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레시피가 없다. 아니, 레시피는 여기에만 있다. 그러니 지금 당장 부엌으로 달려가 냉장고 속 잠든 재료를 꺼내든다 한들 소용이 없다. 지금 여기이기에 가능한 요리법이 당신의 부엌에서 그대로 살아날리 만무하다. 제이미 올리버는 요리해 볼 맛을 자극하는 레시피를 제안하기는커녕 요리란 도무지 내 것이 될 수 없는 것이라 말하는 것만 같다. 이유는 하나. 모든 것은 ‘그 곳’에 있기 때문이다. 음식이란 단순히 먹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사는 것이기에 어떻게 먹고 사느냐까지도 담아내는 그릇이라면 결국 그 음식을 만들어 먹고 살아온 사람들이 있는 지역으로 가는 것이 레시피를 얻는 제 1단계가 된다. <제이미의 딜리셔스 브리튼> 고유의 맛은 그렇게 영국 각 지방으로 달려가면서 정갈하게 계량한 차림 대신 분방하고 다채로운 자신만의 풍미와 색감을 얻는다.
지역의 요리사들, 이민자들의 후손이 삶 속에서 축적해 온 조리법을 버리지 않고 그곳에서 재배한 식재료를 귀하게 여긴다면 레시피는 무궁무진해 진다. 창의적 시도가 늘 그렇듯 공들여 축적한 시간을 져버리지 않으면서 새로운 것을 곁들인다. 마치 다양한 사람들이 촘촘히 쌓아 온 돌탑을 허물지 않으면서도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새 돌을 얹어 바람을 이어나가는 것과 닮았다. 어디서든 먹을거리는 이렇게 만들어진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음식은 “누구와도 통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된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레시피는 어디에든 있다. 비록 제이미와 똑같은 레시피를 공유하지는 않아도 당신이 나고 자란 곳, 당신의 부엌에서도 당신만의 방식으로 제이미의 시도는 시작될 수 있다. 요리의 탐닉보다는 체험을, 음식의 신성함보다는 친근감을 보여주는 제이미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제이미의 딜리셔스 브리튼>은 충분히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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