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 제대로 뉴스데스크는 아직 멀었다
, 제대로 뉴스데스크는 아직 멀었다" /> MBC 밤 9시
겉으로는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듯 보였다. 약 40분간 방송된 어제의 에서는 기본적인 분야별 뉴스 20여 꼭지가 보도됐다.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된 황우여 의원과 통합진보당의 분열, 솔로몬저축은행이 조성한 거액의 비자금에 대한 소식 등은 비슷한 길이로 다뤄졌다. 여수엑스포의 볼거리와 프로야구 결과 등 연성뉴스 또한 놓치지 않았다. MBC 노조의 총파업 초반, 준비된 뉴스가 없어 기껏해야 15분에서 20분가량 방송되던 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발전한 수준이었다. 적어도 예전처럼 서정적인 풍경을 훑거나 아이돌에 관한 하나마나한 리포트를 보도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동시간대 방송된 KBS 이나 SBS 와 비교해 봐도 뉴스 아이템의 질에서 큰 차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MBC의 현재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일 수 밖에 없는 김재철 MBC 사장의 공금 유용 혐의는 에서 단 한 차례도 다뤄진 바 없다. 파업 중인 MBC 노조가 만드는 에서 김 사장의 수상한 법인카드 사용내역, 무용가 J씨와의 관계 등이 수회 보도되고 있지만, 방송은 이를 외면한다. MBC 노조가 15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영상에는 취재 중인 기자에게 자신은 김재철이 아니라고 시치미를 떼는 김 사장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한 편의 코미디 같은 이 상황은 김재철 사장 관련 뉴스가 방송을 통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결국 뉴스 프로그램의 역할은 단순히 새 소식을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치 있는 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설사 MBC 스스로의 일을 다루는 것이라 해도 그렇다. 다른 것도 아닌 공영방송 사장의 비리 의혹 아닌가. MBC사장의 문제이기 때문에 MBC에서 다루지 않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면, 그 자체가 이미 상식을 벗어난 상황이다. 이것이야말로 를 비롯한 모든 뉴스 프로그램들이 ‘시청자 이외의 그 어떤 대상에도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되새겨야 할 본분 아닐까.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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