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를 전쟁터에 비유하고는 합니다. 장애물을 찍어 내리는 도끼, 쉽게 꺾일 수 없는 곤조, 얕보이지 않기 위해 어깨를 힘껏 펼쳐야 하는 영 보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사람에게는 특히나 그랬을 겁니다. 그래서 도끼가 그 동안 부지런히 발표해 온 열 장의 앨범은 거칠고, 치열하고, 단단해야만 했습니다. 흥겨운 어깨춤을 부르는 비트 대신 숨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는 빽빽이 채워 넣은 공부의 흔적이자, 빼곡하게 써내려 간 전투의 기록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색다른 주제, 새로운 사운드를 기대하기보다는 묵묵히 파 내려가는 깊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도끼는 분명 믿음직스러운 뮤지션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도끼의 새 앨범 < Love & Life >는 그 타이틀만으로도 뭉클한 터닝 포인트입니다. 첫 트랙의 첫 소절부터 “어느덧 내가 스물셋, 이십대 중반을 바라보네”라고 노래할 수 있을 만큼 긴 십대를 통과해 온 소년은 마침내 자신이 남자가 되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을 기록한 이 앨범은 드디어 오늘 하루가 전쟁이 아니라 삶이었음을 고백합니다. 펼친 주먹 위에는 감사와 평화, 사랑이 넘실댑니다. 화려한 단어로 갑옷을 지어 입던 사내아이가 사실은 술, 담배도 멀리하고 클럽에서 여자를 유혹하지도 않고 심지어 욕도 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맨얼굴을 꺼내 보이는 ‘Let Me Love U’는 그래서 오히려 사랑스럽고, 소박하고 평범한 문장을 느긋한 선율에 얹어 직접 노래하는 ‘Best Time (In Our Life)’에는 진심이 가득합니다.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기다렸습니다. 누구와도 다른 아이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을 말할 때, 그것이 실망이 아닌 성장으로 이해되는 그런 날을 말입니다.

글. 윤고모 nine@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