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서│어떻게 이 아가씨를 미워해
오연서│어떻게 이 아가씨를 미워해
“어? 면허증 없으세요? 저도 없어요! 우리, 올해는 꼭 땁시다. 파이팅!” 오연서가 갑자기 하이파이브를 건넨다. 충분히 당혹스러울법하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자연스럽게 KBS 의 얄미운 ‘허당’ 방말숙을 떠오르게 한 오연서는 만난 지 30분 만에 마주 앉은 사람의 마음을 열었다. 그래서 큰 소리 뻥뻥 치며 새언니 차윤희(김남주)를 괴롭히지만, 왠지 미운 정이 들게 되는 말숙이와도 다르다. 무슨 질문을 던져도 머릿속으로 좋은 말 골라내며 일부러 포장하는 시간이, 오연서에게는 필요 없다.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경청하고 열심히 이야기를 이어가는 오연서는 정말 오랜만에 만나 추억 보따리를 풀어내는 친구처럼 반갑고 시원하다. “연기를 하게 되면 내 안의 다양한 모습 중에 하나를 꺼내서 극단적으로 표현하잖아요. 그게 너무 재밌어요”라며 선물 받은 아이처럼 눈에 하트를 그리다가도 10년 째 연기를 계속 하는 이유를 “재밌기도 하지만 물론 다른 거 할 줄 아는 게 없어서”라고 털어내는 솔직함은 그 자체로 귀를 기울이게 하는 힘이 있다.
오연서│어떻게 이 아가씨를 미워해
오연서│어떻게 이 아가씨를 미워해
그래서 오연서는 ‘바로 지금’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흥미로운 배우다. ‘Luv’라는 이름으로 잠시 노래 불렀던 시간, KBS 에서 이예림보다 ‘옥림이 언니’로 유명했던 꼬리표는 이미 끊어버린 채 멀리 달아났다. 남들로부터 너무나 쉽게 ‘무명’이나 ‘실패’라는 말로 갇혔던 지난날은 눈 한 번 찡그리며 과거로 보내고 이내 숨을 고른다. “어릴 때는 저 스스로를 막 괴롭히면서 살았거든요. 왜 이거밖에 못 해. 상처도 많이 주고. 근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단순해지더라고요. 그냥 이제는 즐겁게 살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어요.” 자신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것, 스스로 즐기는 것만큼 강한 에너지는 없다. 과거에는 놀고 싶은데 일을 해야 하는 현장이 싫고 캐스팅 오디션에서 쑥스러워하며 경력만 말하던 오연서는 이제 단단하고 유쾌한 에너지를 전해주고 있다. “즐기며 산다고 해도 크게 성공하고 싶은 욕심, 당연히 있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꼭 하고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인데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 싶거든요. 으하하하” 야심찬 포부도 친근하게 만드는 솔직함. 이제 그 에너지만 따라가면 언제든 배우 오연서와의 재밌는 수다가 시작될 것 같다.
오연서│어떻게 이 아가씨를 미워해
오연서│어떻게 이 아가씨를 미워해
My name is 오연서. 본명은 오햇님이고 ‘햇님처럼 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활동하면서 ‘물이 흐르는 순서’라는 뜻의 연서로 바꿨다. 하지만 아직도 주민등록증에는 햇님으로 되어 있다.
1987년 6월 22일에 태어났다. 게자리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혈액형은 AB형이 아니라 O형이다. 예전에 회사에서 잘못 적어주셔서 AB형으로 나갔다. 처음 보는 사람은 B형이냐고도 물어보는데 난 잘 삐치기도 하고 우유부단하고 변덕도 심하고, 활발하다. 딱 O형인거지.
의젓한 남동생이 한 명 있다. 세 살 어린데 누나가 연예인인 거 밝히기 싫어한다. 내가 창피한가 보다. (웃음) 근데 동생은 정말 어른스럽다. 내가 집에서 약간 말숙이처럼 굴면서 짜증도 많이 내는데 다 들어주고 양보해준다.
어릴 때부터 키가 컸다. 친구들 사이에서 내가 가장 키가 큰데 나보다 10cm 어린 애들 머리 막 쓰다듬어 준다.
예능 욕심이 있어서 장난쳤을 때 주변에서 빵 안 터지면 좀 속상하다. 개인기는 아니고 친구들 이야기 하는데 중간 중간 치고 들어가서 웃긴 말을 하는 식이다.
KBS 의 옥림이 언니로 기억하시는 분이 많다. 내게도 재밌는 기억이다. 다만 어릴 때 현장을 즐기지 못했던 것 같아서 아쉽긴 하다. 워낙 초반이었으니까.
영화 찍을 때 진짜 가위에 눌렸다. 원래는 전혀 예민하지도 않고 가위 같은 거 안 눌리는데 신기했다.
수집병이 있다. 아기자기한 거, 앙증맞은 거는 다 좋아서 모으기 시작한 거 같다. 만화, 스티커, 화장품, 펜, 귀걸이 모아 둔 거 아직도 다 집에 있다. 예전에 한 캐릭터로 휴대폰 고리, 케이스, 헤드폰, 파우치 다 통일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피규어를 모아 볼까?
화는 엄마한테 가장 많이 낸다. 나쁜 건데 이상하게 그렇게 되더라. 평소 다른 사람들한테는 화를 잘 못 내는데 받아줄 거라고 믿으니까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화를 잘 내게 되는 것 같다. 엄마한테 정말 미안하다.
조용한데 클럽 음악이 나오는 카페에 자주 간다. 사람도 별로 없어서 친구들이랑 자주 가는데 대낮에 막 우리끼리 춤추면서 논다. 핫하고 사람 많은 곳은 잘 안 가는 편이다. 누가 날 알아보지도 않는데 그냥 피하게 된다.
스케줄 아예 없을 때는 그냥 혼자 이어폰 끼고 뒷산 걷는다. 마사지도 받고. 매일같이 놀 수 없으니까 되도록 놀 때 알차고 길~게 보낸다.
누군가의 뮤즈가 되고 싶다. 그래서 존 레논의 ‘Oh, My Love’를 정말 좋아한다. 그들처럼 사랑하고 싶기도 하다.
스트레스 받을 때 만화책을 본다. , , 은 보고 또 봐도 재밌다. 요즘에는 라는 만화책을 잘 보고 있다. 주로 만화방을 가거나 빌려서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엄마는 안 좋아하시더라. 내 동생도 나랑 똑같아서 만화에 돈을 많이 썼거든. (웃음)
이상형은 의 강백호, 의 김전일이다. 천재인데 본인은 천재인 줄 모르는 사람이 멋지더라. 정말 잘 생긴 남자인데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좋다.
순간 집중력은 진짜 좋은데 끈기가 없다. 물론 만화책 읽는 건 다르다! 맘만 먹으면 하루에 36권, 거뜬하다.
내게는 대본이 다이어리 같다. 예전에 했던 작품 대본에 이런 저런 낙서나 그 때 했던 생각이 적혀 있는데 그런 게 다 추억이 되는 거 같다. 앞으로 하는 작품 대본도 다 모아서 한 방을 채우고 싶다. 나중에 보면 뿌듯하지 않을까?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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