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리아>│스포츠 신파극의 전형](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050218513531475_1.jpg)
1991년, 제 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위해 남북 최초의 단일팀이 꾸려진다. 그러나 남북 고위급 회담의 성과물로 급조된 이벤트는 선수들의 불만을 사고, 각 잡힌 북한 선수들과 수학여행 온 학생들 마냥 들뜬 남한 선수들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급기야 환영 만찬 자리에서 주먹다짐까지 벌이며 감정의 골은 깊어진다.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 단일팀이라는 실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스크랩한 영화 는 물과 기름 같았던 이들이 하나가 되어 이룬 기적의 그 날을 결승점으로 두고 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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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젖은 탁구공
![영화 <코리아>│스포츠 신파극의 전형](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050218513531475_2.jpg)
전국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이나 뉴스에서 종종 보이는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기란 쉽지 않다. 는 농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한국 사람이라면 다수가 공유하고 있을 안타까움에 크게 기대고 있다. 화면 가득 펄럭이는 태극기,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비극적인 고지로 시작된 영화의 페이스는 쉽게 예측 가능하다. 대회 우승은 스포츠 영화로서의 클라이막스를, 그 이후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리분희(배두나)와 현정화(하지원)의 이별은 신파극으로서의 클라이막스를 담당한다. 그러나 남북 분단의 현실을 개탄하거나 한민족을 강조하는 연설식 대사들은 비극을 절정으로 끌어올리는 환경을 만드는 대신 빠르고 간단하게 격앙된 감정을 주입하려 한다.
남북의 선수들이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한 뒤 시련을 맞이하지만 결국은 해피엔딩에 이르는 얼개는 이미 여러 스포츠 영화에서 선보인 구조다. 각 팀의 에이스인 리분희와 현정화가 마음을 열고 파트너가 되기까지 다른 선수들의 로맨스와 코미디가 자잘하게 배치되고, 대회 9연패를 노리는 중국이 공공의 적이자 악역으로 설정되는 등 영화는 스포츠 신파극의 가이드라인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종목만 스키 점프에서 야구로, 마라톤으로, 탁구로 바꿔서 무한증식되는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의 가장 큰 미덕은 배우들이다. 국제대회 울렁증을 가진 북한의 국가대표 유순복을 연기한 한예리는 청정지역에서 온 신인의 등장을 알렸고, 북한의 에이스 리분희로 탁구채를 잡은 배두나는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기획영화에서도 유효한 그녀의 카리스마는 허술한 극의 무게 중심을 잡아줄 정도로 탁월하고, 라이벌 하지원과의 호흡에서도 멜로영화를 방불케 할 만큼 눅진한 케미스트리를 창출해내는 것도 그녀의 몫이다. 그러나 몇몇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영화 전체의 진부함까지 다 덮지는 못한다. 5월 3일 개봉.
글.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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