고, 행복을 찾을 것이다. 재미없을 땐 억지로 연기하지 않을 거라는 그녀의 미소가 왠지 단단해 보인다. 강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강한 거니까. 박진주는 이미 그 진리를 깨닫고 있는 듯하다.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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