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누이 말하지만 김구라의 표현대로 ‘독이 든 성배’다. MBC ‘라디오 스타’(이하 ‘라스’)의 네 번째 MC는 예능인이라면 누구나 꿈꿀 법한 자리인 동시에 어지간한 정신력의 소유자가 아니고선 버티기 힘든 자리다. 그래서 의외였다. 지난해 10월, 성시경의 ‘넌 감동이었어’를 부르며 스튜디오에 등장한 발라드 아이돌, 슈퍼주니어의 막내, 예능계의 원석 규현이 그 잔을 들게 된 것은. 하지만 초반 게스트들에게 독한 질문을 던지지 못하고 망설이다 “좀 더 단호하게!”라는 김구라의 다그침을 받고, 윤종신으로부터 ‘듣보’라는 놀림을 당하던 막내가 이 약육강식 토크의 세계에서 9개월째 살아남아 ‘라스’의 어엿한 기둥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미소년의 외모와 풍부한 음색, 해맑은 미소와 날카로운 독설을 함께 보유하고 있는 신기한 아이돌, ‘독돌(독한 아이돌)’ 규현을 가 만났다.아무도 예상치 못한 ‘라스’ 합류였다. 처음에 어떻게 일이 진행된 건가.
규현: 사실 회사에서는 나에게 예능을 시킬 생각이 없었다. 예전에 MBC 에브리원 을 멤버들과 같이 진행한 적이 있지만 예능 잘 하는 멤버는 나 말고도 많으니까. 그런데 내가 작년 8월 KBS (이하 )에 출연하면서 구라 형과 얘기를 해보니, 형이 2009년 SBS 때 나를 굉장히 좋게 보셨다는 거다. “그 때부터 나는 너를… 이런 일 있으면 가끔 생각을 했다”고 하시는데 좀 신기했다.
김구라로부터 그런 눈도장을 받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나. (웃음)
규현: 그러니까! 사실 그 때 별 생각 없이 나갔다 왔는데 형은 워낙 기억력이 좋은 분이라 나중에 나를 ‘라스’ 쪽에 추천하셨다고 하더라. 하지만 ‘라스’ 쪽에서는 내가 예능 쪽에서 전혀 보여드린 게 없으니까 “규현이 누군데?” 하시고. (웃음) 그런데 에 한 번 위기가 닥치고 또 희철이 형의 빈자리를 채워야 할 때 종신이 형도 나를 추천해 주시니까 같이 한 번 해보자 해서 회사에 연락을 하셨다는 거다. 막상 회사에서도 ‘왜 규현이한테 갑자기 예능을?’ 하고 희한해 하셨지만 내가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라스’ 녹화 전날 밤마다 잠이 안 왔다” 하지만 ‘라스’는 예능 신인이 뛰어들기엔 너무 험난한 정글인데 두렵지는 않았나.
규현: 그래서 예능을 꾸준히 계속 해 온 은혁 씨는 “넌 너무 중간 없이 확 갔어”라고 한다. (웃음) 나도 그걸 알지만 해 보고 싶었던 이유는, 데뷔 6년이 넘었는데 팬들은 나를 알고 몇몇 사람들은 내가 슈퍼주니어에서 노래하고 뮤지컬도 하는 아이라는 걸 알지만 대중들은 내가 누군지도 모른다는 대한 딜레마가 있었다. 노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도 아니고, 요즘에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는 게 추세니까 예능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아무 것도 안 하고 ‘난 안 되겠지’ 하는 것보다, 욕은 장난 아니게 먹더라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임시’ 완장을 차고 첫 녹화를 했을 때는 의욕과 부담 사이에서 마음이 복잡했겠다.
규현: 예능이라는 건 누군가를 웃겨야 하는 영역이니까 기존 활동과는 다른 부담이 있었다. ‘라스’ 녹화 전날 밤마다 잠이 안 왔다. 녹화하는 동안에는 무지 긴장했다가 끝나면 ‘이제 좀 살 것 같네’ 하지만 다음 날부터 일주일 내내 고민하다가 녹화 전인 화요일이면 ‘아, 내일 또 라슨데…’의 반복이었다. 게다가 나는 소심한 A형이라 사람들 반응을 다 보는데, 초반에는 전체 반응을 10으로 놓고 볼 때 욕이 9.5에 나머지 0.5는 무관심이었다. (웃음)
‘무릎 팍 도사’가 막을 내리고 ‘라스’가 확대 편성된 시점에 투입되었다는 면에서 더 부담이었을 것 같다.
규현: 불행일 수도 있지만 다행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원래는 한 번 녹화하면 2, 3주나 길면 한 달 있다가 다음 녹화를 했는데 이제는 매주 해야 하니까 단점이 바로바로 보이고 계속 배울 수 있었다. 짧은 시간 동안 힘들기도 더 힘들고 욕도 배로 먹었지만 덕분에 적응을 좀 더 빨리 할 수 있었다.
어떻게 적응 훈련을 했나?
규현: 예능을 잘 하는 멤버들한테 물어보니 이특 씨는 “게스트에 맞게 분장해, 분장! 스포츠 스타가 나오면 빨간 머리 강백호 분장 하고!” 그래서 특이 형 조언은 듣지 않기로 결심했다. (웃음) 그리고 은혁 씨 얘기를 들으니 “예능 프로그램을 봐라. 추세를 읽어야 한다”고 해서, 일단 ‘라스’를 처음부터 다 보기로 결심하고 1회부터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라스’도 시작은 정말 난장판도 그런 난장판이 없이 엉망이었다. (웃음)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MC 형들이 서로의 장단점을 알고 방송에 살리는 걸 보면서 나도 동화되어서, 그 때는 내가 거기에 없었지만 만약 나라면 어떻게 멘트를 쳤을까 연구하게 됐다.
그런데 반년쯤 지나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듯하자 김구라가 하차하게 됐을 땐 어땠나.
규현: 구라 형은 솔직히 ‘라스’의 핵이기 때문에, ‘아, 이제 좀 시작하려니까 프로그램 없어지나!’ 싶었다. 기사에선 자꾸 다른 형들도 하차한다고 하고. (웃음) 어쨌든 넷이 다시 하게 됐지만 사실 버거웠다. 구라 형은 독설 뿐 아니라 연예계 백과사전 같은 지식으로 어떤 얘기를 심도 있게 파고드는 역할까지 하셨던 분이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게스트 분들이 ‘라스’에 오실 때는 일단 독한 말을 들을 각오를 하시기 때문에 우리가 어떻게 해도 잘 받아주신다는 점이다. 그래서 살았지만 지금도 걱정이 많다. ‘라스 위기설’, ‘규현의 무리수’ 같은 기사만 뜨면 ‘아, 그거 무리수였나?’ 고민하고 다음 주엔 하지 말까 모니터하다가 괜찮다는 반응 보면 다시 하고. 요즘 그러고 있다. (웃음)
“서로 공격하면서 노는 게 슈퍼주니어의 버릇” 요즘은 CG로 악마 표시가 되기도 했던 것처럼 총대 메고 해야 하는 센 멘트들을 도맡고 있는 편이다. 신입 MC, 그것도 어린 아이돌 가수가 김구라의 역할을 물려받게 된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규현: 일단 국진이 형은 얘기를 정리해주는 스타일이시고, 종신이 형은 독설도 하시지만 깐족거리는 느낌이 많고, 세윤이 형도 남에게 독설하는 타입이 아니신데 나는 구라 형을 옆에서 봐 오며 배운 것 같다. 초반에도 해맑게 웃으면서 ‘디스’하는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제작진 측에서도 구라 형 인형을 주시며 “네가 구라 형의 멘티를 자처해라” 하신 거다. 사실 ‘라스’에서 게스트를 공격할 때는 공격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에서 다루지 못하는 직설적인 질문들을 하면서 시청자 입장에서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역할을 해야 하니까. 지금도 약간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지만 좋게 봐 주시는 면도 많은 것 같다.
사실 ‘라스’에 들어오기 전 슈퍼주니어 안에서도 ‘은근히 해맑게 독설하는 캐릭터’로 알려져 있긴 했다. (웃음)
규현: 내가 방송에 그렇게 자주 노출되지 않고 주로 뒤에서 지켜보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런 ‘감’을 느낀 분들은 있겠지만 대부분 모르셨을 거다. 그런데 사실 팀 내에서 나는 굉장히 개구쟁이다. 평소에도 멤버들에게 독설하고 놀려먹곤 했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인 면도 있다. 그렇다고 형들에게 ‘라스’에서 하는 정도로까지 대하진 않았고 적당히, 남자들끼리 노는 그 정도?
‘라스’ 자체가 슈퍼주니어 멤버들끼리 티격태격하며 대화하는 분위기와 비슷하지 않나?
규현: 우리끼리 놀 때는 가끔 그럴 때도 있는데… 우리 멤버들이 또 그렇게까지 막 나가진 않는다. (웃음)
독설에 등수를 매긴다면 역시 본인이 1등인가?
규현: 아, 아니다… 널리 알려져 있진 않지만 예성 씨도 만만치 않다. (웃음) 서로 공격하면서 노는 게 우리끼리는 버릇이 됐으니까.
슈퍼주니어는 예능에 강한 팀이지만 그 중에서도 댄디하고 섬세한 발라드 가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아이돌 이미지를 생각하면 ‘라스’에서 독설을 할 때 망설여지지 않나.
규현: 그동안 내가 왜 아무 방송도 안 나가고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다른 멤버들이 워낙 잘 해서이기도 하고 나름 신비주의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라스’ 초반에는 애드리브가 생각나도 ‘이걸 쳐도 될까’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라스’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은 틀에 박힌 아이돌의 모습이 아니라 유쾌한 진행을 보고 싶어 하실 테니까 최대한 솔직히 하려고 했다. 말하고 나서 집에 갈 때 ‘아…나 그 얘기 편집해 달라고 할까?’ 하면서 고민을 진짜 많이 했지만 그런 적은 없다. ‘라스’ 위기설이 도는 마당에 내 이미지 같은 걸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았다. 특수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라스’를 그냥 토크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소심한 A형’이 처음 보는 게스트들에게 센 멘트나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규현: 사실 악플 같은 건 그냥 버티면 되지만 진짜 힘들었던 건 게스트 분들의 나에 대한 반응이었다. 구라 형이야 전 국민이 인정하는 독설가니까 어떤 말을 해도 “아하하”하고 넘어가지만, 내가 똑같은 상황에서 같은 얘기를 하면 “어? 나이도 어린 애가 왜 나한테 이런 말을 하지?” 라고 느끼실 수가 있으니까. 특히 한 번도 뵌 적이 없거나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이 나오시면 ‘아, 이건 버릇없지 않을까’ 생각해서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멘트를 참는 경우도 많다. 아무래도 이 나이에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기 때문에 수위 조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김숙 씨가 “대기실에서 굉장히 인사를 열심히 하더라”는 얘기를 한 것도 그런 고민의 연장인가.
규현: 사람에게 제일 중요한 게 인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주 촬영 전에 게스트들에게 무조건 인사부터 드리고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선배건 후배건 찾아가는데, 그렇다고 “제가 오늘 좀 심하게 얘기하더라도 양해해 주세요” 하는 건 아니고 “잘 부탁드립니다. 오늘 재밌게 한 번 터뜨려 주세요” 한 다음 녹화 때 열심히 던지는 거다.
“혼자 여행 갈 때는 한 달 전부터 계획을 짠다”
5MC 체제일 때 유세윤과 4, 5인자 동맹을 맺기 시작하면서 캐릭터가 좀 더 생긴 것 같다.
규현: 당시 세윤이 형이 좀 못하고 있었다. 나도 계속 못하고 있었고. (웃음) 그런데 둘이 어쩌다 호흡을 맞췄더니 그게 방송에 되게 재밌게 나가는 거다. 그 다음부턴 내가 뭐만 하면 세윤이 형이 받아주고 나도 세윤이 형이 뭘 하면 받아주고, 그러다보니 그 안 돼 보이던 애들 사이에서 짠한 라인이 만들어진 것 같다. 사실 국진이 형, 종신이 형, 구라 형이랑 넷만 있을 때는 내가 끼어들어 뭘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세윤이 형이 들어오자 뭔가 틈이 생기면서 시너지가 만들어졌다. 그게 정말 고맙다.
‘라스’와 반대 지점에 있던 활동이 출연이었는데, 특히 ‘기억의 습작’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규현: 초반 섭외가 들어왔을 때부터 정말 나가고 싶었는데 마침 대만 활동 중이라 미루고 있다가 출연하게 된 거였다. 너무 하고 싶었기 때문에 뭔가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첫 3주 동안 프로그램 상황 때문에 원하는 걸 하나도 못 했다. 그러다 4주차에 ‘가장 무도회’를 록 버전으로 시도했는데 운 좋게 1등을 하고 나서 겨우 발라드를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그동안의 무대가 아쉽다 보니 사람들이 ‘쟤 슈퍼주니어에서 노래 잘 하는 멤버라더니 뭐야. 저것밖에 안 돼?’라고 생각하셨을까 봐 ‘기억의 습작’을 부르던 날은 정말 각오를 엄청나게 하고 갔다.
2010년 의 달타냥 역으로 뮤지컬 활동도 시작했는데, 역시 새로운 분야에의 도전이라 고생하지 않았나.
규현: 처음에는 거의 ‘라스’ 시작했을 때만큼 욕을 먹었다. (웃음) 그래서 모니터도 많이 하고 선배들과 상의도 했다. 악플이라도 내 모습을 보고 평가를 하시는 거니까 지적받는 부분을 고치려고 노력을 되게 많이 했다. 심지어 내가 어떤 부분을 고치면 “어? 얘 모니터하나 본데?”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해서 뜨끔한 적도 있다. (웃음) 그러다가 악플이 점점 “규현이 괜찮은데?” “생각보다 잘 해나가는 것 같다”처럼 따뜻한 말로 바뀌어가는 걸 보면 너무 행복하다.
뮤지컬 의 프랭크는 극의 대부분을 끌어가는 역할이고 다섯 명이 함께 캐스팅된 역이다보니 자신만의 프랭크를 만들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궁금하다.
규현: 가장 대선배이신 (엄)기준이 형은 프랭크가 흉내 내는 여러 캐릭터를 완벽하게, 정말 그 사람처럼 보여주셨다. 하지만 난 그 정도 연기력이 안 되니까 어차피 그 정도를 못 보여줄 것 같으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완전히 나쁜 사기꾼이 아니라 이 사회가 만들어낸 어쩔 수 없는 거짓말쟁이처럼.
활동 외에 재미있는 점이, 매년 혼자 배낭여행을 간다는 거다. 작년에 스페인 민박집에 묵었다는 후기도 올라왔던데, 세계를 돌아다니는 한류 아이돌치고는 또래 학생들처럼 평범한 여행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규현: 해외를 많이 돌아다녔지만 관광은 100번 중 한 3번 정도? 거의 숙소에만 있다 보니 호텔은 잘 알고 있다. 등급도 매길 수 있을 정도다. (웃음) 그런데 1년에 한 번 정도 장기 휴가를 받는다. 1주일에서 열흘, 말도 안 될 때는 2주? 아, 사실 그런 적은 없구나. (웃음) 물론 스케줄 중간에 하루 이틀 쉴 때는 있지만 그렇게 열흘쯤 시간이 나는 건 특별한 경우니까 혼자 여행을 간다.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순으로 갔는데 내가 와인을 좋아하기 때문에 와인이 유명한 나라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간 거다. 세심하게 여행 계획 짜는 걸 정말 좋아하는 성격이라 출발 한 달 전부터 책을 다섯 권씩 사서 보면서 ‘이 루트대로 이렇게 가면 요금은 얼마고 이 식당에 가면 이 메뉴를 먹고…’ 다 정해 놓는다. 하루가 끝나면 숙소로 돌아와 일기를 쓰고 가계부에 ‘오늘 어디서 3.5 유로를 썼고, 그래서 다 더하면 얼마’ 라고 적는다. 그렇게 혼자 와인을 마시면서 창 밖 거리를 딱 쳐다보면, 뭔가 허세 같지만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기분이 들고…(웃음)
와인 사업도 하고 있는 이수만 회장과 와인 얘기도 나누곤 하나?
규현: 선생님께서 아직 판매도 안 한 와인을 가지고 오셔서 “이건 어떠니?” (이수만 성대모사로) 하시면 시음해보고 “좀 드라이한데요” 하면 “그러니? 이게 뭐랑 뭐를 섞어서 블렌딩한 건데. 그럼 다른 거 한 번 먹어봐라.” 하신다. 그래서 “이게 더 좋은데요?”하면 “그래? 그게 더 싼 건데.” 이런 대화를 할 때가 있다.
“멤버들 사이에서 댄스 서열은 거의 4위” 아이돌의 활동 반경이 점점 늘어나면서 여가나 취미를 갖기 힘들 것 같은데 비교적 여유를 갖고 사는 편인 것 같다.
규현: 나는 일에만 몰두하는 편은 아니다. 할 건 하면서 살자는 스타일이라 스케줄이 바빠도 친구들을 만나고 싶으면 만난다. ‘라스’에서도 너무 안 풀릴 때 ‘뭐 준비해 갈까? 성대모사? 콩트를 짜 갈까? 이렇게 해서 요거, 조거 하면 진짜 웃기겠지?’ 생각해 가면 다 망했다. (웃음) 차라리 편안하게 툭툭 얘기하면 그게 터지더라. 그래서 일할 때도 되도록 쫓기는 마음 없이 하려고 한다.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여러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데, 결국은 어떤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은가.
규현: 아무래도 한 가지만 해서는 성공하기 힘든 세상이 된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뮤지컬이나 예능을 할 때 ‘난 이걸 해서, 저걸 하고, 나중에는 이렇게 될 거야’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내가 도전하고 싶었던 분야에서 좋은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하게 된 거니까 일단은 주어지는 것들을 최대한 완벽에 가깝게 해 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는 슈퍼주니어에도 6개월 늦게 합류했고, 뮤지컬과 예능에 뛰어들었을 때도 매번 욕을 먹고 시작이 쉽지 않았지만 결국 내가 하기에 따라 사람들의 평가와 반응도 변한다는 게 재미있다.
마지막으로 ‘라스’ 스타일로 질문하겠다. 규현에게 2003년산 부르고뉴 빈티지 와인(주: 규현이 출연 당시 멤버들에게 쓴 롤링페이퍼에서 함께 마시자고 한 와인)이란?
규현: 아직 안 마셔봤고, 지금 마실 수도 있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내 일을 멋지게 해내고 난 뒤에 숙성시켜 마실 수 있는 와인?
규현에게 댄스 브레이크란?
규현: 노력한 만큼 결과가 돌아온다는 말을 실현시켜준 증거. 2006년 첫 싱글 ‘U’ 때 슈퍼주니어 활동을 시작했는데 발라드는 주로 후렴 부분에 있으니까 내 자리도 무조건 뒤였다. 하지만 자리가 안 좋으면 대충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봐 안무 연습할 때 항상 진짜 열심히 했다. 그러다 보니 ‘Sorry, Sorry’ 때 안무가 닉 베스가 “저 친구 잘 가르쳐보면 될 것 같다”고 했고 4집 때 데빈 제이미슨이 나를 댄스 브레이크에 넣어줬다. 이건 정말!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 돌아온 달콤한 선물이랄까. 이번 6집엔 아직 댄스 브레이크가 없지만 멤버들 사이에서 댄스 서열 거의 4위로 인정받고 있다. 신동 씨가 3위로 임명해줬다가 동해 씨랑 다시 바꾼 거다. 여하튼 인정받고 있다. (웃음)
규현에게 ‘라스’란?
규현: 이런 질문을 받으니 왠지 ‘라스’를 끝내야 할 것 같잖나. (웃음) ‘라스’란! 대중들에게 6년 동안 묻혀 있다가 조금씩 나오고 있던 나를 확 드러나게 해 준 감사한 프로그램이다. 나 같은 예능 초보를 예능 고수들만 득실대는 곳에 집어넣어 실력을 업그레이드해준 덕분에 예능 유망주가 됐다, 유망주!
글, 인터뷰. 최지은 five@
인터뷰. 강명석 기자 two@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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