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신>, 정신승리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개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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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룰라가 94년 TV저널 선정 최우수 스타상과 95년 대한민국 영상음반대상 골든디스크부문을 휩쓸고 헬기를 타고 다니며 전국 스케줄을 소화했던 시절에도 이상민이 ‘음악의 신’은 아니었다. 이상민은 인기 절정의 순간 표절 문제로 자살소동을 벌였지만 그조차 웃음거리가 되고 만 작곡가였고 이후 그의 주된 커리어는 이혼, 부도, 도박이었다. 하지만 이 턱없이 과장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을 관통하는 주제는 명쾌하다. 왕년에는 잘 나갔지만 지금은 못 나가는 남자의 허세, 추억을 팔아 연명하면서도 초라한 현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남자의 센 척이 그것이다.

연예계의 찌질한 이면과 소규모 매니지먼트사의 애잔한 비즈니스를 뛰어난 관찰력으로 그려낸다는 면에서 MBC 에브리원 와 비슷한 정서를 띠면서도, 의 주된 동력이 허구와 실제를 구분하기 힘든 이상민의 뻔뻔한 연기인 것은 그 때문이다. 입으로는 찬란했던 과거를 복기하지만 속으로는 살찌고 인기 떨어진 자신의 모습에 전전긍긍하고, 사람들의 부정적 반응을 긍정적으로 왜곡해 해석하며 끊임없이 인지부조화를 이루는 이상민의 캐릭터는 그가 유일하게 함부로 대하는 대상이 자신에게 있어 ‘을’인 매니저뿐이라는 데서 이중성의 디테일을 완성한다. 이상민의 전성기와 달리 역전된 현재의 입장을 즐기다가도 똑같은 ‘양아치’ 대화를 주고받는 고영욱을 비롯해 흥미로운 주변 인물들도 잘 만든 시트콤 속 캐릭터에 가깝다. 그래서 박준수 PD의 전작 < UV 신드롬 >보다 한층 더 정교하고 신랄한 블랙 코미디를 구현하는 이 정신승리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매력은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 부질없는 허세를 즐기는 데 있다. 촤하하.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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