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2’, 나가수는 가수 탓, 시청자 탓을 하지 말지어다
‘나가수2’, 나가수는 가수 탓, 시청자 탓을 하지 말지어다
‘나는 가수다 2’ MBC 일 저녁 6시
처음 ‘나는 가수다’가 등장했을 때 가수에게까지 순위를 매기는 현실에 좌절했다던 이은미는, 시즌 2(이하 ‘나가수2’) 출연 이유로 ‘제작진이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김영희 PD 또한 더 다양한 음악적 재미와 가수들에 대한 존중을 약속했다. ‘제작진의 고민’을 바탕으로 도입된 ‘나가수2’의 변화는 크게 세 가지다. 생방송과 ARS 투표, 12인의 가수를 두 팀로 나눠 경연하고, 양 팀 상위 6인과 하위 6인을 따로 모아 재차 경연을 치르는 스플릿시스템. 1위와 12위 모두 프로그램을 떠나는 룰 개정. 문제는 이것만 봐서는 제작진이 어느 지점을 고민한 건지 잘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신경 써도 후보정이 가능한 녹화방송과 생방송 간의 음질차이는 엄연하고, 양 팀 하위 6인을 모아 꼴찌를 뽑는 데 집중하는 3주차 경연은 시즌 1보다 더 경쟁지향적이며 굴욕적으로 들린다. 제작진은 ‘탈락’이란 말 대신 ‘고별’이란 말을 사용하지만, 단어를 순화한다고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나가수2’는 생방송으로 생길 음악적 손실에 대한 손무현 자문위원의 걱정을, “아마추어들 경연이 아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다”는 김창환 자문위원의 말로 덮는다. 음악 예능으로선 치명적인 음향 문제를 가수의 자질 문제로 돌릴 정도로 생방송에 매달리는 이유는 ARS 투표다. 시즌 1 내내 제기된 청중평가단의 탈락자 선정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을 ARS 도입으로 달래겠다는 것인데, 결국 탈락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음질을 일부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물론 ‘나가수2’의 시작을 함께 할 가수 12팀의 절창은 여느 때처럼 아름다웠고, 청중평가단과 첫 녹화를 위해 임의로 모집한 모니터링 평가단의 평가는 엇갈렸다. 이를 근거로 이것이 앞 시즌과 ‘나가수2’를 구분 짓는 결정적 차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답이 될 수 있을까. 지난 시즌 제작진은 무대에 집중하기 위해 자문단 역할 확대, 경연 횟수 2배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했지만, 번번이 탈락을 전제로 한 경연이라는 포맷에 매몰되곤 했었다. 생방송의 리스크를 덮고도 남을 만큼 무대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지 않는 한, ‘나가수2’도 앞 시즌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이제 자신이 직접 게임의 일부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 앞에서, 시청자들은 경쟁구도에 더욱 몰입하게 될 것이다. 본선은 당장 다음 주부터다.

글. 이승한(자유기고가) 외부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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