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보통 남자들의 동네 형이고 싶다”" />
이영비 편집장: 커버 촬영이 진행되던 당시 나는 한국계 UFC 챔피언 벤 헨더슨 인터뷰 때문에 미국 출장을 가 있었다. 벤 헨더슨은 너무 착하고 몸도 좋고, 심지어 밥까지 사줘서(웃음)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전화가 오더니 “모델이 안 하겠대요”라는 거다. 잘못 들은 줄 알고 “아이, 무슨 소리야. 아닐 거야. 잘 설득해 봐” 했는데… 돌아와 보니 전혀 컨트롤이 안 된 상태였다. 본사에서 받은 데이터로 부랴부랴 할까 했지만 그것도 시차가 있으니까 본사랑 그쪽 에이전시까지 거치면 꽤 오래 걸린다. 다들 우울해하다 예전에 농담 삼아 책에 “아 몰라. 안 되면 우리가 (커버) 하지”라고 쓴 적이 있었는데 “그럼 이걸 누가 하지?”까지 얘기가 흘렀다. 사실 “아, 내가 편집장인데 당연히…!” 하다가, 그래도 맥심 커버에는 제일 매력적인 여성이 나와야 하니까 모 에디터가 하기로 했다. 편집장이라도 그런 걸 강요할 수는 없는데, 마침 그 에디터는 몸매도 좋고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해서 즐겁게 찍었다. 사실 그동안 여러 촬영에서 부분 모델로 써오기도 했고. 어느 정도 예산 때문이기도 했지만…
“표지를 찍은 에디터에게는 돈까스를 사줬다” 은 보통 남자들의 동네 형이고 싶다”" /> 독자나 네티즌 입장에서는 이런 경우 ‘깬다, 재밌다’ 할 수도 있지만 경영진 쪽에서는 ‘장난하냐’며 프린트를 집어던질 수도 있었을 텐데 (웃음)
이영비 편집장: 그런 부분에선 죽이 잘 맞는다. 이 친구가 그동안 모델로 활동한 걸 돌이켜 보면 그림이 잘 나올 것 같아서 설득이 어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고민한 건 잡지사에서 커버가 펑크 났다는 사실을 공론화하느냐 마느냐였다. 아무래도 자존심이 걸린 문제니까. 하지만 찔끔 얘기하나 뻥 터뜨리나 사람들이 받아들이긴 마찬가지일 것 같아서 하는 김에 확 지른 거다.
웹상에서는 대박이 났는데 판매량은 어떤가.
이영비 편집장: 한창 이슈일 때는 정말 판매량이 껑충 뛰었다. 섣부른 예측일 수도 있지만 완판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에디터에게 모델료는 줬나.
이영비 편집장: 어제 돈까스 사줬다.
원래 이 파격적인 시도를 많이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못할 건 없겠다.
이영비 편집장: 이게 정점이겠지. 사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란 게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엔 촬영도 마치고 보정까지 끝내서 인쇄 보내기 직전이었는데 틀어지니까 좌절하긴 했다. 사진 찍히는 분들과 사전 협의된 상태에서 최대한 이야기하고 진행하지만 사람의 허용범위라는 게 다 같지는 않더라. 어쨌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거다.
이번 해프닝이 어떤 면에선 ‘의 위엄’ 같은 걸 보여준 계기같기도 한데, 편집장이 여자라는 사실에 대해 사람들이 놀랄 수도 있을 것 같다. 편집장으로서 이 잡지를 어떻게 바라보나.
이영비 편집장: 팬으로서 을 참 좋아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기조는 어쨌거나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걸 한다’ 하나다. 물론 즐거움에도 다양한 취향이 있겠지만 우리는 정말로 보편적인, 웃기고, 꼬지 않고, 스트레이트한 재미를 추구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에 대해 굉장히 파격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이라고 오해하는 것과 달리 어떤 면에서 은 굉장히 보수적이다. 남성과 여성을 보는 원초적인 시각 자체도 예전 걸 그대로 가져가니까.
독자이자 팬에서 에디터로 출발했는데, 그 계기는 뭐였나.
이영비 편집장: 대학 때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갔는데, 친구 집에 있던 미국판 을 우연히 봤다. 와, 세상에 이런 게 있구나 싶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열심히 챙겨 봤다. 사람들이 야하다고들 하는데 내가 볼 땐 그렇게 야하지도 않았고. 사실 사람들이 그냥 하는 얘기, 자연어를 그대로 쓰는 정도 아닌가. 아무튼 구직활동을 하던 중 당시 편집장의 글에 ‘사람 뽑으니 올 테면 와라. 같이 해 보지 않으련’ 류의 내용이 실린 걸 보고 접수 마지막 날 부랴부랴 메일을 썼다. 면접을 봤더니 그 다음날 출근하라고 하셨다. 내가 생각하기엔 아무래도 예뻐서 뽑히지 않았나… (웃음)
그렇게 의 정체성을 온몸으로 습득 했겠지만 아무래도 편집장이 되기에는 젊은 나이였다.
이영비 편집장: 전에 편집장 하시던 두 분은 삼십대 후반의 남자들이었는데, 나는 스물아홉에 편집장이 됐다. 편집장이 된 이유는 아마도, 내가 당시 제일 오래 에 있던 서바이버라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소위 ‘풀린 군번’이라고 하는데 (웃음) 운이 좋았다. 다만 의 편집장이 젊은 여자라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되면 우리 회사를 좀 작게, 마이너하게 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잡지 만드는 사람 중 오타쿠 아닌 사람이 있을까” 은 보통 남자들의 동네 형이고 싶다”" /> 은 남성지고, 앞서 말했듯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이렇다’ 같은 원초적인 시각이 상당히 뚜렷한 편이다. 여성 편집장으로서 조율하기 어려운 부분은 없나.
이영비 편집장: 성별 차이보다는 성향 차이인 것 같다. 오히려 요즘엔 남자 에디터들이 나보다 훨씬 여성스럽기도 하니까. 물론 나 역시 예쁜 걸 좋아하긴 하지만 UFC를 비롯해 관심사 자체가 에서 충분히 다룰 만한, 남성들이 좋아하는 것들과 굉장히 잘 맞는다. 잡지는 보통 편집장의 책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 말에 크게 동의하지는 않는다. 우리 잡지는 오히려 독자들이 리드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내 색깔을 좀 더 낸다면, 나는 격투기, 특히 한국 격투기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좀 더 남성적이고 마초적인 아이템들을 많이 넣으려고 하고.
이번 호의 한 기사 중 “남성지가 놓치고 있는 블루오션”이라는 구절이 현재의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명품 화보나 고가의 광고성 아이템 소개기사 대신 소형 게임기 등 어느 정도 구매 가능한 가격대의 아이템이나 놀이 문화를 소개한다. 독자에 대한 명확한 타겟팅을 한다는 느낌도 든다.
이영비 편집장: 우리의 가능성이자 한계인 것 같다. 이 ‘군인 잡지’라는 오해를 많이 하시는데, 정확히 말하면 대한민국에서 잡지가 가장 강력한 미디어가 될 만큼 폐쇄적인 환경이 군대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원래 잡지를 잘 안 본다. 그런데 이십대 청년들을 PC도 없고 아이패드도 없는 데 가둬놓으면 할 게 없지 않나. 그 환경에서 을 특별히 선호한다는 데 대해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지만 ‘군인만’ 보는 잡지는 아니다. 다른 남성지와 독자층의 성격에 있어 거의 차이가 없고, 고학력 고연봉 독자층도 상당히 두껍다.
그럼에도 일반 남성지와 다르게 굉장히 실용주의적으로 세상에 접근하는 것 같다.
이영비 편집장: 남자들은 전 세계에서 제일 비싼 전투기가 뭔지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려고 보는 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재밌으라고 그걸 소개하지만 사라고 하지는 않는다. 판타지는 현실과 너무 다르고, 재미로 그걸 즐길 수는 있지만 계속해서 그걸 주입하다 보면 굉장히 좌절스러워질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의 취향이나 선택의 기준은 어떤 건가.
이영비 편집장: 에 가상의 화자가 있다면 ‘동네 형’이다. 보통 남자들이 “형, 나 무슨 차를 살까?” “형, 나 이 여자가 너무 좋은데 어떻게 하지?” “형, 나 그 새끼 너무 싫어. 까고 싶어” 등 여러 가지 고민을 털어놓을 때 시원스럽게 자기 의견을 들려주고 유머와 함께 합리적인 선택지를 보여 주는 동네 형. 동물학에서 알파메일, 우두머리 수컷이라고 하는, 모두들 끌리고 가까이하고 싶어 하는 그런 형인 거다. 엄마가 사 준 매끈한 외제차를 타고 명품 수트를 입는 남자를 다들 부러워는 하겠지만 그건 돈에 대한 부러움이지 스타일에 대한 부러움은 아니지 않나. 그건 이 원하는 남성상은 아니다. 자기가 쓰는 돈의 가치에 대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남자, 땅에 발을 딱 붙인 그 남자가 현실에 존재할 때 선택할 만한 것들을 생각하면 우리의 선택도 쉬워진다.
선택은 쉬워도 전달하는 방식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기사 대부분이 팩트와 평가로 채워져 있어서 쓰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오타쿠가 아니면 정보를 수집하거나 소화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이영비 편집장: 잡지 만드는 사람 중 오타쿠 아닌 사람이 있을까. (웃음) 나 역시 정보 오타쿠에 가까운 사람이기도 하고. 내가 제일 서글퍼할 때가 “읽는 데 한 시간도 안 걸렸어”라는 말을 들을 때다. 5천 몇백 원을 내고 잡지 한 권을 샀는데 그냥 화보, 광고, 화보, 광고만 있고 머릿속에 와 닿는 정보가 없다면 얼마나 억울한가. 우리가 가장 공들이는 코너가 ‘서커스’라고 이 세상을 보는 시각에 대한 건데, 큰 정보는 아닐지라도 독자들이 술자리 같은 데서 대화를 리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쓰는 거다. 섹시한 화보는 그분들이 좋아하는 걸 보여주는 거지만, 재미있는 정보들도 많이 얻어가서 실생활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보도자료를 받아쓸 만한 기사도 색다르게 기획하고, 애드버토리얼마저 창의적으로 쓰는 걸 보면 포맷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이영비 편집장: 사실 “요즘 뭐가 재밌는 것 같아”, “이 운동화 되게 좋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다. 그게 어떻게 재밌고 좋은지, 그래서 인생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어느 정도 ‘덕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새롭게 전달해줘야 하니까 풀어 쓸 방법에 대해 고민을 정말 많이 한다. 애드버토리얼의 경우도 아이템을 제안 받을 때 “스럽게 해 주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우리의 화법이 상업적으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니까.
하지만 ‘스러움’으로 인식된 이미지 때문에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신인 시절 화보를 통해 화제가 된 스타들이 ‘뜨고’ 나면 새로운 인물을 다시 발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지 않나.
이영비 편집장: 사실 페미닌하고 러블리한 매력도 좋지만 이 보여줄 수 있는 글래머러스하고 섹시한 여성으로서의 모습이 상업적으로는 제일 확실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예를 들면 주류 광고?) 그렇다. 특히 신인들에겐 대중에게 인식될 수 있는 가장 좋은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섹시 콘셉트로 나오면 사람들이 자기를 헤프게 보면 어쩌나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해는 한다. 시작하는 단계에서 섹시한 이미지로만 굳어지면 고민이 될 테니까. 하지만 섹시함 자체가 그렇게 문제가 될 콘셉트라면 요즘처럼 많은 사람들이 심하게 바지를 벗고 다니지는 않겠지. (웃음) 다행히 옛날보다는 그런 걱정이 줄었고, 스스로 그런 매력이 있다는 걸 굳이 감추지 않는 분들도 많아졌다.
“수지 커버, 꼭 이루고 싶은 프로젝트!” 은 보통 남자들의 동네 형이고 싶다”" />
만약 수지나 아이유처럼 미성년자이거나 소녀의 이미지가 강한 연예인과 화보를 찍을 경우 맥심스러우면서도 상대가 난감해하지 않을 만한 콘셉트가 가능할까?
이영비 편집장: 요즘에는 어린 연예인들도 자신의 매력을 발산할 기회가 있을 경우에는 숨기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본인이나 소속사의 기준에 거의 100% 맞추는 편이다. 의상이 너무 짧다거나, 배꼽이 보이면 안 된다거나, 바지는 핫팬츠인데 탑은 시스루면 안 된다거나 하는 각자의 기준들이 있다. 재미있는 게, 가슴 쪽 노출은 꺼리는데 하체 노출은 별로 개의치 않는 경우가 많다. 사실 모델이 너무 어린 경우에는 우리도 걱정을 한다. 주말에 가요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챙겨보며 피로를 푸는데 어떤 걸 그룹의 무대 의상을 보면 “어우, 쟤 너무 야하다. 우리 책에 못 싣겠다” 하다가도 혹시 섭외되는지 물어보면 “은 안 한 대요” 라고 할 때도 있고… (웃음)
일반인을 모델로 쓰는 ‘미스 맥심’을 포함해 어느 정도 노출이 있는 화보를 찍는데, 여성이 보는 섹시함의 기준이 남성과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영비 편집장: 화보는 개인의 페티시 혹은 판타지를 그림으로 만들어가는 거니까 그 역시 남녀보다는 사람마다의 취향인 것 같다. 실제로 남자 에디터와 여자 에디터가 가져오는 시안을 봐도 성별의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다만 예전에 우리가 캠페인 비슷하게 시리즈로 몇 달 동안 “44 사이즈 모델을 쓰지 않겠습니다”라고 한 적이 있다. 내가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그런 여자는 앞서 말한 의 화자로서의 남성에게 매력이 없을 것 같은 타입이기 때문이다. 의 이미지인 육체적으로 우월한 수컷 마초들이 사랑할 만한 여자가 44 사이즈 모델은 아니다. 섹시함에는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는데 나 개인적으로는 건강하고 밝은 섹시함을 좋아하는 편이다. 어떤 모델이라도 그 사람의 나이에서 가장 예쁜 모습을 보여주게 하는 게 목표다.
그런데 은 판타지보다는 현실에 있을 것 같은 톤을 유지하는 것 같다. 5월호의 ‘스승의 날 기념 화보’도 일종의 판타지인데 톤과 설정은 남자들의 미녀 교사에 대한 보편적인 로망을 담고 있다. 하지만 광고주에게는 ‘럭셔리한 이미지’가 더 어필할 수도 있을텐데.
이영비 편집장: 광고 영업을 하는 입장과 편집부의 입장에서 조금씩 온도차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제품 리뷰 같은 걸 쓸 때 뻥을 치지는 않는다. 그거 얼마나 한다고 (웃음) 그러나 의 남성 화자, 멋진 우두머리 수컷이 선택하는 제품이라는 면에서 광고적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선택하는 것이 쉽고 직관적인 느낌으로 수많은 남자들의 팔로우를 유발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여성 독자들에게 소구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여친이 생리대를 사오라는데 뭘 사야 하나요?”에 대한 가이드처럼 남자들을 향해 ‘여자들은 이러니 좀 눈치 있게 굴어’라고 알려주기도 한다.
이영비 편집장: 섹스 피처를 비롯해 여성 독자들에게 인기 있는 코너가 몇 개 있다. 그런데 의외로 남성들에 대해 알고 싶어서 본다기보다 지적 호기심이 강하거나 텍스트를 읽는 욕구가 강한 분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생리대에 대한 기사의 경우, 남자들이 여자에 대해 갖고 있는 환상을 모두 깨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느 선까지는 괜찮겠다고 생각했고 이로 인해 전국의 많은 커플들 사이에 발생할 뻔 했던 갈등의 일부가 해결되었을 거다. (웃음)
그렇게 사소해 보이는 소재로 풍부한 기사를 만들어내려면 만드는 사람들 간의 소통이 중요할 것 같은데.
이영비 편집장: 만드는 사람이 재밌어야 보는 사람도 재밌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 이라 해서 일하는 과정이 한없이 즐거울 수는 없지 않나. 하지만 우리가 침울해지면 안 되니까 침묵이 가져다주는 썰렁한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에디터 한 명이 DJ를 맡아 우리 회사가 쓰는 3개 층에 음악을 튼다. 그리고 “우리가 소통하는 데 이 정도는 필요하다”며 경영진을 설득해서 당구대, 에어하키가 있는 게임룸을 만들었다. 술을 많이 먹지는 않지만 냉장고에는 맥주를 채워놨고, 조그만 부엌이 하나 있는데 바닥에 “No Sex While Others Eating”이라고 써있다. 그런 소소한 거라도 좀 재미있게, 서로 얘깃거리를 가질 수 있게 노력한다.
잡지를 만든다는 것, 특히 이번처럼 커버가 펑크 나거나 하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굉장히 힘들다. 그럼에도 이 일을 하는 이유가 있다면
이영비 편집장: 사람들이 재밌는 걸 좋아하고 나도 재밌는 걸 만드는 게 좋고, 사람들이 내가 만든 재밌는 걸 보고 좋아하는 것 자체가 너무 즐겁다. 그리고 의 화자가 되는 그 남자가 여성인 내 입장에서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다. 그렇기 때문에 이 남자를 즐겁게 해 주고 싶고, 그가 계속해서 다른 남자들의 부러움을 사는 대상이 되면 좋겠다. 우리가 여성의 섹시함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화자인 이 남자가 그 여자를 음침한 데서 숨어서 좋아하란 얘기가 아니다. 좋아하면 좋다, 예쁘면 예쁘다, 사귀고 싶으면 사귀고 싶다고 접근할 수 있는 느낌으로 가는 거다. 그래서 이 남자가 나이 들수록 더 매력적이 되는 동네 형 같은 존재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필요하니까.
지금까지 이루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꼭 성공시키겠다고 생각하는 야심찬 프로젝트가 하나 있다면 뭔가.
이영비 편집장: 수지 커버! (웃음) 정말 좋아한다. JYP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막 나가거나 하지 않을 테니 수지를 달라! 글로벌판과도 콘텐츠를 제휴하니까 수지가 갖고 있는 매력이 세계로 우주로 뻗어나가게 해줄 수 있다!
글, 인터뷰. 최지은 five@
인터뷰. 강명석 기자 two@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지난 주 영화 와 함께 웹상을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는 남성지 의 표지모델 사건이었다. 촬영을 모두 마친 표지모델과의 마찰로 인쇄일이 임박해 화보를 폐기하는 상황이 닥치자 한 에디터가 살신성인의 자세로 촬영에 임한 것이다. 흔히 ‘숨 막히는 뒤태’라고 일컬어지는 포즈의 이 표지는 프로 모델 못지않은 에디터의 몸매 뿐 아니라 이 사건을 다루는 의 방식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됐다. 은 ‘커버 화보 폐기처분 풀 스토리’ 기사를 통해 원래 촬영을 진행했던 모델의 신상을 제외한 상황을 낱낱이 고백했고, 에디터 세 명은 서로 자신이 커버에 실린 모델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썼다. 심지어 은 해당 에디터가 누구인지 맞추는 독자를 뽑아 선물까지 줄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초대형 악재가 터진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사태를 수습하고, 그 와중에도 보는 이를 낄낄대며 웃게 만드는 태도는 그동안 의 패기어린 행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가 의 애독자에서 에디터로, 1년여 전부터는 ‘장’의 자리에 올라 이 흥미로운 잡지를 만드는 서른한 살의 여성, 이영비 편집장을 만났다.일단 문제의 커버 펑크 사건의 전말을 재구성해 달라.
이영비 편집장: 커버 촬영이 진행되던 당시 나는 한국계 UFC 챔피언 벤 헨더슨 인터뷰 때문에 미국 출장을 가 있었다. 벤 헨더슨은 너무 착하고 몸도 좋고, 심지어 밥까지 사줘서(웃음)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전화가 오더니 “모델이 안 하겠대요”라는 거다. 잘못 들은 줄 알고 “아이, 무슨 소리야. 아닐 거야. 잘 설득해 봐” 했는데… 돌아와 보니 전혀 컨트롤이 안 된 상태였다. 본사에서 받은 데이터로 부랴부랴 할까 했지만 그것도 시차가 있으니까 본사랑 그쪽 에이전시까지 거치면 꽤 오래 걸린다. 다들 우울해하다 예전에 농담 삼아 책에 “아 몰라. 안 되면 우리가 (커버) 하지”라고 쓴 적이 있었는데 “그럼 이걸 누가 하지?”까지 얘기가 흘렀다. 사실 “아, 내가 편집장인데 당연히…!” 하다가, 그래도 맥심 커버에는 제일 매력적인 여성이 나와야 하니까 모 에디터가 하기로 했다. 편집장이라도 그런 걸 강요할 수는 없는데, 마침 그 에디터는 몸매도 좋고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해서 즐겁게 찍었다. 사실 그동안 여러 촬영에서 부분 모델로 써오기도 했고. 어느 정도 예산 때문이기도 했지만…
“표지를 찍은 에디터에게는 돈까스를 사줬다” 은 보통 남자들의 동네 형이고 싶다”" /> 독자나 네티즌 입장에서는 이런 경우 ‘깬다, 재밌다’ 할 수도 있지만 경영진 쪽에서는 ‘장난하냐’며 프린트를 집어던질 수도 있었을 텐데 (웃음)
이영비 편집장: 그런 부분에선 죽이 잘 맞는다. 이 친구가 그동안 모델로 활동한 걸 돌이켜 보면 그림이 잘 나올 것 같아서 설득이 어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고민한 건 잡지사에서 커버가 펑크 났다는 사실을 공론화하느냐 마느냐였다. 아무래도 자존심이 걸린 문제니까. 하지만 찔끔 얘기하나 뻥 터뜨리나 사람들이 받아들이긴 마찬가지일 것 같아서 하는 김에 확 지른 거다.
웹상에서는 대박이 났는데 판매량은 어떤가.
이영비 편집장: 한창 이슈일 때는 정말 판매량이 껑충 뛰었다. 섣부른 예측일 수도 있지만 완판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에디터에게 모델료는 줬나.
이영비 편집장: 어제 돈까스 사줬다.
원래 이 파격적인 시도를 많이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못할 건 없겠다.
이영비 편집장: 이게 정점이겠지. 사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일이란 게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엔 촬영도 마치고 보정까지 끝내서 인쇄 보내기 직전이었는데 틀어지니까 좌절하긴 했다. 사진 찍히는 분들과 사전 협의된 상태에서 최대한 이야기하고 진행하지만 사람의 허용범위라는 게 다 같지는 않더라. 어쨌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거다.
이번 해프닝이 어떤 면에선 ‘의 위엄’ 같은 걸 보여준 계기같기도 한데, 편집장이 여자라는 사실에 대해 사람들이 놀랄 수도 있을 것 같다. 편집장으로서 이 잡지를 어떻게 바라보나.
이영비 편집장: 팬으로서 을 참 좋아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기조는 어쨌거나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걸 한다’ 하나다. 물론 즐거움에도 다양한 취향이 있겠지만 우리는 정말로 보편적인, 웃기고, 꼬지 않고, 스트레이트한 재미를 추구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에 대해 굉장히 파격적이고 진보적인 성향이라고 오해하는 것과 달리 어떤 면에서 은 굉장히 보수적이다. 남성과 여성을 보는 원초적인 시각 자체도 예전 걸 그대로 가져가니까.
독자이자 팬에서 에디터로 출발했는데, 그 계기는 뭐였나.
이영비 편집장: 대학 때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갔는데, 친구 집에 있던 미국판 을 우연히 봤다. 와, 세상에 이런 게 있구나 싶었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도 열심히 챙겨 봤다. 사람들이 야하다고들 하는데 내가 볼 땐 그렇게 야하지도 않았고. 사실 사람들이 그냥 하는 얘기, 자연어를 그대로 쓰는 정도 아닌가. 아무튼 구직활동을 하던 중 당시 편집장의 글에 ‘사람 뽑으니 올 테면 와라. 같이 해 보지 않으련’ 류의 내용이 실린 걸 보고 접수 마지막 날 부랴부랴 메일을 썼다. 면접을 봤더니 그 다음날 출근하라고 하셨다. 내가 생각하기엔 아무래도 예뻐서 뽑히지 않았나… (웃음)
그렇게 의 정체성을 온몸으로 습득 했겠지만 아무래도 편집장이 되기에는 젊은 나이였다.
이영비 편집장: 전에 편집장 하시던 두 분은 삼십대 후반의 남자들이었는데, 나는 스물아홉에 편집장이 됐다. 편집장이 된 이유는 아마도, 내가 당시 제일 오래 에 있던 서바이버라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소위 ‘풀린 군번’이라고 하는데 (웃음) 운이 좋았다. 다만 의 편집장이 젊은 여자라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되면 우리 회사를 좀 작게, 마이너하게 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결과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잡지 만드는 사람 중 오타쿠 아닌 사람이 있을까” 은 보통 남자들의 동네 형이고 싶다”" /> 은 남성지고, 앞서 말했듯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이렇다’ 같은 원초적인 시각이 상당히 뚜렷한 편이다. 여성 편집장으로서 조율하기 어려운 부분은 없나.
이영비 편집장: 성별 차이보다는 성향 차이인 것 같다. 오히려 요즘엔 남자 에디터들이 나보다 훨씬 여성스럽기도 하니까. 물론 나 역시 예쁜 걸 좋아하긴 하지만 UFC를 비롯해 관심사 자체가 에서 충분히 다룰 만한, 남성들이 좋아하는 것들과 굉장히 잘 맞는다. 잡지는 보통 편집장의 책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 말에 크게 동의하지는 않는다. 우리 잡지는 오히려 독자들이 리드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내 색깔을 좀 더 낸다면, 나는 격투기, 특히 한국 격투기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좀 더 남성적이고 마초적인 아이템들을 많이 넣으려고 하고.
이번 호의 한 기사 중 “남성지가 놓치고 있는 블루오션”이라는 구절이 현재의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명품 화보나 고가의 광고성 아이템 소개기사 대신 소형 게임기 등 어느 정도 구매 가능한 가격대의 아이템이나 놀이 문화를 소개한다. 독자에 대한 명확한 타겟팅을 한다는 느낌도 든다.
이영비 편집장: 우리의 가능성이자 한계인 것 같다. 이 ‘군인 잡지’라는 오해를 많이 하시는데, 정확히 말하면 대한민국에서 잡지가 가장 강력한 미디어가 될 만큼 폐쇄적인 환경이 군대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원래 잡지를 잘 안 본다. 그런데 이십대 청년들을 PC도 없고 아이패드도 없는 데 가둬놓으면 할 게 없지 않나. 그 환경에서 을 특별히 선호한다는 데 대해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지만 ‘군인만’ 보는 잡지는 아니다. 다른 남성지와 독자층의 성격에 있어 거의 차이가 없고, 고학력 고연봉 독자층도 상당히 두껍다.
그럼에도 일반 남성지와 다르게 굉장히 실용주의적으로 세상에 접근하는 것 같다.
이영비 편집장: 남자들은 전 세계에서 제일 비싼 전투기가 뭔지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려고 보는 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재밌으라고 그걸 소개하지만 사라고 하지는 않는다. 판타지는 현실과 너무 다르고, 재미로 그걸 즐길 수는 있지만 계속해서 그걸 주입하다 보면 굉장히 좌절스러워질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의 취향이나 선택의 기준은 어떤 건가.
이영비 편집장: 에 가상의 화자가 있다면 ‘동네 형’이다. 보통 남자들이 “형, 나 무슨 차를 살까?” “형, 나 이 여자가 너무 좋은데 어떻게 하지?” “형, 나 그 새끼 너무 싫어. 까고 싶어” 등 여러 가지 고민을 털어놓을 때 시원스럽게 자기 의견을 들려주고 유머와 함께 합리적인 선택지를 보여 주는 동네 형. 동물학에서 알파메일, 우두머리 수컷이라고 하는, 모두들 끌리고 가까이하고 싶어 하는 그런 형인 거다. 엄마가 사 준 매끈한 외제차를 타고 명품 수트를 입는 남자를 다들 부러워는 하겠지만 그건 돈에 대한 부러움이지 스타일에 대한 부러움은 아니지 않나. 그건 이 원하는 남성상은 아니다. 자기가 쓰는 돈의 가치에 대해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남자, 땅에 발을 딱 붙인 그 남자가 현실에 존재할 때 선택할 만한 것들을 생각하면 우리의 선택도 쉬워진다.
선택은 쉬워도 전달하는 방식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기사 대부분이 팩트와 평가로 채워져 있어서 쓰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오타쿠가 아니면 정보를 수집하거나 소화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이영비 편집장: 잡지 만드는 사람 중 오타쿠 아닌 사람이 있을까. (웃음) 나 역시 정보 오타쿠에 가까운 사람이기도 하고. 내가 제일 서글퍼할 때가 “읽는 데 한 시간도 안 걸렸어”라는 말을 들을 때다. 5천 몇백 원을 내고 잡지 한 권을 샀는데 그냥 화보, 광고, 화보, 광고만 있고 머릿속에 와 닿는 정보가 없다면 얼마나 억울한가. 우리가 가장 공들이는 코너가 ‘서커스’라고 이 세상을 보는 시각에 대한 건데, 큰 정보는 아닐지라도 독자들이 술자리 같은 데서 대화를 리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쓰는 거다. 섹시한 화보는 그분들이 좋아하는 걸 보여주는 거지만, 재미있는 정보들도 많이 얻어가서 실생활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보도자료를 받아쓸 만한 기사도 색다르게 기획하고, 애드버토리얼마저 창의적으로 쓰는 걸 보면 포맷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이영비 편집장: 사실 “요즘 뭐가 재밌는 것 같아”, “이 운동화 되게 좋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다. 그게 어떻게 재밌고 좋은지, 그래서 인생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어느 정도 ‘덕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새롭게 전달해줘야 하니까 풀어 쓸 방법에 대해 고민을 정말 많이 한다. 애드버토리얼의 경우도 아이템을 제안 받을 때 “스럽게 해 주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우리의 화법이 상업적으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니까.
하지만 ‘스러움’으로 인식된 이미지 때문에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신인 시절 화보를 통해 화제가 된 스타들이 ‘뜨고’ 나면 새로운 인물을 다시 발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지 않나.
이영비 편집장: 사실 페미닌하고 러블리한 매력도 좋지만 이 보여줄 수 있는 글래머러스하고 섹시한 여성으로서의 모습이 상업적으로는 제일 확실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예를 들면 주류 광고?) 그렇다. 특히 신인들에겐 대중에게 인식될 수 있는 가장 좋은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섹시 콘셉트로 나오면 사람들이 자기를 헤프게 보면 어쩌나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해는 한다. 시작하는 단계에서 섹시한 이미지로만 굳어지면 고민이 될 테니까. 하지만 섹시함 자체가 그렇게 문제가 될 콘셉트라면 요즘처럼 많은 사람들이 심하게 바지를 벗고 다니지는 않겠지. (웃음) 다행히 옛날보다는 그런 걱정이 줄었고, 스스로 그런 매력이 있다는 걸 굳이 감추지 않는 분들도 많아졌다.
“수지 커버, 꼭 이루고 싶은 프로젝트!” 은 보통 남자들의 동네 형이고 싶다”" />
만약 수지나 아이유처럼 미성년자이거나 소녀의 이미지가 강한 연예인과 화보를 찍을 경우 맥심스러우면서도 상대가 난감해하지 않을 만한 콘셉트가 가능할까?
이영비 편집장: 요즘에는 어린 연예인들도 자신의 매력을 발산할 기회가 있을 경우에는 숨기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본인이나 소속사의 기준에 거의 100% 맞추는 편이다. 의상이 너무 짧다거나, 배꼽이 보이면 안 된다거나, 바지는 핫팬츠인데 탑은 시스루면 안 된다거나 하는 각자의 기준들이 있다. 재미있는 게, 가슴 쪽 노출은 꺼리는데 하체 노출은 별로 개의치 않는 경우가 많다. 사실 모델이 너무 어린 경우에는 우리도 걱정을 한다. 주말에 가요 프로그램을 빼놓지 않고 챙겨보며 피로를 푸는데 어떤 걸 그룹의 무대 의상을 보면 “어우, 쟤 너무 야하다. 우리 책에 못 싣겠다” 하다가도 혹시 섭외되는지 물어보면 “은 안 한 대요” 라고 할 때도 있고… (웃음)
일반인을 모델로 쓰는 ‘미스 맥심’을 포함해 어느 정도 노출이 있는 화보를 찍는데, 여성이 보는 섹시함의 기준이 남성과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영비 편집장: 화보는 개인의 페티시 혹은 판타지를 그림으로 만들어가는 거니까 그 역시 남녀보다는 사람마다의 취향인 것 같다. 실제로 남자 에디터와 여자 에디터가 가져오는 시안을 봐도 성별의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다만 예전에 우리가 캠페인 비슷하게 시리즈로 몇 달 동안 “44 사이즈 모델을 쓰지 않겠습니다”라고 한 적이 있다. 내가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그런 여자는 앞서 말한 의 화자로서의 남성에게 매력이 없을 것 같은 타입이기 때문이다. 의 이미지인 육체적으로 우월한 수컷 마초들이 사랑할 만한 여자가 44 사이즈 모델은 아니다. 섹시함에는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는데 나 개인적으로는 건강하고 밝은 섹시함을 좋아하는 편이다. 어떤 모델이라도 그 사람의 나이에서 가장 예쁜 모습을 보여주게 하는 게 목표다.
그런데 은 판타지보다는 현실에 있을 것 같은 톤을 유지하는 것 같다. 5월호의 ‘스승의 날 기념 화보’도 일종의 판타지인데 톤과 설정은 남자들의 미녀 교사에 대한 보편적인 로망을 담고 있다. 하지만 광고주에게는 ‘럭셔리한 이미지’가 더 어필할 수도 있을텐데.
이영비 편집장: 광고 영업을 하는 입장과 편집부의 입장에서 조금씩 온도차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제품 리뷰 같은 걸 쓸 때 뻥을 치지는 않는다. 그거 얼마나 한다고 (웃음) 그러나 의 남성 화자, 멋진 우두머리 수컷이 선택하는 제품이라는 면에서 광고적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선택하는 것이 쉽고 직관적인 느낌으로 수많은 남자들의 팔로우를 유발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여성 독자들에게 소구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여친이 생리대를 사오라는데 뭘 사야 하나요?”에 대한 가이드처럼 남자들을 향해 ‘여자들은 이러니 좀 눈치 있게 굴어’라고 알려주기도 한다.
이영비 편집장: 섹스 피처를 비롯해 여성 독자들에게 인기 있는 코너가 몇 개 있다. 그런데 의외로 남성들에 대해 알고 싶어서 본다기보다 지적 호기심이 강하거나 텍스트를 읽는 욕구가 강한 분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생리대에 대한 기사의 경우, 남자들이 여자에 대해 갖고 있는 환상을 모두 깨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느 선까지는 괜찮겠다고 생각했고 이로 인해 전국의 많은 커플들 사이에 발생할 뻔 했던 갈등의 일부가 해결되었을 거다. (웃음)
그렇게 사소해 보이는 소재로 풍부한 기사를 만들어내려면 만드는 사람들 간의 소통이 중요할 것 같은데.
이영비 편집장: 만드는 사람이 재밌어야 보는 사람도 재밌을 거라 생각한다. 사실 이라 해서 일하는 과정이 한없이 즐거울 수는 없지 않나. 하지만 우리가 침울해지면 안 되니까 침묵이 가져다주는 썰렁한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에디터 한 명이 DJ를 맡아 우리 회사가 쓰는 3개 층에 음악을 튼다. 그리고 “우리가 소통하는 데 이 정도는 필요하다”며 경영진을 설득해서 당구대, 에어하키가 있는 게임룸을 만들었다. 술을 많이 먹지는 않지만 냉장고에는 맥주를 채워놨고, 조그만 부엌이 하나 있는데 바닥에 “No Sex While Others Eating”이라고 써있다. 그런 소소한 거라도 좀 재미있게, 서로 얘깃거리를 가질 수 있게 노력한다.
잡지를 만든다는 것, 특히 이번처럼 커버가 펑크 나거나 하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굉장히 힘들다. 그럼에도 이 일을 하는 이유가 있다면
이영비 편집장: 사람들이 재밌는 걸 좋아하고 나도 재밌는 걸 만드는 게 좋고, 사람들이 내가 만든 재밌는 걸 보고 좋아하는 것 자체가 너무 즐겁다. 그리고 의 화자가 되는 그 남자가 여성인 내 입장에서 이상형에 가까운 남자다. 그렇기 때문에 이 남자를 즐겁게 해 주고 싶고, 그가 계속해서 다른 남자들의 부러움을 사는 대상이 되면 좋겠다. 우리가 여성의 섹시함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화자인 이 남자가 그 여자를 음침한 데서 숨어서 좋아하란 얘기가 아니다. 좋아하면 좋다, 예쁘면 예쁘다, 사귀고 싶으면 사귀고 싶다고 접근할 수 있는 느낌으로 가는 거다. 그래서 이 남자가 나이 들수록 더 매력적이 되는 동네 형 같은 존재면 좋겠다. 그런 사람이 필요하니까.
지금까지 이루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꼭 성공시키겠다고 생각하는 야심찬 프로젝트가 하나 있다면 뭔가.
이영비 편집장: 수지 커버! (웃음) 정말 좋아한다. JYP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막 나가거나 하지 않을 테니 수지를 달라! 글로벌판과도 콘텐츠를 제휴하니까 수지가 갖고 있는 매력이 세계로 우주로 뻗어나가게 해줄 수 있다!
글, 인터뷰. 최지은 five@
인터뷰. 강명석 기자 two@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