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재밌는 것을 찾고 또 끝까지 가는 걸 좋아한다.” 씨엘의 말처럼 2NE1은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는 그룹이다. 걸 그룹이지만 항상 예쁜 옷만 입지는 않고 자신만만하게 “내가 제일 잘 나가”라고 외치다가도 “난 예쁘지 않아. 아름답지 않아”라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이후 1년 만에 내놓은 이번 싱글 ‘I Love You’에서 트로트와 일렉트로니카를 결합한 것은 놀랍지만 충분히 그들다운 선택이다. “몽환적이고 뭔가 끌려 들어가는 느낌”이라 좋았다는 산다라 박, “가사가 좋았다”는 공민지의 말처럼 각자의 이유는 다르지만 결국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재밌을 것 같았다”는 그들의 대답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2NE1을 그대로 설명한다. 데뷔 3년 만에 글로벌 투어를 준비하며 새 싱글을 발표한 2NE1은 이번 변화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을까. 지난 6일 또 다른 자신들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를 마친 2NE1을 만났다.“‘I Love You’는 테디 오빠가 재미 삼아 녹음을 해 둔 곡”
이후 1년 만의 컴백이다. 3주 후에 새 싱글이 또 나오는데 ‘I Love You’를 첫 곡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나?
씨엘: 우선 가장 먼저 녹음이 된 곡이기도 하고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대중들이 쉽게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오랜만에 컴백이다 보니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도 싶었고. 다음 나오게 될 곡은 여러분들이 아시는 2NE1 모습에 가까울 거다. 2NE1 기존 색깔이 담긴 힙합적인 곡이고 랩도 많이 들어간다. 멤버들이 요새 다 노래를 많이 하고 있는데 우리도 다시 랩이 많이 들어간 곡을 너무 하고 싶었다.
‘I Love You’가 트로트와 일렉트로닉이 결합된 곡이라 화제가 됐다. 트로트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씨엘: 사실 테디 오빠가 재미 삼아서 데모 수준으로 녹음을 해두신 곡이었다. 우리가 항상 새로운 걸 찾고 약간 센 걸 좋아하고 또 끝까지 가는 걸 좋아하다 보니까 테디 오빠가 평소 이것 저것 많이 시도하신다. 그러다 트로트를 떠올렸고 녹음을 조금 해두셨던 것 같다. 그걸 멤버들끼리 들었는데 다 너무 좋아해서 그 때부터 곡을 만들어 나가게 됐다.
산다라 박: 일단 필이 왔다. 처음 듣자마자 ‘이거 꼭 해야 된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 되게 몽환적이고 뭔가에 끌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곡 전체에서 트로트 느낌이 나는 건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강한 트로트 창법을 살리기 어려웠을 것 같다.
씨엘: 네 명이 한 번씩 돌아가면서 트로트 창법에 누가 제일 잘 맞나 녹음을 해봤다. 근데 나만 떨어지고 세 명은 다 잘해서 핵심은 세 명이 부르고 난 서브로 부르게 됐다. 특히 민지는 워낙 트로트를 잘 불렀었다. 연습생 때부터 애교 부리면서.
공민지: 근데 줬다, 뺐다 하는 창법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간드러지게 해야 되더라. 그래도 되게 신선했다. 우리끼리 처음에 불렀을 때 ‘아, 진짜 재밌겠다. 또 다른 2NE1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사가 일단 너무 좋았다.
박봄: 평소에 부르던 창법과 굉장히 달랐지만 프로듀서 테디 신께서 (웃음) 레슨을 좀 해주셨다. ‘뒤에서는 좀 빼라’ 이런 식으로.
“반 삭발은 씨엘이 추천해준 스타일”
프로듀서 테디와 항상 스타일링, 무대 등 곡 전반에 관해 같이 논의한다고 들었다. 이번 곡에 가장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한 게 어떤 부분인가?
씨엘: 이번에는 여성스러운 걸 나름대로 표현하고 싶어서 거기에 맞게 안무, 의상에 신경을 썼다. 특히 뮤직비디오에서는 조금 빈티지, 클래식한 느낌이 강한 옷을 입었다. 액세서리도 빈티지 느낌이 잘 드러나게 금색이 많이 들어간 걸 하고. 그렇게 노래 분위기랑 어울리게 매치했던 거 같다. 옛날에 빨간 립스틱 바르는 느낌? 그런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
공민지: 그리고 뮤직비디오 찍을 때 감정 연기를 많이 했다. ‘눈빛 발사’ 이런 거.
예전부터 여성스러운 느낌의 곡을 부르고 싶었나.
씨엘: 사실 우리가 예전부터 여성성을 강조하지 않으려고 했던 건 아니다. 다들 그렇게 안 봐주셨을 뿐이다. 중성적인 느낌으로 가야지, 이렇게 의도한 적은 없지만 우린 음악에 맞춰 모든 걸 만들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여성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신 것 같다. ‘내가 제일 잘 나가’ 이런 곡은 여성적인 게 안 어울리니까 춤도, 무대도 세게 나온 거다. 하지만 이번 곡은 가사도 여성적이라 거기에 맞춰 스타일도 여성적인 느낌을 살린 것 같다.
2NE1이 생각하는 여성스러움은 어떤 건가.
산다라 박: 도발적인 모습? 뮤직비디오를 봤는데 동생들이 굉장히 섹시한 모습으로 나왔는데 아마도 그런 모습이 아닐까.
씨엘: 여성스럽다고 해서 원피스를 입고 이런 건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긴 머리에 스탠다드한 여성스러운 스타일을 하면 재미가 없지 않나. 굳이 2NE1일 필요도 없고. 그것 보다 뉘앙스와 성숙한 분위기가 더 중요한 거 같다.
산다라 박은 예전 인터뷰에서 여성스러운 옷을 입으면 오히려 자신감이 떨어진다고 했었는데 이번 콘셉트가 부담스럽진 않나.
산다라 박: 그래서 의상은 여성스럽게 입은 대신 반 삭발을 했다. 다행히 자신감이 조금 덜 떨어진다. 이런 여성스러운 변신, 마음에 든다. 그동안 너무 해보고 싶었던 스타일이었는데 난 네 명 중 여성스러운 의상이나 스타일을 가장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항상 실험하는 게 재밌었던 건데 가끔 팬들이 그런 점에 대해 속상해 하셔서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사실 여성스러운 걸 입었을 때 멤버들 중 가장 안 어울리는 게 나다.
반 삭발을 할 때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산다라 박: 의외로 별 생각 없이 밀었다. 멍하게. 밀 때 살짝 눈물이 고이긴 했지만. 사실 씨엘이 추천을 해준 스타일인데 너무 마음에 든다. 그동안 파격적인 스타일을 많이 해서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고민이 있었는데 좋은 아이디어였던 거 같다.
양현석 대표가 민지에게는 섹시한 춤을 자제하라고 했다고 들었다.
공민지: 원래 전체적인 안무에서 섹시한 느낌이 났었는데 대표님과 일주일 동안 논의를 하면서 절충이 많이 된 것 같다. 알려진 것처럼 내가 미성년자라 절충하신 건 아니고. 대신 솔로 부분에서 약간 프리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을 조금 만들어주셨다.
씨엘: 대표님이 원래 대놓고 섹시한 걸 안 좋아하시는 거 같다. 또 2NE1스러운 맛이 있어야 하니까 우리와 맞게 조율을 해주신 거 같다.
“새로운 걸 만들 땐 내 자신에게 충실해야 한다”
요즘 아이돌은 예능, 연기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을 하는데 2NE1은 이번에 예능 출연을 전혀 안 한다고 들었다.
씨엘: 사실 우리 안에서는 나름대로 여러 가지를 하고 있다. Mnet 으로 예능을 하고 있고 산다라 박 언니는 그 안에서 진행하고 있고, 연기는 뮤직비디오 통해서 한다. 정해진 형식으로 안 할 뿐이다.
공민지: 소소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산다라 박과 박봄은 5월로 연애 금지령이 풀렸고 이번에 굉장히 절절한 사랑 노래를 부르게 됐다.
박봄: 사실 이 노래는 꼭 남자를 향한 건 아니라서.
씨엘: 사랑은 이성 사이의 감정만은 아니니까. (웃음) 이번엔 캐릭터로 연기하듯 부르는 거다. 그리고 한 번 들으면 사랑 노래 같지만 좀 더 들어보면 약간 집착하는 여자의 마음도 부각돼 있다.
실제 경험이 별로 없으면 감정 잡을 때 다른 노래나 작품을 참고하기도 하나.
씨엘: 곡 작업을 할 땐 오히려 따라하게 되니까 참고하지 않는다. 대신 그 전에 쉴 때 연습도 많이 하고 노래도 다양하게 듣는다. 새로운 걸 만들 땐 내 자신에게 충실해야 하는 것 같다.
박봄: 나도 그렇고 멤버들 모두 그런 스타일로 작업한다.
항상 새로운 걸 해야 된다는 부담이 있나.
씨엘: 우리 스스로가 워낙 자극적인 걸 하다보니까 해야 한다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걸 하게 되는 거 같다. 그런 게 아니면 재미도 없고. 2NE1 이름 자체가 새로운 진화이지 않나. 우리의 새로운 모습이 익숙하지 않아서 대중들이 불편하게 받아들이실 수 있지만 우린 사람들이 좋든 나쁘든 우리에게 자극을 받고 즐거움으로 느끼신다면 제일 좋을 것 같다. 사람들이 ‘이런 게 있어?’라고 반응할 때 가장 좋다.
늘 새로운 걸 하고 스스로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하는 노력이 있을 것 같다.
씨엘: 멤버들이 각자 집착하는 분야가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걸 찾는 거다. 요즘은 기본적으로 음악이 좋아야 하지만 무대, 스타일링, 퍼포먼스 등 종합적으로 좋은 걸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나. 꾸준히 생각하고 배우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요즘 네 명 각자가 집착하는 건 뭔가. (웃음)
박봄: 네일 아트다. 마이크를 쥐면 되게 예뻐서 집착하게 됐고 지금도 어떻게 하면 무대에서 화려해 보일까 생각한다. 반지처럼 보이기 위해서 손톱에 여러 가지를 붙였고 일본에서 직접 디자인하기도 한다. 혼자 해보려고 용품들을 다 사기도 했는데 어렵더라. 처음엔 화려한 손톱이 불편했는데 이젠 내 몸의 일부가 돼서 좋다.
산다라 박: 헤어스타일에 집착하는 편이다. 이번 스타일은 자주 밀어줘야 하지만 예쁘고 파격적이라 마음에 든다.
공민지: 아무래도 팀에서 춤을 맡는다고 생각하다보니 새로운 춤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다. 소스가 고갈될 때마다 이리저리 찾아본다.
씨엘: 표현하는 모든 거에 집착한다. ‘노래를 어떻게 하느냐’부터 뮤직비디오, 스타일링처럼 나를 표현하는 모든 것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통해 한국적인 것을 표현하고 싶다”
일본 데뷔 1주년이 다 돼간다. 일본 활동을 통해 새롭게 느낀 점이 있나.
씨엘: 일본에서 우리를 K-POP 아티스트로 대해주실 줄 알았는데 해외 아티스트로 생각해주시더라. 아예 다른 카테고리로. K-POP 붐이 일 때 함께 할 수 없어서 나쁠 수도 있는데 다른 측면으로 생각하면 마니아 층, 새로운 팬 층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사실 일본 데뷔할 때 타이밍도 좋지 않았고 새로운 곡으로 활동하지 않아서 신선함은 덜했을 거다. 지금까지는 2NE1을 소개하는 기간이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가 더 중요할 것 같다.
해외에서는 이번 싱글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 같나.
씨엘: 더 새롭게 느끼실 것 같다. 사실 우린 전부터 항상 음악과 뮤직비디오 등 많은 것을 통해 한국적인 걸 보여드리고, 표현하고 싶어 했다. 해외에서도 많이 듣고 보시는 걸 알기 때문에. 이번 곡에도 한국 악기를 많이 사용했고 댄서들도 개량 한복을 입는다. 보통 아시아 하면 중국이나 일본의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한국적인 것도 아름다운 게 너무 많지 않나. 그걸 우리가 대표해서 보여드리고 싶다. 문제는 ‘어떻게 한국적인 요소를 잘 접목시키느냐’인 것 같다. 이번 곡의 경우 비욘세의 댄서 분과 처음 안무를 짰는데 그 분도 되게 신선하게 느끼시더라. 처음 들어보는 소리이고 없던 문화니까. 그리고 ‘I Love You’는 일본어로도 발매되는데 일본에는 엔카가 있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부터 어른들까지 쉽게 공감할 것 같다.
28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글로벌 투어에 나선다. 국내 걸 그룹으로서 최초인데 소감이 궁금하다.
씨엘: 우리가 외국에서 공연을 많이 안 해서 해외 팬들을 만날 생각하니까 너무 좋다. 또 마이클 잭슨 안무 만들었던 트래비스 페인, 비욘세 투어 밴드 리더 디비니티 록스처럼 화려한 스태프 분들과 일하게 돼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일단 ‘I Love You’ 빼고 모든 곡을 편곡할 예정이라 음악이 굉장히 새로울 것 같고 안무 뿐 아니라 연출 자체가 화려하다. 특히 제레미 스캇이 전체 패션을 맡았는데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처음 내가 부탁을 했을 때부터 너무 좋아하더라. 콘서트 안에서도 테마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재밌는 옷들이 많이 나올 것 같다. 사실 글로벌 투어는 이번에 처음으로 시작하지만 진짜 본격적인 투어는 다음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공연은 인사 정도일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번 활동을 통해 꼭 보여주고 싶은 게 어떤 점인지 궁금하다.
씨엘: 이번 타이틀곡이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기존의 2NE1 신나는 모습도 여전할 거다. 다음 싱글은 좀 더 이상하고 파격적이긴 한데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산다라 박: 우리 엄만 무뚝뚝해서 많은 표현은 안 하시는데 이번 곡을 듣고 정말 잘 될 것 같다고 해 주셨다. 재밌게 대박을 내고 싶다.
박봄: 우리 부모님도 되게 좋아하시더라. 특히 우리 아버지는 음악에 대해 그리 잘 알진 못하시는데 이번 곡 듣고 ‘이거 잘 될 것 같다’고 하시더라. 처음 있는 일이다. 이전 음악은 ‘응, 그래 잘 했다’ 이러셨고 ‘대박이다’ 이렇게 해주신 적은 없었다. 좋은 기회이고 변신이니까 열심히 활동하겠다.
사진제공. YG 엔터테인먼트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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