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종: 1972년생. 그래서 올해 나이 마흔. 하지만 정말 잘생겼고, 노래도 잘하고, 해맑게 웃을 줄 안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이렇게 외칠 수 있다. 오빠 만세.
김민종
김민종
이상아: 김민종과 안양예고 동창인 배우. 김민종은 중학시절 우연히 버스를 타고 가는 안양예고 학생들을 봤고, 그들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끌려 입학을 결심한다. 그의 아버지는 과거 영화 제작을 했었고, 어머니는 아르바이트로 영화 스크립터를 하다 아버지를 만났으니 배우를 하게 된 건 운명이었을지도. 청바지를 배바지처럼 끌어 올려도 얼굴이 다 해결해 주는 잘 생긴 외모에 어딘가 반항적인 이미지가 함께 있었으니 데뷔작 같은 청춘영화를 통해 순식간에 부각된 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꽃미남이지만 터프가이 연기도 가능한, 다가올 1990년대에 가장 어울리는 청춘스타의 등장.

손지창: 듀오 ‘더 블루’를 함께하던 1990년대의 꽃미남 스타. 김민종이 “서태지와 아이들과 같은 시기에 활동하면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팀이라 말한 더 블루는 ‘너만을 느끼며’를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같은 소속사에서 연기 활동을 하는 두 남자가 초콜릿 CF를 통해 노래를 알리고, 그 화제성을 음반활동으로 이어가는 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새로운 기획이었다. 아역과 성인 사이의 청춘물을 통해 인기를 얻은 1980년대 하이틴 스타의 마지막 세대이던 김민종은 더 블루를 통해 보다 세밀한 기획과 다방면의 활동을 통해 인기를 얻는 1990년대 아이돌 스타의 첫 세대가 됐다. 비록 그 때의 아이돌은 소녀시대와 함께 그 노래의 가사에 ‘세월은 흘러갔어도 추억은 남아있잖아’를 더해 부르는 ‘원조 아이돌’이 됐지만, 더 블루가 그 수많은 1990년대의 아이돌 중 추억으로라도 남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팀인 것은 분명하다.

우희진: 김민종, 손지창, 이정재가 함께 출연한 KBS 의 여주인공. 의 타이틀 곡은 더 블루가 불렀고, 손지창과 김민종은 형제였다. CF에서 살짝 설레게 했던 두 남자의 미묘한 애정과 갈등이 미니시리즈의 분량 속에서 제대로 드러났고, 또 한 명의 청춘스타 이정재가 가세하자 소녀들의 순정만화는 현실이 되었다. 잘 생기고 노래도 멋지게 부르던 오빠들이 그 이미지를 가진 채 청순가련의 여학생과 사랑에 빠지면서 은 1990년대 트렌디 드라마, 더 나아가서는 ‘X세대’ 로맨스의 정서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다. 또한 김민종은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채 냉철한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이전에 보여준 터프함과 지적인 남자의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완벽한 오빠, 오빠의 완성. 그리고 이 방영된 지 20여년이 다 되가는 지금도 김민종은 드라마에서 20대 여성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오빠다.

서영진: 김민종을 가수로 데뷔시킨 작곡가. 당시 초콜릿 투유 CF 모델이었던 김민종이 CM송을 불러야 하는 상황이 되자 서영진에게 작곡을 부탁했고, 그 때부터 더 블루와 김민종의 솔로 앨범들을 프로듀싱했다. 발라드 멜로디에 록적인 요소가 강한 서영진의 목소리는 고음에서 터프하게 내지르는 김민종의 목소리와 잘 어울렸고, 두 사람의 노래는 남자들이 노래방에서 목에 핏대를 세우며 불러야할 필수 레퍼토리가 됐다. 김민종 주연의 영화 와 함께 발표한 ‘귀천도애’는 그 정점이었다. 그러나 ‘귀천도애’는 표절로 밝혀졌고, 김민종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가수 은퇴 선언을 했다. 연기와 노래를 함께하며 연기와 노래의 캐릭터를 하나로 통합, 완벽한 소녀들의 오빠이던 김민종의 한 쪽 축이 무너졌던 셈. 또한 가요계에는 H.O.T와 같은 또 다른 스타일의 아이돌 후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김민종에게 새로운 선택의 시간이 찾아왔다.

이희명: 김민종이 출연한 SBS < 미스터 Q >, 의 작가. 두 작품에서 김민종은 당시 청춘스타의 상징 같았던 청재킷 대신 양복을 입고 샐러리맨을 연기했다. 하지만 김민종은 두 캐릭터를 어른의 세계에서 뛰면서도 아직 소년처럼 순수하고 어수룩한 느낌이 남아있는 느낌으로 연기했다. “인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내 스스로도 어색하지 않게 납득”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을 생각하면 어느 캐릭터든 조금은 젊은, 또는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느낌으로 소화하는 것은 김민종 고유의 연기 스타일이라 해도 좋을 듯. 두 편의 트렌디 드라마를 거치면서 김민종은 무리 없이 청춘스타에서 보다 다양한 연령대의 배역을 연기할 수 있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1990년대의 많은 트렌디 드라마들이 그러하듯 두 작품의 남자 주인공 캐릭터는 착하고 남자다운 성격을 가진 전형적인 캐릭터였다. 배역의 연령대는 높아졌지만, 오히려 의외성은 줄어들었고, 가수 은퇴 번복 후 부른 그의 노래는 어느새 성대모사의 대상이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1990년대의 오빠는 점점 너무 어깨에 힘을 주고 노래하는 옛날 사람처럼 비춰지고 있었다.

이경영: 김민종과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 의 연출자이기도 하다. 김민종은 1990년대의 아이돌이었지만, 이경영과 함께 출연한 작품에서는 늘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다. 에서는 멍청한 도둑이었고, “욕을 해 보고 싶은 마음”에 박찬욱 감독의 에도 출연했다. 숀 펜처럼 아웃사이더적인 느낌을 내고 싶었고, 청춘스타 이미지에 부담을 느꼈던 그에게는 꼭 거쳐야할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출연한 영화들은 대부분 이경영처럼 친한 선배의 권유에 따라 결정된 것이었다. 시나리오가 이상한 작품이라도 친분에 의한 권유 때문에 출연하곤 하면서 작품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특히 윤다훈 등 출연배우와의 친분을 생각해 출연한 , 제작자이자 막역한 관계인 정태원이 “무조건 하자”고 설득해 승낙한 등의 영화는 흥행 실패와 함께 그의 인기에도 타격을 줬다. “기분 내키는 대로 살았”던 시절이 끝났고, ‘의리’ 이전에 자신의 일을 생각하며 작품을 골라야할 때가 왔다.

최강희: MBC 에 함께 출연한 배우. “지금이 나에게는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며 “전면에서 승부를 펼치는 것도 좋지만, 전체적인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릴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던 김민종은 에서 이른바 ‘서브 남주’로 출연했다. 당시 그가 여전히 주연으로서 충분한 인지도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선택. 하지만 이 작품에서 김민종의 존재감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졌고, 결국 작품 후반은 김민종의 멜로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흐름이 바뀌었다. 열렬히 사랑하는 주인공 대신 혼자 쓸쓸히 사는 사진가를 선택하자 김민종의 그 ‘우수에 젖은 분위기’가 어른 버전으로 살아났고, 그는 젊은 오빠가 아니라 매력적인 싱글로 어필하게 됐다. 더 이상 모든 작품의 주인공은 아니다. 하지만 김민종이라는 이름의 존재감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게 됐다.

정혜영: MBC 에서 함께 연기한 배우. 역시 주인공은 따로 있었지만, 작품에서 가장 강렬한 멜로드라마는 김민종과 정혜영의 몫이었다. 그는 이 작품에서도 혼자 사는 외로운 남자였고, 홀로 사는 삶 안에 들어온 여성에게 조심스럽게 건네는 마음에는 만큼 풋풋한 두근거림의 순간과, 보다 더 묵직한 진심의 힘이 있었다. 어른의 중후함은 어느 정도 갖췄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여전히 독신이고, 여전히 소년처럼 순수하고 불안정한 매력을 가졌다. 주로 기성세대가 보는 주말 드라마였던 MBC 에서도 그는 부모의 기대와 한 여자에 대한 연민 사이에서 갈등하는 연약한 미남이었다. 오빠는 나이 들었다. 하지만 김민종은 ‘오빠’의 품격은 나이가 아니라 오빠라 부를 수 있는 한 가지 자격에서 온다는 것을 보여줬다. 설렘.

정우성: SBS 에 함께 출연한 배우. 김민종은 이 드라마에서 멜로를 배제한 채, 좌충우돌 사고를 치는 북한 공작원 출신의 건달을 연기한다. 여전히 더 블루 시절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는 김민종은 자신의 경력과 나이에 작품을 맞추는 대신, 비중에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작품에 출연한다. 에서는 주연의 짐을 내려놓은 채 마음대로 작품 전체를 휘젓고 다니며 그가 액션과 코미디에 능숙한 배우였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SBS 에서는 이야기의 중심에서 한 발 물러나 자신만의 멜로를 만들어간다. 정우성 같은 ‘X세대’의 배우들은 무게감을 더하는 만큼 행보도 무거워졌다. 또 다른 어떤 배우들은 추억 속으로 잊혀졌다. 김민종은 그 중간에서 여전히 자신의 이름에 일정한 기대감을 갖게 하면서 편안한 행보를 보인다. 그러므로, 아직 청춘.

장동건: 김민종과 SBS 를 찍은 지 13년 만에 에서 다시 만난 배우. 둘 다 미혼이던 시절에는 서로 통화를 하며 맥주를 마셔야 잠이 든다고 말하던 사이이기도 하다. 이후 장동건은 고소영과 결혼했고, 김민종은 여전히 솔로다. 에서 장동건이 성공한 40대의 모습을 보여주며 어른의 연애를 보여주는 사이, 김민종은 의 그 시절 ‘꼬맹이’였을 여성과 여전히 손잡는 것조차 망설이는 것이 어울린다. 40대의 연애를 중심에 둔 은 장동건이 이끌어가되, 김민종을 더해야 여전히 젊은 무엇을 갖고자 하는 그들의 감정이 완성된다. 연애의 느낌은 사라지고 결혼의 현실이 남았다. 가죽재킷 대신 수트를 입어야할 때다. 그렇게 ‘X세대’는 기성세대가 됐다. 그러나 김민종은 여전히 오빠다. 그를 좋아하는 여성을 소녀로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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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종과 에 출연했던 김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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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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