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의 본명은 김현동이다. 김구라는 의 인터넷 방송 ‘시사대담’을 통해 알려진 이름이다. 김현동은 김구라가 되며 유명세를 얻었고, ‘시사대담’은 지상파에 진입하는 통로가 됐다. KBS 의 시사 개그는 ‘시사대담’의 연장선에 있었고, ‘시사대담’에서 욕설의 대상이던 문희준과는 SBS 를 통해 화해한 뒤 함께 진행까지 했다. 김구라는 지난 16일 활동 중단을 선언하며 ‘시사대담’ 시절을 “성숙하지 못하고 많이 부족했던”이라 표현했다. 하지만 그는 성숙하지 못하던 시절의 이름으로 지상파에서 캐릭터를 만들었고, 욕설의 대상에게 사과하는 것을 방송의 소재로 삼으며 화제가 됐다.
“80여명의 창녀들이 경찰에 인권 관련 고소를 하고, 전세버스를 타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러 갔다. 창녀들이 전세버스에 나눠 탄 것은 옛날 정신대 이후 최초” 김구라의 활동 중단은 10년 전 ‘시사대담’의 발언이 이유였다. 성매매 여성이 탄 버스의 운전사가 성적으로 흥분했을 거라고도 했다. 언제 했던, 어떻게 알려졌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다만, 김구라는 문희준, 하리수, 이효리에게도 욕설을 했다. 하리수와 트랜스젠더에게 했던 욕설은 문자 그대로 섬뜩하다. 그러나 김구라는 활동을 중단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먹고 살기 위해” 욕했다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사과했다지만 직접적인 책임을 지거나 피해를 감수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MBC 의 ‘라디오 스타’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며 대중에게 받아들여졌다. 아무도 묻지 못하는 속물적인, 또는 현실적인 질문을 하면서 유머로 연출하는 건 김구라만의 영역이다. 그리고 그는 언젠가부터 ‘라디오 스타’에서 명품 시계를 찬 것을 자랑하며 자신의 성공을 웃음의 소재로 삼았다. 경쟁력이 있으면 도덕적 과오는 덮을 수 있다. 성공이 모든 것을 말한다. 정치적 성향과 별개로, 김구라의 성공기는 이명박 시대의 삶의 방식을 보여줬다. 대통령 후보가 “마사지걸을 고를 때는 못생긴 여자를 고르는 것이 서비스가 좋다”고 말해도 경제를 앞세워 당선한 시대 말이다.
김구라와 김용민이 보여주는 정의의 딜레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아이돌, 여성, 성적 소수자 등의 혐오자가 아니라면, 또한 김구라의 발언을 직접 들었다면 그를 좋아할 수 없다. 그런데 ‘라디오 스타’는 봤다. 사과 했으니까, 지난 일이니까, 더 솔직하게는 웃기니까.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봤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어가지 말아야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연예인이건 성매매 여성이건 내가 살기 위해 존엄성을 훼손해도 되는 존재란 없다. 김구라는 활동중단을 통해 딜레마를 해결했다. 먹고 살려고 욕을 했다던 그가 생계활동을 멈추겠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내리는 가장 큰 형벌일 것이다. 활동중단 기간에 따라 대중의 반응은 다를 수도 있지만, 김구라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처음으로 일정 부분 과거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과를 했다.
대신 우리의 딜레마가 시작된다. 연예인에 대한 욕설은 당사자에 대한 사과로 마무리했던 김구라가 정신대 문제에는 활동 중단을 선택했다. 연예인에 대한 욕설이 한 개인의 문제로 좁혀질 수 있다면, 정신대는 한국인의 역사인식과 관계된다. 또한 정신대 문제에 가려 김구라가 성매매 여성을 비하한 것은 좀처럼 다뤄지지 않는다. 김구라는 우리에게 의도치 않은 질문을 던졌다. 그의 과오를 어디까지 용인하며 그에게 웃음을 얻어낼 것인가. 그것은 우리가 타인의 상처와 피해에 대해 어디까지 반응하고 행동하는가의 문제다. 연예인이니까, 성매매 여성이니까. 또는 과거의 일이니까. 누구도 도덕적인 순결만을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재밌으면 그만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김구라가 던진 딜레마는 우리가 에 열광한 이유를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나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명예와 존엄이 훼손되는 것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가.
사람들이 김구라에 대해 입장을 표명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딜레마는 지금 세상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난다. 지난 총선에 출마한 김용민 통합민주당 후보의 과거 발언은 큰 논란이 됐다. 의 멤버인 그는 ‘반 MB’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였다. 그런 그가 과거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을 비난하며 성폭행과 살인을 입에 올렸다. 정치적 책임이 있는 인물에 대한 비난의 방법이라 할지라도 여성에 대한 ‘형벌’로 성폭행을 거론하는 것은 특히 여성 지지자에게 끔직한 일이다. 같이 ‘반 MB’를 외친 사람이 여성에게 가하는 형벌로 성폭행을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 내가 지지하는 사람의 정치에 여성은 배제돼 있을 수도 있다는 상실감. 그 때 지지자는 무슨 선택을 해야 할까. ‘반 MB’인가, 지지철회를 통해 여성에 대한 폭력적인 시선에 대해 항의하는 것인가. 다시 말하면, 우리는 실질적인 이득을 위해 다른 계층, 때로는 자기 자신의 계층이 배제되는 것을 얼마 정도 받아들이겠는가. 정말, 정의란 무엇인가.
새누리당, 정치와 국민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할 때 그러나 정의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말해야하는 것은 지지자가 아니라 정치가다. 김용민은 문제의 발언에 대해 사과라도 했고, 낙선했다. 하지만 제수를 성폭행하려 했던 혐의를 받는 새누리당 김형태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 중이다. 또한 새누리당은 출당조치에 미온적이다. 피해자의 가족이 자살하고, 녹취록까지 공개된 상황임에도 그렇다. 같은 당의 문대성 의원은 표절 대상으로 의심받고 있는 논문과 오타까지 똑같은 논문으로 학위까지 받았다. 이 “혐의가 밝혀지면 중대한 범죄”라고까지 했지만, 새누리당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구라는 과거의 욕설을 방송의 경쟁력으로 버텨왔다. 새누리당의 두 의원은 중대한 범죄에 대한 유력한 혐의를 국회의원이라는 위치로 버티고 있다.
김구라는 스스로 밥줄을 끊는 것으로 사과를 구했다. 두 의원은, 그리고 새누리당은 무엇을 내놓을까. 새누리당이 결론을 내지 않는다면, 답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여성은 그들의 국민이 아니다. 논문 표절을 해도 학위를 받는 것이 문제가 없을 만큼의 힘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역시 그들의 국민이 아니다. 또는, 그들의 지지자는 그래도 지지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어느 쪽이든, 해당 계층의 사람들은 그들의 정치에서 배제될 것이다. 한나라당이 아닌 새누리당은 지금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치와 국민이 무엇인가에 대해 말해야할 때가 됐다. 연예인마저 책임을 지는 세상이라면 더욱 그렇다. 편하게 ‘라디오 스타’를 보고 싶다. 그러나 김현동이 김구라가 되고, 김구라가 김현동 시절에 저지른 죄를 책임져야 하는 세상은 모두가 모두에게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반성하고 책임질 것인가. 살면서 가슴을 쿡쿡 찌르는 통증이 무뎌지는 것을 기다릴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80여명의 창녀들이 경찰에 인권 관련 고소를 하고, 전세버스를 타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러 갔다. 창녀들이 전세버스에 나눠 탄 것은 옛날 정신대 이후 최초” 김구라의 활동 중단은 10년 전 ‘시사대담’의 발언이 이유였다. 성매매 여성이 탄 버스의 운전사가 성적으로 흥분했을 거라고도 했다. 언제 했던, 어떻게 알려졌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다만, 김구라는 문희준, 하리수, 이효리에게도 욕설을 했다. 하리수와 트랜스젠더에게 했던 욕설은 문자 그대로 섬뜩하다. 그러나 김구라는 활동을 중단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먹고 살기 위해” 욕했다고 말했다. 피해자에게 사과했다지만 직접적인 책임을 지거나 피해를 감수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MBC 의 ‘라디오 스타’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며 대중에게 받아들여졌다. 아무도 묻지 못하는 속물적인, 또는 현실적인 질문을 하면서 유머로 연출하는 건 김구라만의 영역이다. 그리고 그는 언젠가부터 ‘라디오 스타’에서 명품 시계를 찬 것을 자랑하며 자신의 성공을 웃음의 소재로 삼았다. 경쟁력이 있으면 도덕적 과오는 덮을 수 있다. 성공이 모든 것을 말한다. 정치적 성향과 별개로, 김구라의 성공기는 이명박 시대의 삶의 방식을 보여줬다. 대통령 후보가 “마사지걸을 고를 때는 못생긴 여자를 고르는 것이 서비스가 좋다”고 말해도 경제를 앞세워 당선한 시대 말이다.
김구라와 김용민이 보여주는 정의의 딜레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아이돌, 여성, 성적 소수자 등의 혐오자가 아니라면, 또한 김구라의 발언을 직접 들었다면 그를 좋아할 수 없다. 그런데 ‘라디오 스타’는 봤다. 사과 했으니까, 지난 일이니까, 더 솔직하게는 웃기니까.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봤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어가지 말아야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연예인이건 성매매 여성이건 내가 살기 위해 존엄성을 훼손해도 되는 존재란 없다. 김구라는 활동중단을 통해 딜레마를 해결했다. 먹고 살려고 욕을 했다던 그가 생계활동을 멈추겠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내리는 가장 큰 형벌일 것이다. 활동중단 기간에 따라 대중의 반응은 다를 수도 있지만, 김구라는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처음으로 일정 부분 과거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과를 했다.
대신 우리의 딜레마가 시작된다. 연예인에 대한 욕설은 당사자에 대한 사과로 마무리했던 김구라가 정신대 문제에는 활동 중단을 선택했다. 연예인에 대한 욕설이 한 개인의 문제로 좁혀질 수 있다면, 정신대는 한국인의 역사인식과 관계된다. 또한 정신대 문제에 가려 김구라가 성매매 여성을 비하한 것은 좀처럼 다뤄지지 않는다. 김구라는 우리에게 의도치 않은 질문을 던졌다. 그의 과오를 어디까지 용인하며 그에게 웃음을 얻어낼 것인가. 그것은 우리가 타인의 상처와 피해에 대해 어디까지 반응하고 행동하는가의 문제다. 연예인이니까, 성매매 여성이니까. 또는 과거의 일이니까. 누구도 도덕적인 순결만을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재밌으면 그만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김구라가 던진 딜레마는 우리가 에 열광한 이유를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나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명예와 존엄이 훼손되는 것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가.
사람들이 김구라에 대해 입장을 표명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딜레마는 지금 세상의 모든 영역에서 일어난다. 지난 총선에 출마한 김용민 통합민주당 후보의 과거 발언은 큰 논란이 됐다. 의 멤버인 그는 ‘반 MB’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였다. 그런 그가 과거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을 비난하며 성폭행과 살인을 입에 올렸다. 정치적 책임이 있는 인물에 대한 비난의 방법이라 할지라도 여성에 대한 ‘형벌’로 성폭행을 거론하는 것은 특히 여성 지지자에게 끔직한 일이다. 같이 ‘반 MB’를 외친 사람이 여성에게 가하는 형벌로 성폭행을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 내가 지지하는 사람의 정치에 여성은 배제돼 있을 수도 있다는 상실감. 그 때 지지자는 무슨 선택을 해야 할까. ‘반 MB’인가, 지지철회를 통해 여성에 대한 폭력적인 시선에 대해 항의하는 것인가. 다시 말하면, 우리는 실질적인 이득을 위해 다른 계층, 때로는 자기 자신의 계층이 배제되는 것을 얼마 정도 받아들이겠는가. 정말, 정의란 무엇인가.
새누리당, 정치와 국민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할 때 그러나 정의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말해야하는 것은 지지자가 아니라 정치가다. 김용민은 문제의 발언에 대해 사과라도 했고, 낙선했다. 하지만 제수를 성폭행하려 했던 혐의를 받는 새누리당 김형태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 중이다. 또한 새누리당은 출당조치에 미온적이다. 피해자의 가족이 자살하고, 녹취록까지 공개된 상황임에도 그렇다. 같은 당의 문대성 의원은 표절 대상으로 의심받고 있는 논문과 오타까지 똑같은 논문으로 학위까지 받았다. 이 “혐의가 밝혀지면 중대한 범죄”라고까지 했지만, 새누리당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구라는 과거의 욕설을 방송의 경쟁력으로 버텨왔다. 새누리당의 두 의원은 중대한 범죄에 대한 유력한 혐의를 국회의원이라는 위치로 버티고 있다.
김구라는 스스로 밥줄을 끊는 것으로 사과를 구했다. 두 의원은, 그리고 새누리당은 무엇을 내놓을까. 새누리당이 결론을 내지 않는다면, 답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여성은 그들의 국민이 아니다. 논문 표절을 해도 학위를 받는 것이 문제가 없을 만큼의 힘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역시 그들의 국민이 아니다. 또는, 그들의 지지자는 그래도 지지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어느 쪽이든, 해당 계층의 사람들은 그들의 정치에서 배제될 것이다. 한나라당이 아닌 새누리당은 지금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치와 국민이 무엇인가에 대해 말해야할 때가 됐다. 연예인마저 책임을 지는 세상이라면 더욱 그렇다. 편하게 ‘라디오 스타’를 보고 싶다. 그러나 김현동이 김구라가 되고, 김구라가 김현동 시절에 저지른 죄를 책임져야 하는 세상은 모두가 모두에게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반성하고 책임질 것인가. 살면서 가슴을 쿡쿡 찌르는 통증이 무뎌지는 것을 기다릴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 강명석 기자 two@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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