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생태보고서>, 웃프니까 청춘이다
, 웃프니까 청춘이다" /> KBS2 일 밤 11시 45분
“불안한 미래와 외로운 청춘을 보내고 있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베스트셀러 가 한낱 라면냄비받침으로 전락하던 순간, 의 부제가 결정되었다. ‘웃프니까 청춘이다’. 웃기고 슬프니까, 슬프지만 웃기니까.

는 흔히 ‘요즘 20대’를 일컫는 단어 ‘88만원 세대’가 등장하기도 훨씬 전인 2005년, 만화가 최규석이 대학시절 친구들과의 반지하 자취방 생활을 바탕으로 발표한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다. 어른들이 “세상 참 좋아졌다”며 약해 빠진 젊은 것들을 타박하는 바로 그 세상에서 뭐가 좋아졌다는 건지도 모르는 채 등록금과 장학금, 아르바이트비와 학자금 대출 사이를 종종걸음 치던 규석(성준)은 “결핍마저 개그로 승화하는 뻔뻔함이 있어야 사는 게 쉬워진다”는 생존법을 터득한다. 그러나 이 작품의 진짜 힘은 예쁜 여자와 연애하고 싶고, 좋은 옷 입고 싶고, 비새지 않는 방에서 발 뻗고 자고 싶은, 지극히 사소하지만 가난 앞에 허락되지 않는 욕망들로부터 초탈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갈등하고 가끔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청춘의 자화상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는 데서 나온다. 원작의 자조적인 유머와 날카로운 통찰력이 다소 무뎌진 점은 아쉽지만 종친회 이사장과 선배 형 등의 캐릭터를 통해 2012년 현재 이십대를 향한 기성세대의 다양한 ‘꼰대질’을 드러내고 비루한 현실에도 어쨌거나 청춘이기에 반짝거리는 순간들을 공들여 담아낸 카메라는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거짓 희망 대신 알량한 ‘종친회 장학금’이나마 손에 쥔 덕에 조금 더 꿈을 향해 갈 수 있게 된 규석의 걸음 뒤로 흐르던 엔딩 곡은 담담하고도 따스한 위로다. “지난 날 나에게 거친 풍랑 같던 낯선 풍경들이 저만치 스치네 / 바람이 부는 대로 난 떠나가네 / 나의 꿈이 항해하는 곳” – 이한철 ‘흘러간다’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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