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테키는 2008년 쿠보 미츠로가 연재를 시작한 만화의 제목이다. ‘잘 나가는 시기(モテる時期)’란 말의 줄임말로 누구에게도 호시절은 찾아온다는 전제를 품고 있다. 만화 속 주인공 후지모토는 인기 없는 파견 사원이다. 매일이 별 볼일 없고, 별 일에 대한 기대도 없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다수의 여자들이 관심을 표한다. 자신감 결여, 의욕 부족으로 웅크려 있던 후지모토에게 인생의 반전이 찾아온 것이다. 만화는 작지만 마니아적인 인기를 얻었고, 2010년에는 TV도쿄에서 동명의 드라마로 제작됐다. 그 기세에 힘입어 총 다섯 권으로 발행된 단행본은 150만부가 넘게 팔렸다. 모테키란 말은 그해 ‘신어, 유행어’로 선정됐고, 2011년에는 모리야마 미라이, 나가사와 마사미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저 평범한 남자의 극적 성공기 는 폐쇄된 초식남의 일상에 하나의 출구를 제시한 셈이다.
오타쿠, 초식남의 세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1980년대 프리타란 말이 나왔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신조어였다. 그리고 1970년대 등장한 오타쿠란 말은 1990년대 경제 침체 속에서 부정적 측면이 부각됐다. ‘고립된 변종 집단’이란 악명이 나돌았다. 일본 사회는 폐쇄성이 짙다. 집단, 단체 의식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잠재력은 있지만 진취성이 부족하다. 프리타, 오타쿠, 초식남은 모두 일본 사회의 폐쇄성을 지적하는 말들이다. 프리타의 세계에서, 초식남의 인생에서 미래는 그저 현재의 반복일 뿐이다. 그래서 모테키의 유행이 다소 의미심장하다. 영화 평론가 아리타 치즈코는 영화 의 “흥행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영화가 이렇게 성공하고 모테키가 사회 현상처럼 대두된 것은 분명 지금 시대가 모테키에 바라는 이상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언젠가 사랑이 찾아온다는 믿음, 인생의 굴곡이 평지와 만날 수 있다는 희망. 모테키를 기다리는 일본의 초식남, 프리타는 어떤 미래를 만들어낼까. 다소 답답했던 일본이 궁금해졌다.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