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바이>, 언제까지 스탠바이만?
, 언제까지 스탠바이만?" /> 66회 MBC 월-금 오후 7시 45분
좋은 캐릭터는 물론 시트콤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캐릭터만으로 시트콤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가 가능성을 보였고, 결국 성공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모두 캐릭터의 문제 때문이다. 천사의 얼굴과 싸늘한 모습의 양면을 가진 시완(임시완)을 필두로 이 시트콤의 인물들은 대부분 참신하고 전복적이었다. 그러나 인물의 구체적인 요소를 다지는 것에서 나아가 그 인물을 말 삼아 새로운 판을 짜지 못하면서 드라마는 급격히 진부하고 지루한 리듬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인물들의 관계를 정리 한 후, 이들이 외부의 적과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혹은 공고한 내부의 관계가 뒤틀리는 순간의 에너지를 동력으로 삼아야 하건만 여전히 의 인물들은 서로의 관계를 정립하기에 급급하다. 심지어 그 과정에서 각자의 독창적인 캐릭터는 훼손되어가고 있기까지 하다.

시완의 짝사랑이 절정에 도달하고, 진행을 매개로 정우 집안의 인물인 은지(박은지)와 방송국의 인물인 연우(김연우)가 만나게 되는 지난 회가 결국 아무런 전환점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은 특히나 프로그램의 현재를 뼈아프게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꼬리에 꼬리를 문 짝사랑들은 지극히 보편적인 감정을 전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인물들의 관계를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은지와 연우의 만남 역시 서로의 캐릭터를 활용하여 새로운 조합을 시험하는 대신 익숙한 상황을 반복하는 것으로 끝나 버렸다. 덕분에 인물들은 일을 하지도, 삶을 살지도 않으며 그저 작품이 선택한 상황들을 되풀이 하며 몇몇 문장을 유행어처럼 강요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추에이션이란 인물을 나란히 놓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캐릭터를 시약처럼 섞었을 때 가능한 화학작용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다. 끝내 는 캐릭터라는 재료를 진열한 채로 끝날 것인가. 본격 요리를 위한 스탠바이만 하다가 마치는 것이라면 초반의 기대감이 너무나 아쉽다.

글. 윤희성 nin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