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때로는 내가 역마살 끼었나 하는 생각도 드는 거야. 내가 사실 호기심 천국이거든. 이거하면 다른 거 또 해보고 싶고, 다른 거 하면 이런 거 또 해보고 싶고. (중략) 인터뷰 끝나고 나가다 죽어도 난 괜찮아. 열 몇 살 때부터 생각했던 거야. 그냥 열심히 살다 가는 거지, 필생의 과업이 있다는 둥,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해. 솔직히 ‘뮤지컬을 못하다니’ 요런 생각은 좀 날지 모르지. 하지만 예전에도 비행기 탈 때마다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어. 지금 죽어도 뭐 별 여한은 없을 거라구.”
– 이적, < In Seoul Magazine >과의 인터뷰에서
이적
이적
김진표: 이적과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동생. 이적이 앨범을 준비하던 중 당시 고교생이던 김진표에게 합류를 권유, 그의 첫 번째 듀오 패닉을 결성했다. 이적은 공부를 계속하던 어머니와 함께 서재에서 책을 읽던 어린 시절을 보냈고, 밴드 음악을 하기로 결심한 뒤로는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껴 대학 진학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부모님의 설득으로 서울대에 진학했다. 반면 김진표는 재즈를 배우던 도중 갱스터랩에 매료돼 PC통신에서 ‘hammer57‘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며 힙합 음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던 고등학생. 우등생과 열혈의 10대, 또는 비틀즈NWA. 성격도, 성향도 전혀 다른 두 청년이 PC통신 시대의 청춘의 정서를 공유하자 펑크와 모던록, 랩이 뒤섞인 ‘아무도’, 청춘의 방황을 노래하는 ‘달팽이’, 그리고 주류에서 가장 성공한 비주류에 대한 노래 ‘왼손잡이’가 탄생했다. 직접 작사, 작곡, 편곡한 곡에 ‘하지만 때론 세상이 뒤집어 진다고 나 같은 아이 한 둘이 어지럽힌다고 모두가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라고 노래하며 인기 듀오가 된 무서운 아이들의 탄생.

최성원: 전설의 그룹 들국화의 멤버. 그리고 패닉을 데뷔시킨 제작자. 자신이 제작하던 A-teen이라는 밴드와 친하던 이적을 알게 돼 그가 만든 음악들을 듣고 패닉의 제작을 결심했다. 최성원은 단지 상업적인 음악 대신 “가요의 틀에서 벗어난 음악”을 제작하고 싶었고, 패닉 2집을 이적과 김진표의 뜻대로 내도록 하는 기념비적인 결정을 했다. 패닉 활동 도중에도 본명으로 계간지 에 대학만의 청년문화가 없음을 개탄하는 글을 쓰기도 하던 이적은 그는 1집 활동 당시 “쇼 비즈니스계의 안 좋은 모습”을 보면서 “칼날”이 서 있었고, 패닉 2집에서 사회 전체를 비판하며 당시 히트하던 가요의 형식에서 벗어난 음악을 내놓는다. 여기에 김진표는 교사를 ‘일단 때리기만 하는 또 잘못을 모르는 당신은 더럽고 둔한 짐승’이라고 묘사한 ‘벌레’의 가사를 더했다. 언론에서는 패닉의 2집에 대해 “거친 숨소리, 툭하면 욕설”이라는 헤드라인을 달았고, 대부분의 은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 전 세대의 전설과 1990년대의 아이들이 만나 훗날 이적 스스로 “지금 생각하면 참 대견”하다 말한 앨범을 완성했다.

한상원: 그룹 긱스에서 함께 활동한 뮤지션. 엄청난 연주력의 멤버들이 만난 긱스는 상업적인 성공보다 함께 모여 음악을 하는 것이 즐거웠고, 이적은 “밝고 즐기면서 음악을 하는” 멤버들과 음악을 하게 되자 “여기서 갑자기 널 죽여버릴 거야 이런 가사는 쉽게 안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는 사람이 나쁜 일을 했다고 하면 “정말?”보다 “그럴 수도 있을 거 같아”라고 이해하려는 편이고, 스스로 ‘멜랑꼴리’나 ‘센티멘탈’이 어울리지 않으며, “현실과 상상의 균형”을 잘 잡는다는 성격이 긱스 활동을 통해 음악적으로도 살짝 드러나기 시작한 셈. 실제로 당시 한상원은 이적에 대해 “밴드 생활 10년 넘게 한 내가 봐도 (밴드생활) 잘 하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상에 대해 잔뜩 날이 서 있던 청년이 밴드 음악을 통해 보다 세상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정재일: 이적을 비롯한 다수의 음악인들이 “Ctrl+C, Ctrl+V를 해서 옆에 두고 싶다고 한 천재 뮤지션. 긱스를 하며 처음 만나 긱스의 모든 멤버들이 참여한 1집을 비롯, 이적의 모든 솔로 앨범에 참여했다. 특히 정재일이 공동편곡자로 참여한 2집은 이적의 음악 인생에 있어 분기점이라 할만하다. 이 앨범에는 밴드 음악과 일렉트로니카가 섞이고, ‘마른 하늘을 달려 나 그대에게 안길 수 있으면 내 몸 부서진대도 좋아’라 노래하는 ‘하늘을 달리다’와 ‘내가 버린 건 어떠한 사랑인지 생에 한 번 뜨거운 설렘인지’라는 회고가 담긴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가 함께 있었다. 또한 음울한 분위기의 ‘어느 날’은 패닉 2집의 업그레이드 같았고, 잔혹동화 같은 가사에 치밀한 구성과 드라마틱한 전개가 함께 했던 ‘장난감 전쟁’은 이적이 앞으로 들려줄 뮤지컬에 가까운, 화려한 곡들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이적은 과거를 정리하고, 현재를 보여주며, 미래를 암시한 채 청춘의 한 시기를 보냈다. 그 때 그의 나이 만 스물아홉.

제불찰: 이적의 단편 소설집 의 한 편인 의 주인공. “문학이란 어렵고 진지하고 갑갑하다는 생각을 혁명적으로 비틀”어준 프란츠 카프카를 좋아하고, 언젠가 “장르를 알 수 없는 책”을 쓰고 싶다던 그는 을 통해 초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동화적인 이야기 속에 언뜻 드러나는 사회 풍자는 패닉 2집보다 더 풍부해졌고, 문체는 이적이 마치 내레이션을 하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 메시지는 보다 은유적으로 변했고, 서사적인 구성은 더욱 강해졌다. 여러 개의 이야기가 모여 한 권의 책이 됐다는 점에서 은 앨범 같은 작품이었고, 반대로 이적의 음악은 각각의 곡은 물론 앨범 전체에 서사가 있는 이야기꾼의 음악으로 변해간다.

김동률: 이적의 친한 친구 중 한 명. 프로젝트 팀 카니발을 함께 했고, 현재 한 소속사에 있으며, 서로의 앨범에도 참여했다. 김동률은 “좋은 가사를 쓰는 사람은 많아도 발성과 발음까지 고려하는 사람은 몇 없다”면서 종종 이적에게 작사를 맡긴다. 특히 두 사람이 함께 만든 ‘거위의 꿈’은 ‘마법의 성’이후 전 세대가 가장 거부감 없이 함께 부를 수 있는 불후의 명곡. 불같던 10대 시절을 지나 프로 뮤지션이 된 그들이 과거보다는 안정됐고, 미래보다는 불안한 바로 그 시절 절망과 희망의 교차 속에서 절실한 목소리를 담아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라 노래했다. 하지만 선배가수인 인순이가 이 노래를 리메이크하자 보편적인 꿈과 희망을 따뜻하게 노래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또한 ‘내가 미웠지 결국 난 이거밖에 안 돼 보였고 오랜 꿈들이 공허한 어린 날의 착각이었지’라며 청춘의 절망 끝에 구원과도 같은 사랑을 바라던 ‘하늘을 달리다’는 허각이 Mnet < 슈퍼스타 K 2 >에서 부르자 보다 희망찬 느낌이 강조된다. 청춘의 노래는 전세대의 노래로 변했고, 더 많은 대중이 사랑하는 만큼 받아들이게 되는 의미도 달라졌다. 그리고 이적은 30대가 됐다.

강태규: 음악평론가. 동시에 이적이 소속된 뮤직팜의 경영자이기도 하다. 뮤직팜에는 이적 외에 김동률, 이상순, 존 박 등이 소속돼 있다. 이들은 종종 서로의 앨범에 품앗이를 하고, 음악 프로그램에도 함께 출연하곤 한다. 대선배인 최성원의 품 안에서 패기만만한 패닉의 앨범을 만들었던 이적이 음악평론가인 경영자의 지원 아래 마음 맞는 뮤지션들과 함께 하고 있는 셈. 이적은 뮤직팜에서 ‘다행이다’가 수록된 3집, ‘빨래’가 담긴 4집을 발표했다. 두 장의 앨범은 이전보다 더욱 작은 일상과 사랑에 대해 묘사했고, 4집은 아예 한 사람을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을 한 장의 앨범에 담았다. 결혼해서 아이를 가졌고, ‘혀’같은 곡을 쓰는 것이 부자연스러워진 그는 바깥세상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가기 시작했다. 이적의 불같은 청춘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의외로 보일 수도 있는 변화. 하지만 인생의 변화를 속이지 않은 채 자신의 음악을 찾아간 결과다. 그렇게, 이적은 음악과 인생을 같이 걷는다.

김태호: 이적의 공연에 “무도와 함께 같이 걸을까?”라는 내용의 화한을 보낸 예능 연출자. 이적의 3집에 실린 ‘같이 걸을까’는 MBC 의 BGM으로 사용되면서 새롭게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또한 ‘다행이다’는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고, ‘빨래’는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이 노래들은 피아노와 함께 이적의 잔잔한 가사가 곧바로 시작되고, 갈수록 기승전결이 뚜렷한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준다. 과거보다 가사가 다루는 폭은 좁혔다. 대신 곡과 앨범의 호흡은 길어졌다. 록밴드 편성을 바탕에 둔 사운드는 전보다 간결해졌지만 구성은 점점 치밀해진다. 가사가 멜로디가 붙어 시가 되고, 시가 드라마틱한 전개를 만나 뮤지컬이 된다. 그리하여, 과거의 날선 느낌이 사라진 대신 점점 더 폭 넓고 시원해지는 목소리로 한 곡의 드라마를 끌고 간다. 완숙하지만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고, 치밀한 구성 위에 보편적인 감정들을 담아낸다. 촌스럽지 않게 모든 세대가 동의하도록 만드는 이적의 컨템퍼러리.
같이 걸을까

김병욱: 이적을 MBC (이하 의 음악감독이자 고정 출연자로 캐스팅한 연출자. 이적은 이 작품의 내레이션도 맡았는데, 그의 말투는 의 소설 속 화자와 비슷하다. 또한 내레이터인 그의 역할은 노래하는 이야기꾼인 그의 정체성과 어울린다. 전후 이적은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하지만 MBC 에서는 정재형과 함께였고, 에서는 노래를 만들었다. 여러 팀을 만들어 다양한 음악을 했고, 20대 시절에는 예상 못한 활동도 한다. 하지만 그의 모든 삶은 음악을 매개로 통합되고, 그를 비롯한 1990년에 데뷔한 여러 뮤지션들이 음악과 예능을 결합하며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무엇을 말하기 위해 노래하기 이전에, 노래하며 사는 삶. 노래의 이미지가 떠오르면 그에 가장 어울리는 가사를 쓰게 되는 21세기의 음유시인.

유재석: 에서 이적과 처진 달팽이를 결성한 MC. 최근 ‘압구정 날라리’와 ‘말하는대로’에 이어 ‘방구석 날라리’를 발표했다. 에서 이적은 유재석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음악을 만들었고, ‘압구정 날라리’와 ‘말하는대로’는 유재석의 청춘과 그 청춘을 겪은 사람이 지금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눠 담을 수 있게 됐다. 지금 이적은 언젠가는 패닉도 다시 할 수 있고, 김동률과는 여전히 친하며, 때로는 유재석과 선글라스를 낀 채 즐겁게 놀아볼 수도 있다. 거침없던 청춘은 지났다. 감각은 과거와 다르다. 하지만 삶은 계속되고, 노래할 이야기도, 함께 음악할 사람도 너무나 많다. 패기의 에너지는 사라졌지만 완숙함이 빚은 치열함이 그 자리를 채운다. 그리하여, 이적은 노래한다. 도전은 무한히, 인생은 영원히.

Who is next
이적과 ‘어느 날’을 함께 부른 김윤아와 MBC 에 출연한 신승훈이 OST에 참여한 영화 의 전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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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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