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신화야, 14년 동안 지겹겠지만 앞으로 더 부탁해.”
-이민우, KBS 에서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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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신화와 같은 소속사에서 먼저 데뷔, 엄청난 성공을 거둔 그룹. 같은 소속사이니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기도 어려웠고, 먼저 시장을 장악하기까지 했으니 데뷔 직후 신화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어쩌다가 이 사회가 이리됐을까 이젠 그 누구에게도 보장받던 삶은 갔어’라며 H.O.T.처럼 10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던 콘셉트를 보여준 ‘해결사’에 대한 반응은 미미했고, 피서용 노래 ‘으?으?’를 발표하자 전국에 폭우가 쏟아졌다. 또한 신화의 멤버들은 연습생 시절 비가 오면 연습실 바닥에 물이 차서 퍼내기 바빴고, ‘으?으?’를 부르던 광안리 해수욕장의 행사에서는 에릭이 드럼통에 머리를 받아 피가 났으며, ‘천일유혼’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는 홍수가 나서 돌아가는 길에 차가 진흙탕 길에 빠져 멤버들이 차를 미는 등 물과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잘 안 풀리고 고생은 많이 하는, 아이돌 업계 1등 기획사 소속의 언더독 아이돌 그룹 탄생.

유영진: 신화의 ‘Only One ’, ‘Wild eyes’, ‘Perfect man’, ‘너의 결혼식’ 등 대표곡들을 만든 뮤지션. ‘T.O.P.’가 수록된 2집부터 신화는 군무를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우는 한편, 철저하게 리듬을 중심으로 곡의 완급을 조절하는 구성으로 H.O.T.와 차별화 됐다. 10대의 대표를 자처했던 H.O.T.의 타이틀곡들이 큰 스케일을 보여줬다면, 무대 위에서 쉼 없이 춤추는 모습부터 들어오는 신화의 곡들은 다이내믹했다. 또한 강한 리듬에 맞춘 멤버들의 통일된 군무는 다른 아이돌 그룹보다 훨씬 남성적인 이미지가 부각됐다. 유영진의 음악은 대중이 생각하는 신화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팬들에게 해맑게 웃어주는 미소년들이 다수인 남자 아이돌 그룹 시장에서 이글이글 불타는 눈빛으로 근육을 키우는 김동완이 있는 그룹. 덕분에 아이돌 그룹의 팬들 중 ‘익스트림’ 취향을 건드렸지만, 그래서 명실상부한 1등은 될 수 없었다.

김태호: MBC 의 연출자. 과거 전진을 멤버로 영입했고, 그 전에는 신화 전체를 초대해 ‘신화 특집’을 했다. 신화는 이밖에 SBS 등 팀 전체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멤버 개개인의 예능감이 좋은 이유도 있지만, 팀의 성격과 멤버들의 태도에서 나온 결과다. 그룹의 이미지는 모범생과 거리가 멀었고, 애초에 자유분방한 멤버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서로의 약점을 쉴새 없이 놀리며 웃음의 소재로 삼았다. 신화의 예능이란 여섯 명의 남자가 끊임없이 치고 받으며 토크를 하는 과정 그 자체다. 여기에 집 앞에 쫓아온 팬들에게 물총을 쐈다는 등 팬들이 신화의 기행에 대한 소문을 인터넷으로 퍼뜨리면서, 신화는 그룹 자체가 그냥 웃길 것만 같은 캐릭터를 확보한다. H.O.T.가 무대 위에서 멤버들의 캐릭터를 명확하게 만들었다면, 신화는 무대 아래의 실제 모습이 캐릭터를 더욱 공고하게 다졌다. 아이돌 리얼리티 쇼가 있기 전 스스로 리얼리티 쇼를 찍은 셈. 한마디로, 모여 있기만 하면 웃기는 남자 녀석들의 예능.

이수만: 신화 데뷔 초, “H.O.T.만큼의 순간 폭발력은 부족하나 은근하면서 탄탄한 인기를 다지고 있다”고 말한 신화의 제작자. 이수만은 신화를 H.O.T.와 달리 예능 프로그램에 보다 적극적으로 출연시켰고, 그들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 역시 받아들였다. 또한 전진의 CF를 시작으로 멤버들의 개인 활동을 추진했고, 당시에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누드집을 통해 신화의 남성미를 강조했다. 돌이켜보면 아이돌 그룹 중 유독 튀어 보이던 신화의 장점과 가능성을 파악한 기획들을 했고, 미래의 아이돌 그룹의 조건들을 알아차린 셈. 하지만 그도 신화가 14년 동안 계속될 만큼 은근하고 탄탄하게 갈 줄은 몰랐던 듯하다. 그가 경영하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멤버들의 재계약 시점에서 일부에게만 솔로 활동 계약을 제안했다.

박근태: 신화가 SM을 나와 발표한 첫 앨범의 타이틀 곡 ‘Brand new’의 작곡가. ‘Brand new’는 신화 특유의 다이내믹한 리듬 위에 후반으로 갈수록 더 드라마틱한 멜로디와 화려한 사운드를 동원했다. 또한 이민우는 멤버들로 모자라 남녀 댄서들까지 기용, 무대 위를 신화의 파티장으로 만드는 안무를 선보였다. 신화 특유의 군무에 보다 다양한 움직임이 더해지고, 여기에 안무의 동작 하나에도 쉽지 않은 테크닉을 녹이는 이민우의 집요함은 ‘Brand new’의 안무를 ‘Wild eyes’와 함께 신화를 대표하는 것으로 만들었다. 이전까지 신화가 쌓은 토대 위에 더 화려하고 거대한 분위기를 입히며 신화의 ‘Brand new’가 완성됐다. 그러나 에릭은 신화가 다른 소속사에서 활동할 방법을 찾기 위해 법을 배웠고, 솔로 활동을 제안 받은 멤버들은 끝까지 다른 멤버들의 계약만료를 기다렸다. 김동완은 전진이 힘든 방송활동으로 탈퇴를 고민하자 “네가 없다면 그건 신화가 아니다”라는 말로 붙잡았다. 그렇게 회사가 만든 아이돌 그룹은 그들의 팀이 되었고, 신화는 ‘Brand new’로 첫 번째 가요대상을 받았다.

김꽃님: MBC 의 ‘애정만세’에서 김동완과 커플이 된 여성. 이밖에 신화는 KBS , SBS 와 등 연애 버라이어티의 단골손님이었다. 인기 아이돌이면서 예능에서 웃길 줄 알고, 함께 모여 있을 때 더 웃기는 그룹이었으니 연애 버라이어티에서 놓칠 리 없다. 무대 위에서는 카리스마적인 아이돌이지만, 무대 아래에서는 친근한 남자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은 당시 신화만의 장점. 다만, 멤버들 중 일부는 오락 프로그램이 아니라 실제로도 공개 연애를 했다. 아이돌의 공개 연애는 팬들에게 충격일 수밖에 없었고, 잊을 만하면 잔잔히 이어지는 사건 사고는 그룹의 위기로 다가왔다. 매력적이지만 어딘가 불안한 아이돌 그룹. 하지만 이런 일들 때문인지 지금의 신화는 토크쇼에서 에릭이 “(사귄) 여자 많았다”고 말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그 모든 일들도 대수롭지 않은 것들이 되기도 한다. 그룹이 해체되지만 않으면.

솔비: 앤디가 출연한 MBC 의 상대역. 앤디는 에서 다정다감한 남자의 모습으로 호감의 주인공이 됐다. 연기자로 경력을 쌓은 에릭과 김동완, 연기와 예능 양쪽에서 활동한 전진, 댄스와 발라드 가수로 나선 이민우와 신혜성에 이어 그룹의 막내까지 팬덤 바깥의 대중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신화의 대중적인 인지도는 더욱 올라갔다. 또한 앤디는 영주권을 포기하고 현역 입대, 남성들에게도 호감의 대상이 됐다. 4집 활동당시에 활동을 하지 못하면서 멤버와 팬들에게 안쓰러운 존재가 됐던 그가 더 많은 인기를 얻고, 그룹 틴탑을 성공적으로 제작하는 과정은 성장 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앤디가 입대하고 제대하기까지의 기간은 신화에게 위기였다. 멤버들이 한 팀으로 모이지 못하면서 대중은 멤버들을 신화의 일원 보다는 한 명의 연예인으로 바라봤고, 평균연령 역시 30대를 넘기면서 일반적인 아이돌과 다른 이미지를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좋게 보면 장수 아이돌, 나쁘게 보면 아이돌 그룹의 이름을 걸고 있는 30대 연예인들. 신화에게 또 한번의 ‘Brand new’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

규현: MBC ‘라디오 스타’의 MC이자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온갖 농담으로 소속사 선배이기도 한 신화를 약올렸다. 하지만 신화는 규현의 공격에 오히려 즐거워했고, 부유한 멤버와 가난한 멤버로 나눈 자리 배치를 받아들였으며, 자신들의 스캔들과 사건 사고에 대해 가능한 솔직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6명이 함께 떠들면서 생기는 유쾌한 재미도 오랜만에 살아났다. 신화가 가수로서 활동하려면 음악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신화를 팬덤을 가진 아이돌 그룹으로 만드는 가장 큰 동력은 6명이 모여 만들어내는 유쾌한 에너지 그 자체에 있다. 신화가 단독 진행하는 JTBC 은 신화가 함께 모여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신화는 다시 모였고, 그룹을 위한 회사를 설립했으며, 여전히 토크쇼에서 치고 받는다. 14년이 흐르자, 신화는 모여 있는 것 그 자체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팀이 됐다. 그리고 새로 발표한 ‘Venus’는 발표 즉시 실시간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다.

신화창조: 신화의 팬을 지칭하는 말. 주황색을 사랑하며, 사람들에게 “신화는 까도 신화창조는 까지 말라”고 당부한다. 김동완이 설리를 좋아한다고 하자 “딸이다, 딸!”이라고 외치고, 무대 위에서 멤버들이 반말하면 똑같이 반말로 돌려주기도 한다. 14년 동안 신화를 좋아하다보니 산전수전 다 겪었고, 볼꼴 못 볼꼴 다 봤으니 애증이 안 쌓이는 것이 이상하다. 그러나 어쨌건 그들은 14년째 꾸준히 지켜볼 대상이 있고, 신화는 결국엔 함께 모여 여전히 “우리는 혜성처럼 전진하는 신화입니다”를 외친다. 신화가 현역으로 남아있는 한, 신화창조는 자동적으로 최장수 아이돌 그룹 팬클럽이 된다. 10대에는 열광했고, 20대에는 애증의 존재였으며, 30대에는 종종 만나는 친구가 된다. 열광의 대상이 한 때의 추억이 아니라 함께 나이 들어가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30대 이전에 해체하곤 하는 아이돌 그룹이 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신화야, 14년 동안 지겹겠지만 앞으로 더 부탁해”라고 말할 수 있는 오글거리는 우정조차 없다면, 아이돌 그룹을 좋아할 이유가 또 무엇이겠는가. 지금부터 그들이 하는 모든 행보는 어떤 그룹도 가지 못한 길이고, 그들이 보여주는 모든 것이 곧 아이돌 그룹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될 것이다. 그러니 조금 오글거리더라도 인정 안할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신화는 신화다. 아직도 혜성처럼 전진하는.

Who is next
신화의 멤버 에릭이 출연한 영화 의 주연 이병헌의 할리우드 출연작 에 나온 브루스 윌리스가 카메오 출연한 영화 의 조지 클루니

10 Line list
김정은윤종신김종국최지우휘성박찬호이효리장서희최양락다니엘 헤니이수근권상우소지섭이민호최명길정형돈김남주박진영손담비김태원신해철송강호김아중김옥빈이경규김혜자고현정원빈이승기닉쿤지진희박명수김혜수신동엽현빈윤은혜G드래곤하지원타블로김C유승호양현석강호동김태희김연아장동건장근석김병욱 감독정준하손석희정보석고수이병헌이수만김현중김신영장혁김수로이선균신정환김태호 PD강동원송일국노홍철조권김제동문근영손예진김수현 작가하하이미숙전도연유영진강지환김구라박지성탁재훈오연수최민수유재석유진크리스토퍼 놀란이하늘신민아장미희이휘재믹키유천조영남송승헌엄태웅안내상이승철김성근 감독유아인토니 안류승범싸이윤상현김희철심형래정우성하정우진중권박신양배용준임성한 작가MC몽나탈리 포트만김희애이소라염정아김건모유세윤양준혁임재범이지아차승원박정현김수미성유리윤계상정재형김범수김여진에릭김선아테디최강희김영철인순이박영규박원순[iLine] 스티브 잡스한석규수애유희열윤미래신하균김어준주병진오다기리 죠보아김병만안성기김광수김영애세븐공지영한가인차인표 김수현 – 신화

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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