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하 )은 마치 내일 또 다른 에피소드를 풀어낼 것처럼 어떠한 결말도 내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로 안녕을 고했다. 결국 학교를 떠난 지원을 제외하면 모두 제자리에서 삶과 사랑을 이어가게 된 이 엔딩은, 지금까지 가 고수해온 일상의 느낌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장 무난한 결말일 수 있다. 어쩌면 이런 결말은 의 세계가 축소되어 더 이상 어떤 사건이나 변화도 일어나기 힘들어지게 되면서부터 예상된 것이다. 잠으로 피하는 지원(김지원)처럼 현실과 부딪히지 않으려는 인물들이 중심 서사를 이루게 되면서 이 작품에서 시간적-공간적 배경으로서의 현실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고 소소한 일상의 에피소드로만 꾸려져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는 이 엔딩은 모든 걸 시간의 흐름에 맡겨 버리는 마법의 주문 ‘1년 후’와 비슷하게 무책임한 것이기도 하다.
김병욱월드에서 인생은 결국 가까이서 보면 비극일 수밖에 없기에, 는 그 비극의 전조들을 마지막 회까지 꾸준히 드리워놓았다. 내상(안내상)의 샴페인은 깨져 버렸고, 내상의 새 회사 이름은 “안 될 사람들, 안쓰러운 사람들”의 뉘앙스를 함께 가지고 있다. 마지막에 지원의 발걸음이 전혀 희망차보이지 않은 것은, 지원을 둘러싸고 있던 우울과 불행이 해소되지 않은 채로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1회에서 내상을 하늘로 쏘아 올렸던 폭죽과 마지막 회에 가족이 모여 쏘아올린 폭죽의 의미가 다르듯이 특별한 사건이 없었다고 해도 인물들은 모두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와 성장을 겪었고, 그 과정에는 결말을 암시하는 다양한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하지만 이 선택한 엔딩은 그 의미들을 모두 축소하거나, 포기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감정과 관계, 이야기를 해결하지 않고 그저 일상의 어느 순간을 잘라내 버린 것은 결말이 아니라 일종의 유예일 뿐이다. 지석(서지석)은 긴 기다림의 끝에 돌아온 하선(박하선)을 만났지만, 지금까지 을 지켜봐온 이들은 긴 기다림의 끝에도 역습을 보지 못했다. 이보다 슬픈 엔딩이 또 있을까.
글. 윤이나(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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