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 짱이 도요타를 위협한다. 최근 장기 경제 침체로 기를 펴지 못하는 일본이지만 유독 활기를 잃지 않는 것들이 있다. 키티, 포켓 몬스터, 도라에몽, 그리고 아역 스타들. 본래 일본의 장기였던 애니메이션, 게임 산업은 물론 캐릭터를 사용한 팬시 문구, TV 프로그램, 서적, 잡지까지 소위 ‘카와이’로 총칭되는 문화가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임 회사 닌텐도의 미국 시장 수익은 2005년 31억 달러를 기록한 뒤 매년 상승하고 있고, 2009년 기준 콘텐츠 비즈니스 시장의 규모는 1160억 달러로 계산됐다. 이는 도요타 전체 수익의 2/3에 해당하는 수치다. 극장가에는 정기적으로 가족 관객을 타깃으로 한 TV 애니메이션의 영화판이 걸려 흥행에 성공한다. 시장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귀엽다는 뜻의 ‘카와이’는 단순한 형용, 감탄사를 넘어 일본의 새로운 문화 하나를 만들어냈다. 시사 주간지 은 “카와이가 일본 문화를 선도한다”고 썼고, 2009년 일본 외무성은 이미지 향상을 위해 인기 여성 모델 3인을 ‘카와이 대사’로 임명해 문화 홍보 활동을 벌였다. 도요타의 자동차, 소니의 워크맨 등 하이테크로 알려져 온 일본이 이제 ‘카와이’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키워드로 설명되고 있는 셈이다. 일본에서 카와이는 하나의 문화이자 어엿한 산업이다.
직역을 하면 귀엽다는 말. 하지만 카와이는 사실 그 이상이다. 실제 생활에서 카와이가 통용되는 범위는 매우 넓고, 이는 매해 문화의 확장과 더불어 점차 넓어지고 있다. 가령 젊은 여자들이 길거리를 가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할 때 그녀들은 ‘카와이’라 감탄한다. 꼭 귀엽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형, 핸드폰 액세서리, 메이드 복장, 신발, 기계 등 대상의 범주도 다양하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귀여운 콘셉트의 캐릭터, 소녀 취향의 소품만을 꾸미던 카와이는 이제 일본 문화의 미적 기준을 제시하는 하나의 척도가 되었다. 메이지대학의 요모타 이누히코 교수는 “카와이는 어떤 대상을 수용한다는 매우 포괄적인 단어가 되었다. 이는 21세기 일본 문화의 매직 워드”라고 말했다. 카와이인가, 카와이하지 않은가로 수용의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카와이와 결부된 새로운 표현들도 생겨나고 있다. 가령 못생겼지만 귀여운 대상을 수식하는 부스카와이(ブスかわいい, 부스가 못난이란 뜻), 기분 나쁘지만 귀엽다는 뜻의 키모카와이(きもかわいい, 기분 나쁘다는 의미의 키모이와 카와이의 결합) 등은 일본의 젊은이들이 카와이를 기준으로 사물을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못생기고 기분 나빠도 카와이하다면 수용되는 것이다.
카와이, 일본이 제시한 가장 새로운 차원의 문화 스펙트럼
최근 2~3년 일본에서는 ‘카와이 문화’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이뤄졌다. 관련 책들이 다수 출간됐고 일본의 카와이함을 다시 보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NHK에서는 2007년 < 도쿄 카와이 ★TV >란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일본의 카와이한 문화를 소개하는 방송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1980년대 게임, 애니메이션 산업의 경제적 효과를 재평가하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한때 오타쿠 문화로 저평가됐던 게임과 애니메이션은 80년대 후반 해외에서의 수익과 경제적 파급효과로 일본 경제의 한 축으로 인정받았다. 카와이 문화 역시 10년 전까지만 해도 소녀문화의 오타쿠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유럽 지역에서의 인기와 관련 산업의 부침없는 성장은 카와이 문화를 새로운 문화 주역으로 끌어올렸다. 4월 5일부터 7월 1일까지 도쿄의 야요이 미술관에서는 ‘일본의 카와이 전~팬시상품을 중심으로’가 열리고 있다. 카와이 문화의 시초를 다이쇼 시대의 화가 타케히사 유메지로 잡고 역사를 훑어 올라가는 기획이다. 1915년 도쿄 니혼바시에 오픈한 타케히사의 생활잡화점 ‘미나토야에조우시’는 아르누보(Art Nouveau) 풍의 그림 상품들을 판매하며 기존과 다른 감각을 선보였다. 그리고 쇼와 시대로 들어서 타카바타케 카쇼,를 중심으로 서정파 화가들의 그림이 그려진 잡화 상품들이 인기를 끌며 카와이 문화의 토대가 마련됐다. 미술관 관계자는 “소녀문화의 최초 상품이 된 작품을 통해 일본의 카와이 문화 100년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와이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감각이다. 때로는 귀여움을, 또 때로는 파격적인 아름다움을, 그리고 또 때로는 유머러스함을 지칭하는 카와이는 일본의 새로운 미적 기준이자 문화의 대표어다. 일부에서는 좋고 싫음이 확실하지 않은 일본의 우유부단함을 카와이란 말이 에두르고 있다는 쓴 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그 우유부단함이 일본의 어쩔 수 없는 속성임을 감안할 때 카와이 문화는 분명일본 고유의 자산이다. 영화, 미술, 음악, 패션. 그 어느 장르에 속하지도 않으면서 모든 장르를 에두르는 문화. 이보다 기발한 문화가 있을까. 카와이는 아마도 일본이 제시한 가장 새로운 차원의 문화 스펙트럼일 것이다.
사진제공. 야요이 미술관, anionetv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seven@
직역을 하면 귀엽다는 말. 하지만 카와이는 사실 그 이상이다. 실제 생활에서 카와이가 통용되는 범위는 매우 넓고, 이는 매해 문화의 확장과 더불어 점차 넓어지고 있다. 가령 젊은 여자들이 길거리를 가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할 때 그녀들은 ‘카와이’라 감탄한다. 꼭 귀엽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형, 핸드폰 액세서리, 메이드 복장, 신발, 기계 등 대상의 범주도 다양하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귀여운 콘셉트의 캐릭터, 소녀 취향의 소품만을 꾸미던 카와이는 이제 일본 문화의 미적 기준을 제시하는 하나의 척도가 되었다. 메이지대학의 요모타 이누히코 교수는 “카와이는 어떤 대상을 수용한다는 매우 포괄적인 단어가 되었다. 이는 21세기 일본 문화의 매직 워드”라고 말했다. 카와이인가, 카와이하지 않은가로 수용의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카와이와 결부된 새로운 표현들도 생겨나고 있다. 가령 못생겼지만 귀여운 대상을 수식하는 부스카와이(ブスかわいい, 부스가 못난이란 뜻), 기분 나쁘지만 귀엽다는 뜻의 키모카와이(きもかわいい, 기분 나쁘다는 의미의 키모이와 카와이의 결합) 등은 일본의 젊은이들이 카와이를 기준으로 사물을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못생기고 기분 나빠도 카와이하다면 수용되는 것이다.
카와이, 일본이 제시한 가장 새로운 차원의 문화 스펙트럼
최근 2~3년 일본에서는 ‘카와이 문화’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이뤄졌다. 관련 책들이 다수 출간됐고 일본의 카와이함을 다시 보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NHK에서는 2007년 < 도쿄 카와이 ★TV >란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일본의 카와이한 문화를 소개하는 방송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1980년대 게임, 애니메이션 산업의 경제적 효과를 재평가하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한때 오타쿠 문화로 저평가됐던 게임과 애니메이션은 80년대 후반 해외에서의 수익과 경제적 파급효과로 일본 경제의 한 축으로 인정받았다. 카와이 문화 역시 10년 전까지만 해도 소녀문화의 오타쿠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유럽 지역에서의 인기와 관련 산업의 부침없는 성장은 카와이 문화를 새로운 문화 주역으로 끌어올렸다. 4월 5일부터 7월 1일까지 도쿄의 야요이 미술관에서는 ‘일본의 카와이 전~팬시상품을 중심으로’가 열리고 있다. 카와이 문화의 시초를 다이쇼 시대의 화가 타케히사 유메지로 잡고 역사를 훑어 올라가는 기획이다. 1915년 도쿄 니혼바시에 오픈한 타케히사의 생활잡화점 ‘미나토야에조우시’는 아르누보(Art Nouveau) 풍의 그림 상품들을 판매하며 기존과 다른 감각을 선보였다. 그리고 쇼와 시대로 들어서 타카바타케 카쇼,를 중심으로 서정파 화가들의 그림이 그려진 잡화 상품들이 인기를 끌며 카와이 문화의 토대가 마련됐다. 미술관 관계자는 “소녀문화의 최초 상품이 된 작품을 통해 일본의 카와이 문화 100년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와이는 세계 어디에도 없는 감각이다. 때로는 귀여움을, 또 때로는 파격적인 아름다움을, 그리고 또 때로는 유머러스함을 지칭하는 카와이는 일본의 새로운 미적 기준이자 문화의 대표어다. 일부에서는 좋고 싫음이 확실하지 않은 일본의 우유부단함을 카와이란 말이 에두르고 있다는 쓴 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그 우유부단함이 일본의 어쩔 수 없는 속성임을 감안할 때 카와이 문화는 분명일본 고유의 자산이다. 영화, 미술, 음악, 패션. 그 어느 장르에 속하지도 않으면서 모든 장르를 에두르는 문화. 이보다 기발한 문화가 있을까. 카와이는 아마도 일본이 제시한 가장 새로운 차원의 문화 스펙트럼일 것이다.
사진제공. 야요이 미술관, anionetv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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